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K9자주포’…‘작년에 터진 폐쇄기 올해 또 연기’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한화테크윈이 개발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가 발생한지 1년 남짓 된 시점에서 당시 원인으로 지목된 ‘폐쇄기’에서 또다시 연기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져 범국민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초 2017년 3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K-9 폭발 사고는 포탄을 장전하는 위치인 폐쇄기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주변 장약을 불태운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 사실상 원인이 기체결함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이는 상황이다.


부상자 중 가장 큰 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병장은 한화테크윈을 두고 “기계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저한테 아무런 보상금을 준 게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장병들의 눈물과는 대조적으로 한화테크윈은 웃을 일이 많다. 한화테크윈이 작년 물적분할을 통해 출범시킨 존속 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진 10월 급락장에서도 연어처럼 14%나 거슬러 올랐으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18% 늘며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엔 한화지상방산의 K-9 수출 증가 영향도 한 몫 했다.


방산업계의 격언 중 하나는 ‘방산물품은 안전성이 생명’이란 말이다. 까딱하면 유족 및 부상자의 가슴과 해외수출의 장밋빛 미래를 모두 난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스페셜경제>는 방산업계의 유망주 한화테크윈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봤다.



격발 스위치 안 누른 내부 폐쇄기서 ‘이상 연기’


주기교체품 ‘공이 스프링’, 교환주기 명시 안 돼


한화테크윈이 개발한 K-9 자주포(화포)가 전월 24일 강원도 철원의 한 육군 사단에서 훈련 중 포 내부 폐쇄기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훈련을 중단했다.


폐쇄기는 포탄과 장약을 장전하는 공간으로 포탄 사격시 발생하는 화염과 연기를 자주포 내부공간으로 번지지 않게 차단해야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화포에 있던 사수와 부사수는 “격발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이상 연기가 발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기체 결함’에 대한 우려와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K-9는 작년에도 이 폐쇄기에서 연기가 발생했고, 화포 내부에 있던 장약 3개를 연소·폭발시켜 4명의 부상자와 3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망자는 이태균 상사, 위동민 병장, 정수연 상병 3인으로 이 중 위 병장은 부상의 고통을 견디며 한 달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부상 정도가 심해 결국 삶의 끈을 잇지 못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재활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찬호 병장은 당시 치료 과정에서도 기절을 반복했을 정도로 부상자 중 가장 많은 상처를 입었다. 배우지망생이었던 그는 얼굴과 전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 이 병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살을 생각했으나 몸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며 병원 치료과정에서의 고통을 언급하기도 했다.


폭발사고 후 대처 없던 1년…고개 드는 재발 우려


결국 이로부터 1년 남짓 경과한 지난달 K-9 자주포는 이 같은 참사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작년 12월 K-9 폭발사고에 대해 ‘탑승 장병들이 격발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격발 해머 및 공이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등으로 포신 내부에 장전 돼 있던 장약이 점화 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이’는 포탄의 발사를 위한 폭발 단계 중 뇌관을 때리는 역할을 담당하는 장치다. 이 공이를 잡아주는 스프링의 장력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추정인 셈이다.


MBN이 지난 14일 공개한 육군의 정비 매뉴얼에 따르면 공이 스프링은 주기적으로 반드시 교환해야하는 교환품목에 포함 돼 있다. 다만 이 스프링의 교환주기는 명시되지 않았다.


육군은 뒤늦게 합동조사위원회 의뢰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이 지난 9월 육군에 스프링 교환주기를 설정할 것을 통보하자, 지난달 이를 위한 시제품 시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반면교사를 삼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화테크윈의 물적분할 이후 K9 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한화지방방산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육군은 작년 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36개 과제를 정해서 실시한다고 발표했었다”며 1년 전 사고에 대한 조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육군이 제시한 방지대책은 ▲전문검사관을 통한 기술검사 및 정비 ▲장약 보관 방법 교육 ▲운용지침과 뇌관 사용지침 정비 ▲사격 간 안전통제체계 보완 ▲승무원용 난연전투복 보급 계획 ▲정비인력 보강 ▲정비부사관 인사관리 개선 ▲블랙박스 설치 ▲자동소화장치 설치 등이다.


조사위가 ‘폐쇄기의 기체결함’이 핵심 원인이라는 결과를 내놨지만 육군은 이에 대한 직접적 해결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사후 조치에만 신경을 쓴 셈이다.


사전 예방에 해당하는 것은 ▲전문검사관을 통한 기술검사 및 정비뿐인데, 최근 폐쇄기에서 또다시 연기가 발생함에 따라 ‘점검’은 기체결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 다는 것이 사실상 입증된 셈이다.


이는 그나마 효용성이 있는 부분에 속한다. 기체결함과는 무관한 ▲정비인력 보강 ▲정비부사관 인사관리 개선 등이 방지대책에 들어있는 가하면 ▲블랙박스 설치 등 사고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후 검증 등에 치중한 것들도 포함 돼 있었다.


