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노조 적대’ 논란…공공기관 지위 망각했나

김영식 / 기사승인 : 2018-05-21 09: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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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원장 ‘이중적 행태’ 지적…“단체교섭에만 위임(?)”
의료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최근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지며 주목 받고 있다.
의료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최근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지며 주목 받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공공기관 국립암센터가 그간 무노조 경영방침에 따른 부작용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적 성격의 기관임에도 직원 입사 기준을 ‘무(無)노조’ 원칙으로 일관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립암센터의 노조 적대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입사 면접부터 면접자들을 상대로 노조에 대한 생각을 묻는 등 기존 ‘노조 혐오감’을 드러냈던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국립암센터 노조는 지난 3월 보건의료노조에 가입 원서를 제출, 보건의료노조 국립암센터지부의 공식 출범을 알린 바 있다.


당시 이들 노조는 초대 지부장에 이연옥 조합원을 선출하고, 그간 공공기관에서 대부분 폐지된 성과연봉제의 폐기와 함께 인력확충 등을 골자로 한 각종 제도정비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 출범 두 달여가 흐른 현 시점, 국립암센터 노사 간 단체협약 과정에서 각종 진통이 거듭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은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한 사무실 제공 등 기본적 여건조차 사측에서 조성해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원장이나 간호본부장 등 센터 측 핵심 인사들이 교섭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으면서 노조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립암센터 측은 원장 불참과 관련해 교섭 원칙 등을 이유로 “불가피할 경우 (앞으로도 계속)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이어 두 차례 단체교섭 파행 “원칙조차 미합의”
‘노조 혐오감’ 기존 관행 여전(?)…위원 ‘공가’도 논란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노사는 최근까지 1차 실무협의와 두 차례에 걸친 단체교섭을 진행했음에도 교섭 원칙을 합의하는 데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국립암센터가 ‘무노조’ 경영 방침을 세우고 입사면접부터 노조에 대한 생각을 물으며 ‘노조 혐오감’을 드러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일 2차 단체교섭 진행…사측, 원장 불참 속 ‘위임 지속’ 방침


단체교섭 관련, 국립암센터 노사 간 쟁점은 ▲기관의 최고책임자인 원장의 교섭 참가 ▲센터 내 다수 직종 간호직의 최고책임자인 간호본부장 교섭 참가 ▲교섭위원 공가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이다.


이들 노사는 지난 2일 원칙 합의를 위한 2차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립암센터 측은 ‘불가피한 경우 위임할 수 있다’는 교섭 원칙을 이유로 향후 최고책임자인 원장이 참석하지 않고 계속 위임해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국립암센터 입장에 대해 교섭 원칙을 악용한 노조 탄압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노조의 계속되는 항의 속에 노사협의회의 다른 이름인 직장발전협의회에는 누가 참석하느냐는 질문엔 천연덕스럽게 원장이 참석한다고 답변했다”면서 “다시 말하면 노조는 배제하고 개원 이래 실질적 역할을 담보할 수 없었던 노사협의회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는 원장 불참을 선언한 국립암센터 사측 교섭위원 구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눈에 띄는 것이 국립암센터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직종의 최고책임자인 간호본부장이 참석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노조는 의료기관의 단체교섭에 간호직의 최고책임자자 참석하지 않은 사례가 없음을 거듭해 주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단체교섭에 최고책임자인 간호본부장이 아닌 간호부의 후순위 직책자 참여로 충분하다는 사측 입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노조는 “물론 직장발전협의회에는 간호본부장이 참석하고 있다” “또한 국립암센터 연구소의 연구위원이 단체교섭부장이라는 직책으로 교섭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음에도 연구소의 책임자도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암센터 사용자 측 교섭위원 구성 면면은 노동조합을 동등한 파트너를 보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교섭 과정에서 보인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도 노조 측은 칼날을 세웠다. 교섭시간과 교섭 공가, 그리고 노조 사무실 제공 등에 특히 문제가 제기됐다.


