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사회에 '미투 운동'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양상은 언론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언론계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한 전직 여기자의 용기 있는 고백에 여론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A씨, 성폭력 피해에 ‘남성 따라하기’까지


지난 7일 과거 파이낸셜뉴스와 YTN에서 근무했던 전직 기자 A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성추행·성희롱 피해 사실을 글로 고백했고, 가해자는 공개 사과문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첫 직장에서 신입 교육담당 부장은 대부분 회식자리에서 제 옆에 앉아 어깨나 허벅지를 만졌고, 어떤 날은 다리를 덮어놓은 겉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A씨 토로에 한 남자 동기는 “너 때문에 회식 많이 잡히는 것도 짜증나는데 찡찡대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두 번째 직장에서도 성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회사 선배가 전화로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회식 이후 선배가 자신의 집 방향 택시에 우겨넣었던 피해 경험담을 글에 담았으며, 심지어 다른 언론사 선배와 남성 취재원으로부터 겪은 성추행 피해도 이야기했다.


이 같은 성폭력 피해에 A씨는 화장도 하지 않고 목소리를 굵게 내며 어투를 남성처럼 따라하려 애썼다고 했다. 또 A씨는 20대 초중반 ‘성희롱을 감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힘 싣는 여론…가해자, “어떤 핑계·이유 있을 수 없어” 공개사과


A씨의 미투 운동 동참 선언에 전 직장인 YTN 동료들은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YTN 여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더 일찍 들여다보고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불찰에 대해 선배이자 동료로 한없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연대의 중심에서 피해자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역시 사측에 정확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지부는 “성폭력 문제가 우리 직장 안에서도 일어났다는 데 깊은 유감”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A씨 글 가운데 두 번째 직장인 YTN 소속 B기자가 공개 사과문을 통해 사죄 의사를 밝혔다.


B기자는 “공개 사과문이 피해자에게 또 다시 고통을 주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어떻게든 죄송하다는 말은 전하는 게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천박하고 야만적인 괴물이 제 속에도 있었다”며 “저의 부주의한 말과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을지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 짧은 사과로 미안함을 전하고 사과를 받아준 것으로 착각하며 지금껏 지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B기자는 “"어떤 핑계나 이유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잘못했다. 죄송하다”며 “평생 자각하고 돌아보고 반성하며 살겠다. 어떤 책임도 회피할 생각 없다. 여건이 된다면 곧 만나서 다시 사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YTN 측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B기자에 대해 자택대기 발령을 조치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YTN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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