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드디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첫 만남에서 12초간의 악수를 나눈 후 이후 공식기념촬영, 단독회담, 확대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를 이동할 경우 김 의원장의 팔이나 어깨 등을 가볍게 치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의원장의 행보만큼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화제는 두 정상의 대조적인 드레스코드였다. 정상외교에서의 드레스코드는 곧 외교적 메시지를 뜻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과 흰 셔츠, 붉은색의 넥타이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 만큼 김 위원장이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회담장에 나올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착용한 붉은 넥타이는 이른바 ‘파워타이’로 불리며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두 정상 모두 자신의 패션을 통해 승부사적 기질을 한껏 드러낸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세기의 만남인 북미정상회담 속 두 정상의 패션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에 대해 짚어봤다.



대조적인 드레스 코드…김정은-트럼프의 숨겨진 전략?



패션 통해 승부사 기질 발휘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두 정상의 상반된 드레스 코드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김 위원장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은 채 회담 장소로 등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등장한 것이다.


한 차례 무산됐던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번 북미회담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체제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만큼 옷차림 역시 국제 사회의 기준에 맞추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올해 1월 김 위원장이 회색 스트라이프 양복을 입고 회색 넥타이를 착용한 모습으로 신년사를 낭독한 바 있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김 위원장은 검은 인민복을 입고 왼손에는 검은색 서류철을, 오른 손에는 검은 뿔테 안경을 든 모습으로 회담 장소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과 5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5월 초 시진핑 주석과의 북중정상회담 때도 인민복 차림이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줄무늬가 없는 인민복을 착용한 모습으로 트럼프와 마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대조적으로 짙은 남색 정장과 흰 셔츠를 입고 붉은색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착용한 붉은 색의 넥타이는 이른바 ‘파워 타이’ 라고 불린다.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보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들 역시 취임 연설을 비롯해 중요한 자리에서는 붉은색 넥타이를 맸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식 행사 등에서 빨간 넥타이를 즐겨 착용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붉은색 넥타이 착용이 김 위원장을 배려한 차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바 있다. 이에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의 인공기 바탕색인 붉은색의 넥타이를 골랐다고 보는 것이다.



金, 인민복 차림… 남북·북중 정상회담과 동일


높은 굽의 구두… 동등한 관계 연출 위한 까닭



왜 인민복을 고집하나


인민복은 중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쑨원이 처음 고안했으며 주름이나 장식이 없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의상으로 서구권에서는 마오쩌둥의 이름을 딴 ‘마오슈트’로 불린다.


지난 1929년 중국 국민당에 의해 중국의 공식 예복으로 지정된 이후 중국의 마오쩌둥, 구소련의 레닌, 스탈린 등이 즐겨 입으면서 사회회주의 국가의 상징적인 의상이 됐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을 비롯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국방색의 인민복을 즐겨 입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한 것은 평화를 위한 협상과 새로운 북미관계를 개척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북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도 역시 비핵화 협상에서 체제유지 조건을 내걸었던 김 위원장이 인민복을 입고 등장함으로써 이번 회담을 통해 협상 조건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효과로 보고 있다.




동등한 관계 연출?


이번 김 위원장의 패션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김일성·김정일 위원장의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키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김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김일성·김정일 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종종 착용하지 않고 나타난 바 있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이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 위원장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우리에게는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으며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키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이는 김 위원장이 굽이 높은 구두를 착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키는 172cm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키는 190cm에 달하면서 두 사람의 키는 18cm 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김 위원장은 높은 굽의 구두를 착용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의 눈높이를 비슷하게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번 북미회담이 국력, 나이차 등을 넘어서 두 정상이 동등한 관계에서 진행되는 회담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밀착 보좌한 회담 수행원들의 패션 스타일도 주목이 됐다.


김여정 노동장 제 1부부장은 검은색 투피스 차림으로 김 위원장과의 드레스 코드를 맞췄으며,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착용한 채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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