먼저 교섭시간과 관련, 노조 측은 초기 실무협의 당시 여기에 참석한 사측 주요 보직자들이 ‘단체교섭은 일과 후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노조에선 일과 후 교섭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히고, 업무시간에 진행돼야 한다는 거듭된 설득 끝에 업무 종료 1시간 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잠정합의에 이뤘다”면서 “불과 1시간이지만 노조가 대승적으로 양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교섭위원에 대한 교섭 공가와 관련해서도 노조 측은 “앞서 노조는 1,000여 명이 넘는 직원이 있음에도 사업장 내 교섭위원을 최소화해 4명으로 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면서 “그동안 잘못된 임금제도 등 현안에 대한 정리할 사항이 많아 1명에 대해 교섭 전체 기간 공가, 나머지 3명에 대해선 교섭 당일 공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조, “사측, ‘소귀에 경 읽기’ 반응”…공가 문제, 업무 혼란 불가피


국립암센터 노조 및 보건의료노조 측은 사측의 '노조 적대'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립암센터 노조 및 보건의료노조 측은 사측의 '노조 적대'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국립암센터 측은 교섭 당일 1명에 대해 반일 공가, 나머지 3명에 대해선 교섭 시각 1시간 전부터의 공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노동조합에선 그간 공공기관에서 교섭 전체 기간 공가의 사례가 다수 있음을 밝히고 노사관계를 원만히 풀어가고자 하는 민간기업의 사례까지 제시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답변은 교섭 당일 ‘반일’ 공가로, 반일 공가 시 현장에서 업무 혼란이 더 있을 수 있음을 주지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는 반응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립암센터는 노조 사무실 제공에도 미흡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노조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지난달 2일 원장과의 면담과 이후 진행된 1차 교섭 당시에도 노조 사무실 제공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왔으나 돌연 2차 교섭에서 노조 사무실은 교섭 당일과 전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제공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그것도 대단한 선심을 부린 듯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국립암센터에는 다른 공공기관에 유례가 없는 노사협의회 사무실을 별도로 두고 있다”면서 “이전부터 운영한 별도의 노사협의회 사무실이야 문제가 아니지만,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에 보여준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노조는 사측이 신의관계를 어겼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최근 사내 포털 게시 내용이 일말의 기대조차 꺾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일 노조 측은 2차 교섭 후 실무직책자를 통해 ‘오늘 교섭원칙을 합의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5월 9일까지 전향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줬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도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14일경에는 노조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국립암센터는 노조 측에 아무런 통보 없이 4일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원장 명의로 ‘단체교섭 진행 안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며 “노사 간 신의는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의 초기 게시 내용 가운데 지부장에 대한 교섭 전체 기간 공가 등 사실 왜곡과 원장 및 간호본부장의 교섭 불참 등 누락 등 센터 측에 불리한 내용에 대한 자체 검열이 이뤄졌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에 노조 측은 “노조의 거센 항의에 (사측은)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면서 “초기 게시 내용의 왜곡과 누락은 노조를 적대시해 벌어진 일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립암센터 측은 21일 서면을 통해 <본지> 질의에 답변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3차 단체교섭이 진행됐으며 교섭원칙 합의와 관련, 교섭위원, 공가 및 사무실 부분 등에서 양측 이견이 있었다”며 “지난 16일 실시한 3차 교섭에서 사측은 교섭원칙 관련 최종 의견을 전달했으며 노조 측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밝혔다.


원장 등의 교섭 불참 이유와 관련, 센터 측은 “단체교섭이 통상적으로 3∼5개월 간 소요되는 점에서 기관장의 업무 특성상 지속적인 참여가 어렵다”면서 “따라서 기관장을 교섭의 총 책임자로 한다면 주요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속병원 근무자가 전체 직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노동조합 조합원의 대다수가 부속병원 근무자인 점을 고려해 부속병원장에게 교섭대표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에도 부속병원장을 교섭대표로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립암센터는 원장 등의 직장발전협의회 참석과 관련해 “직발협 회의는 분기별 1회(연 4회) 개최하고 있는데, 개최 일정을 원장이 참석 가능한 일정 중에서 직발협 근로자측 위원과 협의해 결정함에 따라 원장이 참석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소극적인 노조 사무실 제공 문제에 대해선 “노동조합의 상시 사무실은 단체협약에서 정하거나 사측과 협의를 통해 제공하도록 돼 있다”면서 “국립암센터는 현재 공간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또한 “특히 올 3월부터 부속병원 증축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노동조합을 위한 상시 사무실은 도저히 제공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현재 실방 일부를 외부 사무실에 임대해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전이 완료된 후에야 상시 사무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적 기관의 성격을 지닌 국립암센터에서 불거진 이번 논란에 대한 여론의 눈총은 따갑기만 하다. 과거 무노조 경영 방침을 내세운 국립암센터가 최근에야 정상적 활동을 개시한 노조에 보다 성의 있는 자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국립암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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