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농가와 계약 평등하다?…‘노예계약’ 반발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올해 초 첫 대기업집단에 입성한 하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하림에 대해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감 등을 통해서 하림이 우월적인 지위를 위치해 육계 농가에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여기다 더해 하림 오너가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운영하는 올품의 자회사였던 한국썸벧에 대해서 하림이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한국썸벧이 약 10%의 수수료 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 하림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대기업 집단에 입성한 하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했다.


'갑질 의혹' 칼 겨눈 공정위 “주의 깊게 살펴본다”
하림 “위탁농가와 불공정 갑질 논란 해명에도 반복 돼”


하림은 올해부터 편법 승계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한 차례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전까지는 중견기업으로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상대적으로 덜한 위치였기에, 공정위 등 감시기관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대기업집단에 입성하면서, 공정위의 칼날이 하림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하림이 ‘닭고기 값 담함’을 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적으로는 시장점유율 20%가 넘는 하림이 닭고기값 담합을 주도했는지 여부와 생닭을 가맹점에 넘기는 과정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담합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 한 해가 하림에게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 같은 예상은 국정감사에서부터 현실화됐다. 지난달 12일에 있었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부처 국정감사에서는 ‘축산계열화 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면서 하림 역시 집중포화를 받게 됐다.


축산계열화 사업이란 하림 등 축산기업이 농가와 위탁계약을 맺고 가축·사료·약품 등 생산재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가축을 출하할 때 농가에 위탁수수료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 육계 계열사는 육계 농가 전체 94.7%를 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축산계열화 사업은 최근 몇 년간 AI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 계열화 기업들이 방역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가축이 죽었을 때 살처분 보상금을 받고, 매몰비용과 방역책임은 농가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위탁농가와의 계약이 평등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어서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갑질을 하는 일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하림 등 국내 축산계열화 사업체들이 병아리·사료 값을 부풀려 정부·지자체가 농가에 지급하는 AI살처분 보상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초 계약한 연중 병아리 공급부족을 이유로 일방적인 가격을 변경하는 갑질까지 일삼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은 “계약농가와 병아리 공급단가를 병아리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공급가격을 변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가뜩이나 노예계약서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계약가격 마저 제 사정으로 따라 마음대로 바꾸는 일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냐”면서 “이렇게 교묘하게 계약농가들을 후려친다면 정부가 마련한 축산계열화 사업분야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은 종이호락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갑질 의혹 등에 대해서 “하림의 사육 농가에 대해서는 계약 관계상 불평등한 것은 전혀 없다. 불평등하다는 사례가 나온다면 책임을 지겠다. 그동안 하림은 망한 농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갑질 병아리 계약설’ 진실은?


김홍국 회장까지 나서서 불공정 계약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달 6일에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또다시 하림 갑질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문제는 병아리 소유권에 대한 것이다.


하림의 경우 농가의 계약을 맺고 병아리와 사료를 외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후 사육이 끝난 다 큰 닭 전량을 매입하고 외상가격을 제외한 금액을 농가에 지급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하림과 위탁농가의 계약에 따라 길러지는 병아리의 소유는 계약상은 농가로 돼 있지만, 병아리에 대한 재산권은 하림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계약 때문에 하림이 농가들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병아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 등으로 죽게 되면 그 책임은 모두 농가가 지게 된다. 병아리가 폐사할 시 그 비용과 사료값도 농가가 지불해야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도 하림을 정조준했던 김 의원은 AI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방역에 대한 권리와 책임의 분배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림과 같은 기업들이 방역의 의무는 지지 않고 AI발생 시 출하적체를 해소하고, 보상금을 받고 이로 다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병아리들에 대한 책임을 농가로 돌려, AI 등으로 인한 폐사에도 하림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구조라는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위탁농가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공정위까지 나섰다.


김상조 위원장은 “계열기업들과 위탁농가 사이에는 거래상 지위가 균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림 등의 사업주들이 소유권에 따르면 위험을 부당하게 농가에 이전시켯다면서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이나 불이익 제공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농가와 계열업체 간 관계가 몹시 불공정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이제는 드러내서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림, 계열화 사업 ‘문제점’ 없다


‘하림’에 대한 집중포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림에 따르면 계열화 중인 ‘육계농가’에 대한 불공정 갑질 이야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약 5~6년 정도 됐다고 밝혔다.


