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방산기업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국가 방위산업에 이바지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최근 정부가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졸지에 ‘방산인’들은 적폐의 세력으로 몰리고 있다.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방산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면서 ‘묻지마식 소환’ 폭탄을 돌리며 방위 산업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방위산업의 천병 역할을 담당하는 방산 업체는 정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타킷으로 수사선상에 이름을 오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방위산업 비리 척결을 외치고 있다. 비리는 반듯이 뿌리를 뽑아야 하며 도려낸 환부에서는 그에 맞는 규제와 해결책을 마련해야 다시 곪아 썩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뭇잎이 썩었다고 숲에 불을 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숲 전체를 비리의 집단으로 규정해서도 안된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비리로 인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카이의 류재선 노조위원장은 “방산비리 혐의는 척결 대상이지만 이로 인해 카이가 준비 중인 미국 고등기 교체 사업 도전 등 주요 사업까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근 카이 경영비리의 윈흉으로 하성용 전 사장의 구속 수감되며 수사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지만 어렵게 이룬 항공 방위산업 분야에서 카이가 잃은 것은 막대하다.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방산시장에서 카이의 이미지는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비리와 방산비리 의혹으로 인해 미국 공군 APT 사업 수주전 기대는 커녕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안보를 위해 방위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 없이 경제의 논리와 일부 경영비리를 방위산업 전체의 곪았던 비리를 터트리려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위 산업의 특성상 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전력화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최상의 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를 경제적인 논리에만 규정하고, 투자 대비 결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략 무기들이 고사될 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단죄(斷罪)하되 방위산업 생태계를 짖 밟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 방산인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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