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마음’ 따라 바뀌는 경영진…‘계약해지 번복만 3번’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맥널티가 부당한 인사전횡(人事專橫)으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취임한 지 두 달 밖에 안 된 커피사업부 사장에 대한 ‘계약해지’를 세 차례에 걸쳐서 번복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계약해지가 해당 CEO의 경영실적 등과는 관련이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한국 맥널티 측은 “의사소통 오류로 비롯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 심지어는 부적절한 인사조치가 대주주들 간의 경영권 분쟁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한국맥널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이은정?고학준 대주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희생양’?
“의사소통 오류로 인한 해프닝일 뿐?” 황당한 해명만


한국맥널티 자문교수로 4개월 가량 활동해오던 전형주(52) 전 사장은 고학준 회장의 영입 제안으로 인해서 지난해 10월 10일 한국맥널티 커피사업부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쫓겨났다. 전씨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사측이 계약해지 사유로 내세운 것이 ‘부당 인사 개입’이라는 점이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는 “사측은 나를 해고한 사유를 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K 부장 인사에 내가 개입했다는 것 때문”이라며 “당시 고학준 회장님이 회사를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외부 인재 영입을 하고 싶어했다. 나에게도 여러 차례 사람을 더 뽑으라고 이야기 하셨다. 주위 인맥을 통해서 프랜차이즈 카페 B에서 근무했던 지인 K부장을 추천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던 중 K부장이 우연히 나를 보러 회사에 온 적이 있다. 당시에는 면접을 본다는 개념도 아니었다. 다만, K부장이 회사에 왔던 중에 사장실로 들렀던 고학준 회장님이 K부장을 보게 됐다. ‘K부장이 B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다’고 이야기하자 고 회장님은 6층 회장실에서 면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리고 나서 두 분이서 6층 회장실에서 면담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전씨에 따르면 고 회장은 K부장과 면담이 있은 후 ‘K부장에게 취업 의사가 있다면 채용시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씨는 K부장 채용을 위해서 정식 면접 날짜를 잡았지만, 면접을 진행한 사람은 본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K부장의 면접을 담당한 사람은 한국맥널티의 이은정 대표이사의 제부인 최경필 인사담당 상무와 고 회장이었다.


전씨는 “내가 추천했지만 K부장이 입사는 어디까지나 회사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사측은 이제와 내가 채용 과정에 개입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내세우며 ‘계약해지’ 빌미로 삼고있다”고 토로했다.


사측은 이전까지는 K부장 채용과 관련해서 일언반구 한 마디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전씨에 대한 계약해지 통보를 하기 전날에 가서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했으니 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어이없는 ‘계약해지’ 과정


전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일방적인 계약해지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사측의 태도였다. 사측은 정작 당사자인 전씨에게는 계약해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를 알게 된 것은 다른 직원들의 메일로 사측이 ‘전씨의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실을 알려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원들이 전해주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여기다 더해 사측은 이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3번이나 번복하기까지 했다.


전씨는 “계약해지 전날 사측이 ‘해고를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측은 일상적으로 해고시키겠다는 말을 해왔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처음 전씨가 해고사실을 알았던 것은 지난달 14일 오전 9시께 사측이 커피사업부 사장 계약을 해지한다는 인사발령을 직원들의 메일로 통보했다. 첫 인사발령부터 사측은 전씨에게 어떠한 서면통지도 없이 다른 직원들에게만 알린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같은 날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해당 인사 발령은 오류로 발송됐다’는 메일이 발송된 것이다. 첫 번째 번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약 한 시간 후 또다시 뒤집혔다. 전씨에 대한 CEO 계약해지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5시에는 CEO 계약해지 건이 ‘최종 무효화 됐다’는 공지가 다시 한 번 전달됐다.


전씨에 대한 해고 공지가 처음 통보된 뒤 9시간 동안 무려 3번에 걸쳐 의사 결정이 번복된 것이다.


사측이 전씨에 대한 해고를 다시 최종 결정한 것은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나서 약 일주일 뒤인 20일이었다. 이 때 처음으로 사측은 ‘내용증명’을 통해서 전씨를 해고한다는 서면통지를 해왔다.


