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제 변호사

[스페셜경제=조기제 변호사]최근 경기침체, 인구감소, 고용률 악화 등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걱정이 많고 정부는 고용지표 개선과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법률시스템이 중소기업인들의 투자를 독려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과점주주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 제도’를 보면, 우리 세법이 중소기업 대주주를 적대시하거나 세금징수의 편의만을 위해 투자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과 적극적 개선을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점주주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 제도’는 지분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한 사람에게 법인의 체납된 세금에 대한 납세의무를 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국세기본법 제39조). 이는 법인제도와 자기책임 원칙에 대한 극단적인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제도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비상장법인 대부분이 소규모 폐쇄회사들로서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과점주주가 회사의 수익은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그 손실은 회사에 떠넘김으로써 법인격을 악용할 우려가 크므로 이를 방지하여 실질적인 조세평등을 이룬다는 입법목적을 가지는 제도이므로 그 제도 자체는 합헌이라는 판단을 한 바 있다(97헌가13).

그런데, 과점주주에 대한 2차 납세의무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규정은 여러 차례의 개정 과정을 겪어 왔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취지의 법원의 판결도 다수 있었다. 이는 바로 과점주주에 대한 2차 납세의무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과점주주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 제도가 필요한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51%의 지분을 보유한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회사 운영을 좌지우지 하면서 회사의 자산을 횡령하는 등 개인적인 사익을 챙기고 회사는 결국 파산지경이 되어 체납에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가정해 보면, 과점주주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 제도를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어떨까. 엔지니어 A씨는 정부의 창업 장려에 따라 100% 본인 지분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IT 기업을 수 년 동안 운영하면서 연인원 약 100명을 고용해 왔고 작년까지만 해도 매년 수 억 원의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해 왔으나 최근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체납하게 되었는데 회사의 운영자금이 부족해 자신의 집까지 팔아서 사용하고 현재 남은 재산은 전세보증금 1억 원이 전부인 신세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 B는 여러 개의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10여 년 전 B는 투자를, C는 기술개발과 회사운영을 맡기로 하고 B는 약 10억 원을 투자하여 회사를 설립하고 B는 지분 51%, C는 49%를 보유하면서 C가 회사를 도맡아 운영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C는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결국 공장까지 처분한 다음 세금도 체납한 채 폐업에 이르게 하였다. 이상 두 사례에서 세무서에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조항에 따라 A와 B에게 법인의 체납된 세금을 부과하려고 한다면 어떨까. 현행 법률에 따르면 위 두 사례 모두 A 와 B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몹시 부당해 보인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A와 B가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상했다면 창업이나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A는 회사 운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B는 투자만 한 것인데 51% 지분을 보유한 자로서 그 지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과점주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니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는 ‘그에 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마치 실제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대법원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만 하면 그 권리행사에 사실상 장애가 있었거나 또는 실질적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제도’는 법인제도를 부인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이다. 또한 이러한 법률 환경에서는 창업도 투자도 매우 위험한 일이 된다. 우리나라는 창업한 후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하는데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제도가 이에 톡톡히 일조를 하는 제도이다. 과점주주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교묘하게 명의를 분산하는 탈법을 조장하고 정정당당하게 회사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우리나라 외에는 어느 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세무당국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대부분 폐쇄적인 소규모 가족회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가족기업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반기업적이고 법인제도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적어도 위법하게 법인의 이익을 향유한 과점주주에 대해서 그 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도록 하거나 체납에 직접적이고 위법한 경영책임이 있는 과점주주에게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조세정책은 합리적이고 현실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과 투자에 적대적인 그리고 기본권을 과잉으로 제한하는 조세제도는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실패가 족쇄가 되거나 투자가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와서는 사회가,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