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공장 통폐합까지…‘경영악화 날로 심해져’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순당이 본업인 ‘막걸리 사업’과는 전혀 거리가 먼 화장품 제조 사업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9일 국순당은 제25회 정기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경영악화를 타계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 동력’으로서 발효 화장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기업이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사업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이 같은 국순당의 새로운 사업 모색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국순당의 경영악화는 막걸리 시장의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도매점 갑질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 경영악화에 일조한 배중호 대표는 아직까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악화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서도 배 대표를 비롯해 오너 일가는 고액연봉과 고액배당을 받아가는 등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사업 모색도 중요하지만 ‘오너일가’의 경영마인드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논란에 빠진 국순당과 오너일가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고통분담 ' 나몰라라 하는 오너일가의 행보
화장품 사업 확장까지 나서지만…결과 ‘글쎄’


국순당의 매출은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매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1277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1187억원 ▲2013년 992억원 ▲2014년 919억원 ▲2015년 774억원 ▲2016년 697억원 등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628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또한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을 살펴보면 ▲2015년 744억원 (82억원) ▲2016년 697억원 (65억원) ▲2017년 628억원 (43억원)이었다. 물론 지난해의 경우 2015~2016년 대비해 손실 규모를 줄였다지만 여전히 적자인 것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배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이렇게 회사가 어려움에 허덕거림에도 불구하고 배당액과 연봉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매출이 줄어든 같은 기간 동안 배 대표의 배당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분 36.59%를 가진 배 대표의 3년 동안 배당금은 ▲2015년 3억 2700억원 ▲2016년 3억2700만 ▲2017년 11억1100만원을 챙겼다.


지난해 배당금 규모가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는 1부당 50원에서 1주당 170억원으로 배당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회사 지분을 가진 배 대표의 자녀들의 배당 수입 역시 적지 않았다. 3년 동안 배 대표의 자녀들이 받은 배당 수입을 보면 아들 배상민 상무 1억 8600만원, 딸 배은경씨는 6400만원을 받았다.


또한 배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연봉을 28%나 올려 10억 3600만원을 받았다.


직원은 퇴사, 공장 통?폐합…오너일가 ‘떵떵’


이렇게 배 대표와 오너일가가 회사를 뒤돌아보지 않고, ‘제 배불리기’에만 치중하는 사이 회사는 곪아들어갔다. 특히 순풍에 돛 단 듯 호황기를 누렸던 막걸리 시장이 침체기로 들어선 뒤, 국순당의 ‘도매점 갑질’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미지에도 적지 않게 타격을 입혔다.


특히 갑질 논란의 경우 국순당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도매점을 상대로 신제품을 강제로 할당해서 ‘밀어내기’를 하거나, 목표로 설정한 매출액을 채우지 못하면 도매점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전형적인 ‘본사의 갑질’이었다. 이로 인해 배 대표는 지난해 8월 18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 실형이 선고됐다. 또한 국순당 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이 내려졌다.


이 같은 갑질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2015년 가짜 백수오의 파장이 터진 이후, 국순당은 주력으로 내놓았던 백세주의 원료 시료 두 건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


국순당은 해당 제품을 자진수거하면서 적자를 모두 감당해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달아 터지는 문제들로 인해서 국순당의 경영악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국순당은 지난해 수익개선을 위해서 창립 이래 최초의 구조조정과 공장 통폐합을 진행했다. 상하반기에 걸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전체 309명의 직원 가운데 17.5%인 46명이 퇴사했다. 이로 인해 전체 직원수는 263명으로 감소했다.


이와함께 지난해 말 횡성공장과 옥천공장을 회상공장 하나로 통?폐합하고, 런던드라이진, 나폴레옹 등 저수익성 제품도 단종 조치했다.


이렇게 회사가 휘청거리면서 공장을 통?폐합하고, 구조조정이 단행될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는 ‘고통분담’을 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 책임감과 부담은 오로지 회사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순당> 홍보대행사 측은 "우리나라 막걸리 시장은 지난 2009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서 3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시장이 막걸리 시장이 늘어나기 전인 2007~8년에 비해서는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최고점 대배해서는 많이 줄었으나, 저점 대비해서는 많이 커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최근 젊은 층도 막걸리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막걸리 업체들도 다양한 신제품들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쯤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것이 기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국순당 배당 문제와 관련해 (오너일가가 고배당을 받고 있다는) 지적들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과거에 수익이 많이 발생했었을 때 이익부분들을 배당하지 않고 쌓아놨었던 유보금들을 있었다. 물론, 보기에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당을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국순당도 상장사고 투자하신 분들이 있다. 사내 배당 자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분들께 배당수익을 안 드릴 수는 없다. 오너일가의 배당 뿐만 아니라 투자자 분들의 배당 문제나 이런 부분들도 같이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화장품 사업’ 과연 앞날은?


구조조정과 공장 통?폐합만으로는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국순당은 올해부터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한류와 합께 K-뷰티의 아성이 높아지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굵직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역시 독창적인 브랜드를 론칭해 국내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기에, 국순당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이다. 화장품 시장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미주, 유럽 등지로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순당이 뷰티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절벽 위에서 선 막걸리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확보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화장품 사업에 대한 시각은 회의적이다. 우선 국순당이 기울어진 데는 4000억원 가량했던 막걸시 시장이 2000억 원으로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그 이후의 갑질 논란과 고액배당 등 역시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과연 국순당의 수익개선에 도움이 될 지 미지수다. 더욱이 회사에 대한 책임감도 고통분담을 할 노력조차 하지 않은 배 대표와 오너일가가 ‘경영마인드’를 쇄신하지 않은 한 문제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의 위기에 놓였다면 오너부터 살신성인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순당 오너일가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구조조정 등으로 국순당 내부 역시 분위기도 썩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형국에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일침을 놓았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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