▲승무원용 난연전투복 보급이나 ▲자동소화장치 설치처럼 실질적인 사고발생 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당초 작년 K9 폐쇄기 사고는 화재 사고가 아닌 ‘폭발’사고였기 때문이다. 155mm 자주포에 주력탄으로 쓰이는 H탄의 경우 폭발 반경이 50m이며 초단위의 순간폭발 화기다. 난연전투복과 자동소화장치 등은 이러한 상황에서 장병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국방부의 대처는 많은 가짓수를 통해 대처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근본적인 기체결함 문제와는 무관한 대안만을 내놓은 셈이다.


한화 측은 ‘기체결함이 있다면 자동차 업계처럼 리콜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K-9 자주포는) 군수품이기 때문에 군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군이 안전하다고 검증을 했다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군의 결정에 책임을 돌렸다.


아울러 “(조사위의 결정이)복합적인 요인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기체결함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고, (그것 또한)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조사위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복합적인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격발 스위치 오작동으로 인한 자동 격발 ▲폐쇄기 밀폐기능 불량 ▲바닥에 놓아둔 장약(화약)에 따른 폭발확대 등이다. 이 중 격발 스위치는 폐쇄기를 컨트롤하기 위한 장치이며, 바닥에 놓인 장약은 폭발의 강도를 확대했을 뿐 기본적으로 폐쇄기 안쪽에도 장약은 들어간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복합적인 3가지 이유 모두 ‘폐쇄기’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조사위의 결정을 ‘하나의 가설’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것은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의 공신력을 의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육군이 작년 K-9 폭발사고 이후 편성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기계·재료·화재·폭발 등 분야의 전문가와 한국 재료연구소 등 8개 전문 연구기관, 군경 수사기관 등 113명의 조사위원으로 구성됐다.


또한 조사위는 폐쇄기 결함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4개월에 걸쳐 현장감식 8회, 전문 감정기관의 채증물 감정 76건, 임상신문 13회, 관련 실험 23회 등을 실시하고 사고원인을 조사·검증했다


일각에서는 한화 측이 조사위의 이같은 결론에도 기체결함을 인정하지 않은 탓에 K-9의 실질적인 기체개선이 1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화 측은 “제작업체 한화지상방산과 현대위아, 개발기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조사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됐다”며 ‘조사위의 결정은 하나의 가설’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또 “자체 조사단을 통한 원인분석을 계속 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1년여가 경과한 현재 시점에서 나온 결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결론이 계속 미뤄지는 동안 벌써 1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 최근 또다시 비슷한 사고위험이 감지 된 것처럼 장병들은 계속 기체결함 우려가 있는 장비를 계속 타고 다녀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도 “군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작년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 발표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또한 최종 결론이 난 뒤에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사진출처=이찬호병장 페이스북)


K9폭발사고 4명 부상 3명은 사망…이제 갓 1년


한화테크윈 수출 악영향…방산제품 안정성 생명


실적 좋은 한화테크윈, 반면교사 필요성 못 느꼈나?


당장 한화테크윈은 최근 좋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테크윈이 작년 물적분할을 통해 출범시킨 존속 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작년동기대비 718% 증가한 18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조400억원을 나타냈다.


사측은 매출과 관련해 “방산부문의 안정적 매출과 한화S&C 합병효과(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산부분은 K-9자주포 생산을 전담하는 ‘한화지상방산’의 K-9 자주포 수출 증가를 뜻한다.


다만, K-9 수출이 회사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K-9 사업이 좌초될 경우 역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방산물품은 안전성이 생명인 만큼 K-9에 대한 안정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 될 경우 향후 한화테크윈의 수출 규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K-9, 꾸준한 사고 행렬 <왜>


특히 이번 K-9 자주포 연기발생 논란은 과거 폭발 사고로부터 1년가량밖에 경과되지 않은 시점에 폐쇄기라는 동일한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 1년여의 시간동안 기체결함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부재했다는 점 등이 논란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K-9의 자주포 결함은 이전에도 자주 발견 돼 왔다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8월 31일 K-9 한 대가 파주시 국도변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중 방향 장치 고장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일이 발생했다.


2011년 4월에는 경기도 가평 수도기계화사단 훈련에 참여한 K-9 한 대가 이동 중 엔진이 멈추고 연료가 흐르며 화재가 발생했다.


동년 11월 초 수도기계화사단에서는 K-9 13대가 사격통제장치 오작동을 일으키는 일이 일이났다.


이처럼 많은 사고를 반복하고도 사고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사고발생 원인규명과 이후 대처과정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K-9의 안전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정성에 대한 가치는 한화테크윈 측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 것으로 관측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상장 자회사로 남은 한화테크윈은 지난 15일 ‘제4회 대한민국안전산업박람회’에 참가해 ‘영상보안 솔루션’을 홍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찬호 병장은 지난 6월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화테크윈 측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사고 이후에도 K-9 자주포 수출에 집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아군 살상 무기’를 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후폭풍에 대해서는 대책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보에 치중하는 것은 기업의 숙명”이라면서도 “겉으로는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실상 중요한 사고 피해자에게는 온정의 손길을 외면하는 것은 일종의 소비자 기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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