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中 합작 카드 등 묘수 제안…‘현실적인 지원 해줘야’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 매각 실패 시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며 매각에 사활(死活)을 걸었다.


지난 12일 금호측이 제출한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거부 의사를 밝힌데 대한 진정성을 ‘경영권’과 맞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자구계획안에 따라 유상증자는 연말까지 추진하고, 중국법인 지분매각을 통한 합작은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주장했다.


중국의 더블스타 매각이 결렬되고 박 회장의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를 거부하기도 어려운 형국(形局)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금호타이어 매각의 현실성을 비춰보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의 매각 가능성 가장 큰 만큼 금호측과 채권단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금호타이어 매각의 또 다른 분수령으로 작용될 수 있는 회생 자구안의 현실성과 금호타이어 매각을 짚어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 매각이 실패할 경우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4일 “연말까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내년 3월말까지 중국법인 지분 매각을 통한 합작을 추진하겠으며 실패 시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까지 포기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타이어 회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자구계획의 진정성을 높이는 한편, 이를 꼭 실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2일 산업은행에 2000억 규모의 유상증자 및 중국법인 지분 매각을 통한 합작 추진 등이 담긴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측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경우 채권단 일각에서 우려하는 그룹의 재무 유동성 악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사모펀드(PEF)를 통한 유상증자 참여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포기’ 각오 발언 <왜>


박 회장의 ‘실패시 경영권 포기 불사’ 발언은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채권단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보완자료를 요구한 데 따른 ‘진정성’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룹에서 매각된 금호타이어를 반드시 되찾아와 금호그룹 부활의 마지막 단추를 꽤겠다는 박삼구 회장의 애착과 의지를 엿 볼수 있는 대목이다.


‘금타 자구안’ 제출에도 채권단 거부…또 다른 속내 있나?


박 회장 ‘배수진’에 채권단 움직이나…불이행시 권리 포기


박 회장 측은 12일 제출한 6300억원 대의 자구계획안은 크게 3가지다. 중국 공장 매각 3000억원, 유상증자 2000억원, 대우건설 지분 매각 1300억원으로 총 63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것.


▲ 금호아시아나그룹(좌) 산업은행 (우).

박 회장은 계열사와 재무적투자자(SI)를 통해 각각 1000억원씩을 조달해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측은 채권단의 우려하는 그룹의 재무 유동성 악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사모펀드(PEF)를 통한 유상증자 참여방식으로 2000억원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를 통해 유상증자를 해결함으로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무 유동성 악화 가능성을 원천 배재할 수 있다는 것이 금호측의 설명이다.


‘알박기’ 우려…유상증자 확보


일각에서는 2000억원의 유상증자에 대해 알박기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채권단 역시 지난 7월 금호 측의 이러한 자구계획안을 제시했을 때 이에 대한 우려를 했다.


하지만 금호측은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내년 3월말까지 지분 매각을 통한 중국법인의 합작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복수의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며 채권단이 동의하면 지분매각을 통한 합작을 성사시키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구계획안의 핵심인 중국 공장 매각 방안은 중국과 베트남 공장을 거느린 홍콩법인을 ‘3개 중국 공장’과 ‘베트남 공장’으로 인적 분활해 중국 공장 지분 70%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중국 공장 매각이 이번 자구계획안의 핵심으로 떠오른 만큼 복잡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호측은 대우건설의 지분 4.4%를 매각해 13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자구계획안에 담았다.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 계획안에는 일반직 130명을 구조조정하고 임원의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반대해온 생산직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논란이 됐다. 금호타이어 생산직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200만원으로 국내 타이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임금 인상으로 잦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박 회장 ‘진정성’ 알아줘야


박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인수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회사를 살려내야겠다는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채권단에서 잘 결정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 측은 “자구안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없어 평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채권단 측은 “전체적이 틀이 박 회장이 지난 7월 채권단에 제안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걸고 살린 마지막 ‘불씨’…모든 재도약 수단 동원


국내 인수 기업 사실상 全無…결국 ‘박삼구의 손에 달렸다’


채권단은 다음주 초에 열리는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가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中 더블스타와의 형평성 논란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중국의 더블스타와 계약이 결렬되면서 사실상 금호아시아나측과 계약을 추진하고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채권단이 지금과 같은 주장을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또한 박 회장의 자구안을 놓고 앞서 계약이 결렬된 더블스타와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매각 과정에서 2700억원 규모의 상표권을 보존해 주는 등 극도의 저자세 보인 것도 채권단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업계에서 더블스타의 편의를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기업 마땅한 대안 있나


업계에서는 이번 금호타이어 매각이 사실상 박삼구 회장의 손에 달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부유출 논란 등을 경험한 채권단은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으로의 매각 자체도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경우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것이 SK네트윅스와 롯데케미칼,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합성고무 설비를 본격 가동한 롯데케미칼은 원재료 납품업체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 수직계열화해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으로 제기되도 했다. 하지만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 BU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박 회장의 자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구계안 대로 절차가 진행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난항에 빠지게 된다. 제 3자 매각이 추진되거나 워크아웃 또는 단기 법정관리 절차를 거치게 된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현재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시각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재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국내 기업은 재벌간 정서 문제로 불참 가능성이 높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 매각의 마지막 대안인 만큼 채권단 입장에서도 보다 현실성 있는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직전 더블스타와의 매각 과정에서 나타났던 우려들을 잘 새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자구계획안에 대한 무한책임을 밝히는 과정에서 경영권과 우선매수권 포기까지 밝힌 만큼, 채권단 역시 자구안의 가능성과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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