[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한국이 필리핀 수출에 공을 들여온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이 고배를 마셨다. 필리핀의 선택은 미국산 헬기 블랙호크였다.


앞서 한국은 국방부 장관 지휘 헬기를 블랙호크에서 수리온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리온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5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주 미국산 블랙호크를 수입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이러한 필리핀의 의향을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받았다.


이번 필리핀 수주전에서 한국항공우주(KAI)의 수리온 선정 기대감은 상당했다. 미국 시코스키사의 블랙호크(UH-60)는 실전배치일이 1979년이고 수리온의 실전배치일은 2013년이므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된 것.


우리 정부도 이같은 기대감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리온의 필리핀 수출이 성사되면, 수리온의 해외 수출 본격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반응도 좋았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 방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수리온의 실물을 반드시 보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할 정도로 수리온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초 수리온 제작사 KAI의 소재지인 경남 사천을 방문하고자 했지만 일정상 방문이 무산되자 우리 정부에 방한 중 수리온 실물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KAI는 이를 수용해 6월 5일 경기도 포천에서 운용 중인 수리온 한 기를 서울 용산 국방부 연병장으로 이동시켰다. 국방부 연병장에는 수리온 외에도 국산 소총, 기관총, 청상어 어뢰, 함대함 미사일 해성, 한국형 GPS 정밀유도폭탄(KGGB) 등이 함께 배치됐다. 두테르테를 위해 무기 전시장을 마련한 것이다.


국방부 연병장은 2003년 완공됐지만 이 곳에 실전에 투입된 전투용 헬기가 착륙한 것은 이 때가 최초였다.


두테르테는 이날 다른 일정을 줄여가면서까지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반 가량 이르게 국방부 연병장을 방문해 수리온을 보고 직접 시동도 거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당초 수리온이 두테르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필리핀과 2017년 말 ‘벨 412’ 헬기 16대를 계약했던 캐나다가 필리핀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두테르테가 이를 전격 파기, 대안으로 수리온을 물색하면서다.


다만, 두테르테가 한국을 방문한지 한달 만에(7월)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주전의 난항이 예고됐다. 이후 미국의 블랙호크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고, 결국 수주까지 따 냈다.


한국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한국군 수뇌부 지휘헬기도 수리온이 아닌 미국산 블랙호크라는 아이러니함도 크게 발목을 잡았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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