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상무부가 22~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 대해 양측이 건설적이고 진솔한 교류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28일 베이징에서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스페셜경제=정의윤 인턴기자]무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심지어 협상 도중 서로 160억 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22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대표로 차관급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6월 초 베이징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만난 지 2개월 만이다.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린지 월터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미중 협상단이 중국의 지적 재산권과 기술 이전 정책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포함해 경제 관계에서 공정성과 균형, 호혜를 달성할 방안에 대해 견해를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추가 협상 계획이나 합의 내용과 관련한 언질은 없었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중국과 미국 대표단이 쌍방이 주시하는 무역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이고 솔직한 교류를 했다. 쌍방은 다음 만남을 준비하고 접촉을 이어나갈 것”이라고만 전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을 줄이고,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축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미국 제품 수입을 늘리겠다고만 거듭 제안했다. 이에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다는 한 소식통의 설명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양국은 차후 협상 일정 또한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관리들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는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외교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노동자층의 지지를 결집시키기 위해 대중 무역 공세를 11월 전에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협상이 애초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는 어려운 자리였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앞서 세 차례에 걸친 장관급 무역협상에서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던 미국과 중국이 차관급 회담에서 합치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아닌 미국 재무부였다는 점도 협상이 결렬된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에게 무역협상을 타결시킬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이룩하기 위한 자리였다기보다는 양측이 현재 시점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 연구원은 “관세가 거의 두 달간 부과된 상황에서 중국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생각에 변화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 것 같다”면서 “중국 측은 결정을 내리기 전 미리 상황을 살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양국에 무역전쟁으로 초래된 고통이 경미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도 협상 결렬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내외 경기 둔화라는 악재를 짊어진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불리한 입장에 있으므로, 결국 중국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란 심산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로이터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협상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 “미·중 무역분쟁 종료에 대한 별도의 시간표는 없다.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한다, 나는 장기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느긋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WSJ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위원회 위원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 등 일부 백악관 관료들은 중국과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도 대외적으로는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의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사설에서 “중국 사회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끝낼 합의에 빨리 도달할 것이란 기대가 없다. 장기간 무역갈등으로 인한 악영향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었다.


한편, 이날부로 미국이 16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상무부도 동일한 규모의 관세를 미국에 부과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중국 제조 2025’의 수혜 품목인 반도체, 프라스틱, 화학, 철도 장비 등 279개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석탄, 연료, 철강 제품 등 333개 미국 제품에 관세를 매겼다. 지난 6일 미국이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중국도 같은 방법으로 보복한 데 이은 2차 관세 폭탄 교환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달에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법이 통과된 것을 치하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관련해 트럼프는 “그들은 이제 더는 우리 기업, 특히 꽤 복잡한 기업을 훔쳐가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귀중한 지적 재산권과 첨단 기술을 해로운 외국 투자에서 보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상이 무위에 그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3차 관세 폭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소비재를 포함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공청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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