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어닝쇼크 방산업계의 흉년인가 풍산만의 일탈인가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국내 방산업계 전반이 울상이다. 최근 남북·북미 대화로 해빙무드가 이어지면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이에 따라 국내 군 산업전반의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신동업체로 유명한 방산기업 풍산도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이어가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위기가 엄습하는 과정에서도 풍산은 배당을 통한 오너일가 배불리기를 멈추지 않는 등 다소 안일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추후 풍산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도처에서 발견된다. 특히 차기 승계구도에 놓여있는 류진 회장의 아들은 한국 남성의 통상적인 군입대 시기와 맞물려 미국국적을 취득했다. 군입대 문제에 민감한 한국사회에서 방산업계의 차기 회장 재목이 군면제 의혹을 받는다면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멀게는 승계과정에서 짧게는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풍산의 위기가 대북해빙무드에 따른 일시적인 헤프닝일지 아니면 장기적인 악재의 신호탄일지 가늠해보기로 했다.


대북해빙무드에 군산업 위축…신동사업도 악재


늘어만가는 오너일가 배당금 아들은 군대면피?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방산기업 풍산이 재차 어닝쇼크를 예고하고 있다. 전월 27일 풍산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잠정 실적 기준으로 금년 2분기 영업이익은 315억원에 머물 확률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600억을 목전에 뒀던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47%가량 감소한 셈이다. 당기순 이익은 206억원으로 전망된다 동기간 대비 61% 줄어든 수준이다.


어닝쇼크로 나타난 풍산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44%가, 당기순 이익은 34%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결국 1,2 분기 모두 저조한 성적을 보이다보니 상반기 전체 실적이 위기의 신호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이를 만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망을 그리 밝게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선 가시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군사긴장 완화에 따른 국내방산업계 전반의 위기다. 남북간 ‘종전선언’ 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JSA 비무장화, GP 시범철수 등이 추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은 ‘탄약 국산화’에 기여가 큰 기업인만큼 실탄의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국내 방산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은 하나의 배경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방산 외에 풍산의 핵심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신동사업도 구리 가격의 약세로 당분간 수익성을 견인하는 역할은 어려워 보인다. 구리 가격은 두 달 전 기준으로 톤당 7,200달러가 넘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반복하다 최근 6,000달러 선에 안착했다.


풍산 그룹의 주력사인 (주)풍산의 수익성에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동사업과 방산사업이 모두 난관에 처한 셈이다. 소전(무늬가 새겨지기 전 동전의 원형)의 생산 단가는 오르고, 군용실탄의 수요는 감소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너일가 사익편취 논란 임박


그렇다면 향후 풍산의 미래는 이같은 악재를 풀어나갈 내실의 준비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히려 내실을 들여다볼수록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이 산재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는 2008년 지주사 전환 이후 지속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늘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장을 역임한 경제개혁연구소의 풍산홀딩스 내부거래 산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0.45%, 2011년 60.52%, 2012년 74.05%, 2013년 75.65%, 2014년 80.09%, 2015년 67.79% 2016년에는 81.6%로 내부거래량이 상당히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6년의 거래비중은 중견기업 70개 중 최대수치다.


물론 풍산이 자산규모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로 불리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는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건전성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류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0.5%에 육박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풍산홀딩스는 배당액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각각 2015년 1200원, 2016년 1400원, 2017년 1800원의 배당이 이뤄졌다.


특히 2015년의 경우 1200원인 풍산홀딩스의 배당과 600원의 풍산 배당액이 어우러져 류 회장 일가의 배당액이 직전년도인 2014년 33억원에 비해 40억원으로 괄목할만한 증가를 보였다.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방산기업 후계자 재목 군입대 시기 美국적 취득


이미지 악화등 장기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소재들도 있다.


류 회장이 풍산홀딩스 주식의 본인 소유 주식을 아내와 두 자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류 회장의 아내와 아들이 지난 2014년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진 것.


풍산홀딩스의 2014년 공시 서류를 보면, 이들의 국적이 미국으로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류 회장의 아내이며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딸이기도한 노혜경씨의 이름은 ‘Helen Lho’로, 아들 류성곤씨의 이름은 ‘Royce Ryu’로 표기 돼 있다.


문제는 Royce Ryu가 류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풍산그룹의 차기 승계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Royce Ryu가 미국국적을 취득한 2014년 당시 류 씨는 22살로 한국남성들의 통상적인 군입대 시기와 일치한다.


한국남성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기위해 군에 징집되는 입장인 만큼 이를 회피하려 하는 태도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강하다. 다른 산업도 아닌 방산업체의 승계자가 군복무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될 경우 기업의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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