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도급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예상하지 못했던 손실반영과 어닝쇼크, 그리고 인수·합병(M&A) 불발 등으로 인해서 난관에 봉착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14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경우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와 카타르 고속도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3084억원 263억원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연간 7000억원 이상이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4000억원에 머물렀다.


대우건설의 빅배스(big bath, 한꺼번에 부실을 털어내는 것)에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실적발표 전 대비 12%나 하락한 것이다.


이로인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8일 호반은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다"며 인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현재 신용평가사도 대우건설의 대외신용도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봤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기업신용등급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4분기 해외사업에서의 잇단 대규모 손실 발생에 의한 것으로, 한기평 측은 대우건설이 진행중에 있는 공사물량의 질적 수준과 공사수행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부정적 검토란 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될 경우 신용평가사가 등급 강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장기신용등급은 A-로, 한 단계 낮아지면 BBB+ 등급이 된다. 현재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가운데 장기신용등급이나 기업어음, 회사채 등급이 B급인 곳은 대우건설을 제외하고는 없다.


사실 대우건설은 재작년 말에도 부정적 검토 대상이 된 바 있다. 당시 회계법인이 대우건설 분기검토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에 '의견거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주택시장의 호조로 인해 실적회복을 하면서 '부정적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약 10개월 만에 다시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된 것이다.


이번 등급감시 대상을 등록한 이유에 대해서 한기평은 해외 사업에서의 추가 손실을 꼽았다. 특히 모로코 사업의 공정률과 적정 공정률(공정률이 선형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해 산출) 간 괴리가 0.5%에 불과하고 지난해 4분기 시험 가동이 예상돼 있어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됐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서 한기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서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대우건설 국내외 공사의 질적 수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으로 인해서 대우건설의 공사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현재 모로코 사업에서 발생한 자제 손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시스템 전반의 설계 문제인지, 시공 과정에서 이물질 유입에 따른 손상인지 여부는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한기평은 "그동안 주요 업체들의 해외사업 손실 요인이 발주처의 인허가 지연, 자재인도 지연, 인력 및 자재 수급의 어려움 등 외부요소와 공사 과정의 문제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에 반해서, 이번 손실은 대우건설의 귀책가능성이 높다. 공사수행능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문제로 꼽히는 것은 대우건설의 전반적인 대외신뢰도 저하와 만기도래 차입금 규모 부담이다.


한기평은 "호반의 인수 철회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대규모 손실로 전반적인 대외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1년 내 만기도래 차입금 비중이 88.1%(1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공시지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1조원, 책임준공 및 변형된 PF 신용보강 우발채무 5조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차환 및 상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어닝쇼크로 인한 매각 불발로 인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재매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본입찰에 나섰던 적을 상기하면 더 그렇다.


호반건설은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긴장감없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가 역시 기존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1조6000억원(주당 7700원)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의 주가는 4000원대를 코앞에 둔 5060원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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