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몰라라’ 5개월 동안 계약 지연 속 탄 중소기업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국가스공사가 공사로서의 상생경영은 무시한 채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심지어 한국가스공사 측은 이에 대해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잠잠해지기는커녕 더 확장되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이처럼 갑질 의혹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가스공사는 퇴직자 전관예우나 일감몰아주기, 성추문 등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이번 일 역시 '공사'의 잘못이 더 클 것이라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같은 갑질 의혹이 '책임경영구현'과 '상생협력체계 강화' 등 윤리경영을 천명했던 정승일 사장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불거지면서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한국가스공사와 중소기업 갑질 논란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가스공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성추행?욕설?막말 등 심심하면 구설수



한국가스공사의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17일 <경향신문> 단독보도 때문이었다. 이에 따르면 가스공사 측은 수억원대 제품개발비 등 지급을 약속한 중소기업과 다섯째 계약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중소기업의 경우 가스공사가 진행하는 '중소기업협력과제' 공모에서 당당하게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부서의 반대라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계약이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압축천연가스(CNG) 밸브?탱크 제작업체인 태광후지킨과 협력사인 남경씨에스, 천연가스차량협회는 공동으로 가스공사 중소기업 협력과제 공모에 '밀폐박스 없는 CNG 차량 시스템 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여기서 선정되기 위해서는 1차, 2차, 3차 총 3차례에 걸친 심사와 통과해야한다. 그리고 태광후지킨은 가스공사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함으로서, 최종 선정된 3개 업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태광후지킨이 내세웠던 '밀폐박스 없는 CNG 차량 시스템 개발 사업'이란 노후된 경유차량을 저공해차인 CNG로 개조해 미세먼지를 절감한다. 또한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경우 부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처지가 간편해지고, 밀폐박스 제작비 감소로 차량 개조비역시 종전에 비해서 60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공모에 당선된 태광후지킨은 가스공사에서 지원받을 기술개발비 3억 5천만을 통해서 제품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돌연 가스공사 사업부사인 LNG직공급부가 갑작스럽게 이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LNG직공굽부서는 지난해 12월 7일경 태광후지킨 관계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해당 기술은 개발이 완료된다고 해도 교통안전공사의 재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태광후지킨 등은 제품의 하자가 드러날 경우 가스공사를 통해서 지원받았던 제품개발비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NG직공급부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의 중에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도 통과했는데 이제와 반대?


이번 사안이 '갑질'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유는 일단 태광후지킨이 내놓았던 기술 자체가 전문지식을 갖췄던 내?외부 심사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서 3단계 심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부서의 반대를 이유로 5개월간 계약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중소기업'에 대한 공사의 갑질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태광후지킨 등은 LNG직공급부다 원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업이 최종과제로 선정되자 이를 두고 이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봤다. 물론 이에 대해서 가스공사 측으 계약이 지연된 것에 이유가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우선 회의를 진행하던 중에 LNG직공급부 담당자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 갑질로 비춰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태광후지킨 등이 공사 측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아서 계약서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스공사 측은 "지난 1월 12일 시행계획서 검토의견을 송부했고, 2월 8일 1차 회의를 진행했다"며 "이어 같은 달인 25일 중소기업 기행계획서를 수정본을 제출했으면 3월 9일 시행계획서 2차 회의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일부 관련 서류에 대해 과제수행기관의 사실여부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수행기관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는 등 회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측은 과제수행기관의 수차례 회의를 가지면서 기술개발과제와 관련이 없는 내용을 수정 및 보완을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과제수행기간 및 과제비가 불가피하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 측은 공사가 갑질을 한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스공사는 과제수행기업과 수차례 협의를 통해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과제내용 수정을 도와 현재 중소기업 기술개발과제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에도 중소기업 상생경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국가스공사 측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갑질 그런 게 아니다"라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무 담당자가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한 것은 맞지만 갑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사실 이번 사안은 공사의 갑질의 문제가 아니라 양측의 이견 차이로 빚어진 해프닝일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사업개발비를 지원하는 공사 입장에서는 충분하게 검토를 거친 후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언론 등을 통해서 이슈화되는 것은 그동안의 가스공사를 둘러싼 갑질 등 잡음이 많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불거진 논란은 가스공사 부장이 여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것이다.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2급 A부장은 여성 직원 B씨와 C씨를 강압적으로 수차례 껴안고 팔뚝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해당 여성 직원들은 A 부장의 행동에 대해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다음날 A직원은 여직원을 찾아가서 성추행 등에 대해서 "무조건 잊어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삼척 가스생산기지 인근 주민들의 보상 문제와 관련해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 등에게 욕설을 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가스공사는 보상을 해주는 우월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이용해 변호사나 인근주민들에게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법률사무소의 가스공사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였다.


해당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11월 3일 가스생산기지 설치와 사업개요, 사업현환, 해당 주민에 대한 보상내역 일체, 향후 보상계획 등과 관련해서 공사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당시 가스공사 측은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정보공개문제를 놓고 통화하는 과정에서 "야, 이 XX야. 변호사라는 XX가”라는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사무소 측은 가스공사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서 "가스공사직원들의 평소 민원인들을 상대하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스공사의 고압적인 태도나 갑질 문제는 한두 번 불거졌던 것이 아니다.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로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서 오르내리면서 '갑질'이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린 것이다.


이에 정승일 사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윤리경영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은 공기업의 필수 조건인 투명 경영의 출발은 조직 구성원의 철저한 윤리의식과 책임감 있는 주인의식으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가스공사에 갑질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진제공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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