전씨는 “사측은 ‘해고를 무효화 한다’는 결정은 이사가 내린 것이다. 따라서 계약은 해지된 것이 맞고 출근하지 말라며 이은정 대표의 직인이 들어간 내용증명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씨가 다음날 출근했을 때 사장실 문에는 ‘폐쇄’라는 말과 함께 ‘전씨의 출입을 금함’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전씨는 이러한 사측의 강압적인 행동에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전씨에 대한 사측의 계약 해지 사유 자체도 납득하기 힘들며, 국내에서 업계 1위를 달리는 회사가 주먹구구식으로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것 자체도 정상적이 범주로 보긴 어렵다.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이 같은 한국맥널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대주주들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997년에 회사를 설립한 뒤 20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고학준 회장과 이은정 대표이사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경영진들이 그 희생양으로 부당한 인사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씨 외에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사임하거나 사직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몇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맥널티에서 지난 2016년 D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D 전 부사장은 고 회장의 친구로 8개월 가량 근무하다가 사임했다. 또 일본에서의 업무를 위해서 영입한 E 전 이사도 지난해 12월 사직했다. 이외에도 고 회장이 추천하여 영입한 인사들 2명 모두 퇴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 회장의 영입한 인물들로서 회사의 근무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전씨는 “이은정 대표의 경우는 나에게도 ‘본인을 따르지 않으면 일하기가 힘들거다’, ‘해고시킬 수 있다’, ‘이 회사의 주인은 나야’등의 이야기를 몇 번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미뤄보았을 때 전씨의 계약해지의 진짜 이유는 ‘부당 인사 문제’때문이 아니라는 걸 짐작 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한국맥널티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은 이 대표와 고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고 회장이 영입한 인물들이 부당한 인사를 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시발점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맥널티가 상장하기 전인 2015년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당시만 해도 고 회장과 이 대표의 지분은 5:5였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2015년 9월 고 회장은 2회에 걸쳐서 이 대표에게 78,500주를 양도했다. 이로 인해서 회사의 지분구조가 무너졌다. 현재는 이 대표 지분이 35.18%, 고 회장의 지분은 33.6%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회장이 이 대표에게 지분을 넘긴 가장 큰 이유는 회사의 성장 때문으로 짐작된다. 당시 한국맥널티는 여성이 직접 창업해 코스닥까지 상장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여성이 CEO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도 고 회장이 이 대표에게 지분을 넘김으로서, 한국맥널티 이러한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후인 2016년부터 고 회장과 이 대표의 사이는 급격하게 틀어졌으며, 그 때부터 고 회장이 영입한 인사들의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씨의 경우에는 고 회장이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뽑은 인물이지만, 이 대표는 그렇게 받아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씨가 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내세운 인물로 생각하고, 견제하기 위해 해고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한 한 관계자는 “고 이사가 한국맥널티의 여성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키면서 성장을 위해 새 여성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했지만 이 대표가 이에 반대하며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결국 대주주의 힘겨루기로 새로 영입된 전 사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스페셜경제>는 수차례 한국맥널티 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본사 측의 직접적인 입장을 들을 순 없었으며, 법무법인 양헌 측을 통해서만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법무법인 <양헌>은 "현재 해당 문제는 법적 분쟁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며 "전 전 사장에 대한 해고라고 보지 않는다. 임원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하고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전 사장의 경우 임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하거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그런 것이 없이 업무를 이어왔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한 것"이라며 "인사 건 외에 다른 문제도 있지만 현재는 밝힐 수 없다. 현재 전 전 사장이 언론 등을 통해서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정황들도 많이 보이고 심지어는 전 전 사장이 기사를 작성해서 언론사로 보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때문에 우리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공식 대응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들이 전씨 관련해 회사를 음해하는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 한국맥널티 측은 일부 언론사들을 상대로 3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있다며 혹시 보도를 할 경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생각해 신중히 보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양헌 측은 공정하게 회사 입장을 반영하고 싶다는 <본지>에 "전 전 사장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는 등 언론을 호도하는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한편, 지난 28일 고 회장은 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 사유는 전씨의 계약해지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고 회장이 이 대표의 이사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인사위원회는 고 회장에 대해서 사문서 위조를 지시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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