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장순휘 정치학박사]우리 군당국은 ‘9.19 평양공동성명’에서 채택한 ‘남북군사 합의서’에 따라 북한이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한 11개 GP(감시초소)의 현장검증을 실시한 결과, 북측 GP 내 모든 병력과 장비가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공식발표했다. 지난 1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 12일 시범 철수·파괴하기로 합의한 22개 GP(각 GP 1개씩 보존포함)에 대한 상호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검증은 상호 합의된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상의 연결지점에서 만난 후 상대측의 안내에 따라 해당 GP현장을 직접 방문해 병력 및 장비의 철수와 시설물 철거 상황 등을 남북이 공동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남북은 각각 7명으로 구성한 공동검증반 11개반(총 154명 참여)을 운용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오전에는 우리측이 북측 GP현장을, 오후에는 북측이 우리측 GP현장을 방문해 상호 검증했다.
특히 우리측 검증반은 북측 시범철수 GP의 불능화 이행여부를 ▲육안 및 직접 접촉 확인 ▲장비에 의한 검측 ▲문답식 대화 방식 등을 통해 확인했다. 추가적으로 우리군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분석자료를 취재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11개 검증반의 각 GP별 현장검증결과를 토대로 통합평가분석회의와 전문가 토의 등을 거쳐 엄밀하게 평가분석 작업을 실시했다.


군당국은 “현장검증 및 평가분석 결과 북측 GP 내 모든 병력과 장비는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우리측 검증반은 “지상시설인 전투시설과 병영막사·유류고·탄약고 등 지원시설은 폭파방식 등을 통해 완전히 파괴한 후 흙으로 복토되거나, 건물 흔적을 제거하고 정리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측 검증반도 남측 철수 GP와 관련해 현장검증 당시 “전반적으로 완전 파괴됐다”고 긍정 평가했다고 한다.


다만 북측은 우리측이 처리 중에 있었던 GP 외곽철책과 철거 후 남아있던 잔해물에 대한 조속한 철거 등을 요구했고, 우리 군은 계획에 의거 처리할 예정이라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합의내용은 역사적으로 이행되었다.


합참은 “결론적으로 이번 상호 현장검증을 통해 쌍방은 9·19군사합의에 명시된 시범적 상호 GP철수를 충실히 이행하였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군은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군사적으로 굳건히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남북한 군의 9.19군사합의사항에 대한 신속한 이행은 외적을 바람직하다는 점에 이론이 없으나 자칫 주객이 전도되는 후회스러운 일이 없어야 한다.


현재 문재인정부에서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따른 병행조치들이 과연 비핵화에 선행하여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우려의 눈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일 공개된 “문재인정부의 국가안보전략”지침서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초기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비핵화가 완전히 해결되는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는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스러운 로드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비핵화의 실무적 추진이 북미간에 긴밀히 진행된다는 관점에서 우리는 안보의 실질적인 이익을 별도로 잘 챙겨야하는데 그것은 재래식전력 불균형문제가 심각한 안보위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흘렀지만 잘 살펴야하는 것 중에 ‘4.27 판문점 선언’에는 “제3조 ②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하였다. ③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종전선언에서 평화체제협정까지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여 비핵화와 무관하게 전쟁종식에 대한 로드맵에 합의한 것이 의미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종전선언은 정치적인 것에 불과하고, 평화협정도 외교적인 문서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나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한반도의 전쟁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해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제3조 ②항에 담겨있는 “군축실현”이라는 것이다. 군축(軍縮)이라는 말은 군비축소(軍備縮小)의 줄임말로 비핵화문제를 떠나 현실적으로 남북한 재래식 군사력의 불균형을 간과하고 그 어떤 종전선언도 평화협정도 군축이 안된다면 우리의 안보를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월남전 종식을 위한 파리평화협상에서 공산월맹에게 군축을 잊고 서명한 것이 패망의 결과로 나타난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이 군축협상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비로소 남북평화협정에 서명할 가치가 있다. 평화적 분위기에 어울려서 국가흥망이 걸린 평화협정을 군축협상없이 서명한다면 결과적 위장평화전술에 걸려든 모양새가 될 것이다. 평화협정이 서명된 후 예견되는 북한의 정치공세는 주한미군철수와 한미연합사 해체 그리고 한미연합연습의 중지 등 집중적인 평화공세를 통해 한미동맹을 깨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군의 재래식 전력비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남한군이 비교열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한군이 상호 공격적 우위를 해제하고, 상호 방어적 수준으로 ‘군사적 상호불가침’을 추가 선언하는 군축협상결과가 먼저 나와야만 한다. 그후 비핵화와 무관하게 평화협정을 맺어도 전혀 늦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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