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한 켤례에 수 십 만원에 호가하는 슈콤마보니의 신발. 그러나 제화공에게 떨어지는 공임비는 켤레 당 단돈 몇 천원. 30년 이상 근무한 구두 장인들이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11시에 퇴근하고서야 비로소 월 3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꼬박 3~4시간이 걸려 구두 한 켤례를 완성해도 제화공이 받는 돈은 고작 7,000원. 그마저도 20년 동안 단 한 푼도 수당이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8,000원이었던 공임비는 1,000원이 깎였다.


지난 11일 오후 5시 민주노총 제화지부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코오롱FnC 본사 앞에서 ‘코오롱FnC-슈콤마보니 규탄대회’를 열고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며 제화공들의 처우 개선 및 성실히 교섭할 것을 촉구했다.


코오롱FnC-슈콤마보니의 하청업체인 로씨오, 우리수제화, 지브라 등 3곳에 속해있는 제화공들은 이날 기준 12일 째 노숙파업을 진행 중이다.


제화공들은 앞서 지난 7월 26일 1차 코오롱 하청 규탄 집회를 연 뒤 8월 23일 2차 코오롱 본사 집회를 개최했다.


이어 8월 31일 3차 코오롱 본사 집회를 열었으나 본사와의 협상이 결렬됐다.


제화공들은 코오롱FnC-슈콤마보니 본사가 제화공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4대 보험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특수고용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4대 보험을 적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오롱FnC는 제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코오롱FnC 측은 성수동에서 계속해서 공임비가 올라갈 경우 자신들이 성수동에서 제작하는 약 10만족 중 일부를 중국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제화공들을 협박한 상태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제화공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로 32년 째 근무하고 있다”며 “그 중 20년간은 공임비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텐디가 협상이 종료될 쯤 파업을 하기 시작해 오늘로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며 “지난 협상이 결렬되면서 오늘로 노숙파업을 진행한 지 12일 째”라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에는 하청업체에서 1,000원을 올려줄 테니 동업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본사에서는 1300원씩 2600원을 올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중 600원이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우리는 ‘소사장님’이라고 불리지만 전혀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우리도 4대보험도 내고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저희를 이해해달라”며 “본사에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교섭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 FnC 관계자는 “공임 인상과 관련해 8,500원 선으로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로감독관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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