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 구성…숨겨진 자금 또 나올까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금융감독당국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위해 현장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최근 이에 대한 증거확보를 목표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들을 재추적한다고 밝혔다.


차명계좌가 있는 증권사에 잔고와 거래내역 등이 남아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감원은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특별검사에 해당되는 증권사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4곳이다.


아울러 당국 관계자는 “이 회장이 27개의 차명계좌로 삼성전자 등 상장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에 1992∼1993년 상장주식 주주명부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증권사, 갑작스런 현장검사에 ‘갸우뚱’


최흥식 원장, 빈손 걱정에 “상황 여유 없다”


최근 금융당국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중 27개 계좌에 대한 재검사에 돌입했다. 이는 해당 계좌가 ‘과징금 부과대상’이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강행되는 것.


실제로 이와 관련해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해석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27개다. 특히 금융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8월12일 당시의 계좌 잔액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측은 “원승연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날부터 2주간 27개 계좌가 개설된 4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가 이에 해당된다.


특히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개설된 차명계좌의 거래 내역과 잔고 등을 다시 들여다본다”고 계획을 전했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11월 검사에서 27개 계좌가 금융실명제 시행일 이전에 개설됐지만 관련 자료는 폐기됐음을 확인한 바 있다.


법제처, 과징금 부과 강조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들로부터 원장(元帳)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보존기간(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단순히 ‘폐기됐다’고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직접 (증권사에) 가서 문서 저장고 등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있다면 계좌 잔액이 얼마인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법제처로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차명계좌를 개설했지만 실명전환하지 않았다가 실명제가 법제화된 1997년 12월31일 이후 실제 주인이 밝혀진 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에 따르면 특검 수사 등으로 현재까지 파악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총 1229개이며, 이 가운데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계좌는 27개다. 27개 계좌는 모두 증권계좌로 파악됐다.


재검사 진행…금융권, 우려의 목소리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사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25년이 지난 잔액 정보를 당국이 찾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꼽힌다.


특히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확신을 갖고 검사에 나선 게 아닌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결과를 지켜보자’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가능 시한은 4월 17일까지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며 “해당 증권사들은 지난해 당시 자료를 이미 폐기했다고 보고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삭제된 자료들이 서버에 남아있는지, 복원이 가능한지에 이번 검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계좌 잔액을 찾아내면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액은 금융실명제 실시 당시 계좌 잔액의 50%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이번 검사를 통해 차명계좌를 철저히 확인함으로써 과징금이 적절히 부과되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런 가운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출입기자단에게 “빈손이면 어떡하나 걱정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은행이면 계좌 잔액이 남지만 증권사는 하필 합병을 했다. 우리가 기대하는 건 증권사들이 (증권전산기관인) 코스콤에 (거래원장 등을) 위탁한 게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코스콤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


이어 그는 검사 결과 잔액을 확인하지 못하는 리스크에 대해서 “빈손이면 어떡하나 걱정할 만큼 (상황이) 여유 있지 않다. 다각도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강경 발언 쏟아낸 박용진, ‘24년간 금융실명제 엉터리 운영’


한편, 금감원이 이 회장 차명계좌 재검사에 대해 박용진 의원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금감원의 이건희 차명계좌 TF가 면피성 뒷북TF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건희 차명계좌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나 지난 지금, 금융당국은 이건희 차명계좌 검사를 위한 TF를 꾸린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차명계좌 TF 운영과 검사 착수는 반갑지만, 허겁지겁, 면피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박 의원은 “또한 지난 국정감사에서 억지주장으로 버티기와 시간끌기를 한 금융당국이 국민이나 국회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이제 와서 일하는 척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실명제는 지난 24년간 엉터리로 운영돼왔다. 이건희 차명계좌는 지난 9년간 법 집행이 방치돼왔다. 이 모든 책임은 바로 금융당국에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박 의원은 금융당국은 지금까지의 무책임과 국민 기만을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TF는 실무인력이 10명에 불과하고,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운영된다. 하지만 이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 종결을 위한 요식행위로 끝날까 걱정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차명계좌 TF는 빈수레 TF, 뒷북 TF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원은 “이처럼 전면적이고 강력한 실태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검사가 책임회피용, 면피성 검사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나는 금융당국에게 그 책임을 준엄히 물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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