하림 측은 “AI 방역은 농가와 같이 한다. 하림과 농가는 한 몸이기에 농가에게만 맡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좋은 닭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림과 농가 모두 같은 방향을 봐야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단순히 ‘불공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 측에 따르면 AI 발병이 유난히 많았던 지난해의 경우 발명 농가는 총 383개였다. 이 중에서 육계농가는 4개에 불과했고 이 마저도 하림과 관련된 농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I가 발생했을 때 매몰비용과 방역 책임을 농가에 돌린다는 의혹에 대해서 “AI발병으로 인한 살처분 이야기가 나오면서 보상금과 병아리 소유권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육계 발병 농가는 1%도 안 됐고, 하림과 관련도 없는 농가였다. 여기서 하림이 AI 방역을 제대로 안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머지 멀쩡한 99% 농가는 의미가 없는 것인가”라며 “더욱이 AI 발병으로 인해서 살처분 될 경우 국가 전염병 법령에 따라서 그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낸다. 하림이 그 책임을 농가에게 돌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더욱이 정부는 도계를 기업이 팔았을 때 생기는 부가가치나 영업이익적인 부분은 전혀 보상해 주지 않는다. 이런데 AI 방역에 하림이 두 손 놓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정부 보상금을 하림이 편취한 적이 없다. AI 살처분이 생기면 정부는 농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 그 때 시가로 보상을 해준다. 당연히 닭의 공급이 떨어지면 시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림이 닭을 사가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정부에게 받기도 한다”며 “다만 그동안 하림이 제공했던 병아리 값이나 사료 값은 보상금에서 받는 것이다. 그 외에는 어떠한 것도 받지 않았다. 정말로 하림이 보상금을 편취했다면 그런 일을 겪은 당사자가 나올 법 한데 그런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우리 농가들 중에서는 이런 불만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하림 측은 “AI는 아직까지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전북·충남 서해안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철새의 분변 등을 통해서 AI 감염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때문에 AI의 발병을 막기 위해서는 방역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공중에서 분면이 떨어지는 부분까지는 우리가 컨트롤 할 수는 없다. 이 부분까지 하림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하림 측은 “특히 AI같은 경우는 우리가 키우는 육계가 아니라 산란계와 오리에 90% 이상 집중된다. 당연히 보상금 문제 역시 90% 이상 오리나 산란계 농가로 간다. 그렇다면 그쪽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관역을 오조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불공정 계약 문제 등은 농림수 의원이 바뀔 때마다 계속 불거져나 나온다”고 말했다.


계열화산업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 하림 측은 “계열화 사업은 닭고기의 생산성을 높여서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안정적으로 보급하는 것”이라며 “계열화의 장점은 닭고기 자급률만 봐도 알 수 있다. 닭고기 자급률이란 국내에서 생산돼 소비되는 양을 일커른다. 닭고기는 소와 돼지 중에 자급률 85%로 가장 높다. 소고기의 경우 농림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5%에서 지난해 38%로 떨어졌다. 아무리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도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프랜차이즈에 넘기는 도계육 가격은 현재 3000원가량 되는데 이는 10년간 변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가격을 높이게 되면 브라질산이나 미국산이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닭을 보급하면서 국산 닭 소비가 더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닭을 키우는데 사료와 우량 병아리가 가장 중요하다. 하림같은 기업에서 닭이 잘 클 수 있는 사료와 좋은 병아리 농가에게 외상으로 공급하고, 농가는 잘 키워 좋은 품질의 닭을 우리에게 공급한다”며 “농가가 일일이 좋은 사료를 다 고를 수도 없을뿐더러 공급하는데 있어서 하림만큼 낮은 가격대로 가져올 수 없다. 이 부분을 하림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만약 하림이 공급하는 사료 가격이 오른다면 그만큼 닭값도 오른다. 예를 들어 곡물 가격 인상으로 사료값이 20%이 인상된다면, 닭값 역시 20% 인상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림 농가들은 닭을 키우는 원가에 대해서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하림 농가들은 10년 전에 비해서 소득이 3~4가량 늘어났다. 만약 계열화 시스템이 불합리하고 문제가 많다면 우리나라의 닭 자급률 85%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수상한 거래?


하림에서는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하림그룹 오너가의 장남인 김준영씨의 회사인 올품의 자회사인 썸벧이 양계농장의 동물약품 구매대행을 맡은 것이다.


이는 하림이 준영씨에게 비상장회사인 올품의 지분 100%를 증여했던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품은 그룹 소속 양계농가의 동물약품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업무는 올품의 자회사인 한국썸벧으로 넘어갔다. 일종의 썸벧이 구매대행 노릇을 학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하림의 거래 절차가 수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림은 업계 1위를 달리는 육계 유통업체다. 당연히 동물약품 도·소매상이나 동물약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객일 수밖에 없고, 계열사를 통해서 구매대행을 하지 않아도 거래상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싼 값에 약품을 조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썸벧이 구매대행을 함으로서 하림과 농장 모두 손해를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농장의 상황마다 필요한 약도 제각각일 수 있다. 때문에 중간에서 계열사가 공급할 약품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도 농장의 입장에서는 불만사항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림이 이처럼 불편한 거래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썸벧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썸벧은 하림과 농장주 간의 거래에 끼어서 약품 대금의 10%가량의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공정위 측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썸벧의 구매대행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약품을 구매한 행위와 하림과 약품 가격을 협의하는 과정 모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도 한국썸벧의 역할이 대량의 동물약품 재고운영 등 실질적 행위 없이 단순히 특정 약품을 거래처에 대신 주문하는 데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이 거래로 하림이 한국썸벧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보고 ‘일감 몰아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기에 더 힘이 실리는 이유는 동물용 약품을 구매하면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거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계열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썸벧의 경우 올품의 자회사였다가 지난 5월 제일사료가 사업부를 인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품이 제일사료의 지분 11.89%를 소유하고 있기에, 결국 동물약품 구매대행을 통한 이익의 일부는 올품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준영씨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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