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을 위해 계단을 오르는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스페셜경제=김새롬기자] 패션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옷을 고르는 사람의 취향과 성격 등이 고스란히 반영되는데다 브로치, 넥타이 등을 통해 그날의 기분과 상황을 나타내기 쉬운 까닭이다.


아울러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적인 자리를 넘어 사적인 자리에서도 정치인들의 의상과 패션 아이템은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매 순간 총성 없는 전쟁터에 서는 그들에게 패션은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 역시 패션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장의 색, 버튼의 개수, 넥타이의 패턴 등을 통해 때로는 날카롭고 단호한 이미지를 심어주는가 하면 걷어붙인 소매를 드러냄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런가하면 때로는 체크셔츠와 등산복 차림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대통령부부의 소탈함이 강조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패션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스페셜경제>가 살펴봤다.



패션 이미지 정치… 역대 대통령 어떻게 활용했나?


행보에 따른 이미지 표현…“기업가 vs 서민 친화적”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가 YS와 면담했다.


넥타이 통한 이미지 메이킹


역대 대통령들의 패션을 살펴보면 넥타이, 행커치프, 정장 등을 활용했다. 남성 정치인들의 경우 특히 넥타이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넥타이 색을 통해 소속감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대화와 협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옅은 스트라이프 수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버튼다운 셔츠 등을 즐겨 입었으며 당시 유행하던 쓰리버튼 형식의 조끼를 착용하는 등 젊은 세대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선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넥타이 역시 화려한 광택소재, 굵은 간격의 사선 스트라이프, 선명한 플라워 패턴 등을 고르는 등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대통령 당선 당시 일흔에 가까웠던 김 전 대통령은 패션을 통해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도 세련된 패션을 연출했다. 화려한 넥타이를 즐겨해 주로 붉은 계열쪽을 선호했다. 과감한 사선 스트라이프 패턴부터 화려한 플라워 패턴 등 다양한 넥타이 패션을 연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 짙은 무지 정장과 강한 원색의 넥타이를 통해 강인한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캐주얼한 콤비 정장, 회색 스트라이프 실크 정장 등 산뜻한 패션을 연출했으며, 넥타이 역시 강한 원색의 넥타이부터 부드럽고 화사한 파스텔톤의 넥타이 등을 착용함으로써 세련되면서도 캐주얼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전 경선 당시 붉은 계통의 넥타이를 착용함으로써 강인한 이미지를 주고자 했으며, 어두운 계열의 정장에 화사한 색의 넥타이를 매는가 하면 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습 등을 통해 기업가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


실제로 이러한 이 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은 국민들에게 통했고, 이 전 대통령은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넥타이를 통해 풀어냈다.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1~4차 TV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은 사선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착용했다. 다른 후보들이 각 정당의 상징색을 넥타이 혹은 셔츠, 자켓 등으로 풀어낸 것과는 다른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손혜인 의원은 “줄무늬 넥타이는 가장 강인해보임과 동시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넥타이”라고 설명했던 바 있다.


실제로 줄무늬 넥타이의 경우 미국의 존 케네디 대통령이 착용하면서 승리의 넥타이로 불리기도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독도 강치 넥타이’를 착용한 바 있다. 독도에서 서식했으나 일본의 남획으로 인해 멸종된 동물 ‘강치’가 프린팅 된 넥타이를 착용함으로써 독도의 영유권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더욱이 강치 넥타이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넥타이서 정책적 정체성도 함께 드러냈다.


그런가하면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터라 대중들의 관심이 더욱 쏠렸다.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올림머리를 고수했으며, 대권 경쟁에 나선 이후부터 바지정장을 주로 착용하면서 주체성 있는 여성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했다.




5월 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파랑’ 가장 많이 사용… 신뢰 상징


역대 대통령들이 가장 많이 패션에 활용한 색은 파란색이다. 신뢰를 상징하는 색이자 보수를 뜻하는 색이었던 파란색을 통해 보수층 결집 및 신뢰 구축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푸른 계통의 셔츠를 입고 머리를 염색해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으며, 임기가 끝날 무렵에는 차분한 색상의 넥타이와 셔츠, 염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흰머리 등을 드러내 중후한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 든 이후부터는 파란 계통의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이는 당시 소속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정당 색을 차용하는 한편 신뢰도 높은 기업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함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연청색 긴 재킷, 군청색 슬랙스, 군청색 구두를 매치했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의 상징색이자 고 마가렛 대처의 시그니처 컬러인 블루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파란색을 가장 잘 활용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캠프 때부터 사용한 강렬한 원색의 파란색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니블루’라고 불리기도 했을 정도.


문 대통령은 선거 유세 당시 파란색 넥타이를 사선 스트라이프 넥타이와 함께 착용함으로써 신뢰를 강조하고자 했다.



대통령과 영부인 통한 ‘패션 외교’…“국격 높이는 수단”



한미 정상회담에서 패션 외교를 펼친 김정숙 여사.

전통의복 ‘한복’ 착용 …한국美 전도


대통령들은 국가 행사시에 한복을 종종 입기도 했다. 이 때 우리나라 전통의복인 한복은 한국의 미를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상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자리에서 한복을 착용함으로써 패션외교를 하고자 했다.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에서는 故 육영수 여사가 즐겨 입었던 미색 한복을 착용함으로써 LA 교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고자 했으며, 미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에서는 무채색의 클래식룩과 진주 목걸이를 통해 여성 리더로서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 부부의 패션은 국격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김정숙 여사는 3박 5일간의 방미기간동안 버선슈즈, 쪽빛 장옷, 나전 손가방, 분홍빛 누빔옷, 민화를 모티브로 한 블라우스 등 한국적 요소를 살린 다양한 의상을 선보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김 여사가 당시 착용했던 분홍 누빔옷의 경우 전통 누빔옷 장인 김해자 선생이 누빔문화 홍보를 부탁하며 제작한 옷이었으며, 쪽빛 장옷은 천연 쪽물과 홍두깨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물들여 한국의 염색공법에 대해 세계에 소개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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