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파워팩’ 때문에 달리지 못하는 ‘명품 전차의 추락’

▲ 국산 명품전차 K2 '흑표'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세계 최강의 화력과 기동력을 자랑하는 국산 명품 전차 ‘K2 흑표’. 2003년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들어가 2007년 3월 운용시험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군은 2012년 전차 양산을 시작하려 했지만 실전에 배치되는 것은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난 2014년.


전차의 심장과도 같은 파워팩에 결함이 발견되면서 국산 대신 독일산 MTU가 장착되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육군은 1차 양산의 아픔을 딛고 2차 3차 양산에서는 국산 파워팩을 달겠다고 공헌했지만 변속기 문제가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문제의 변속기를 개발한 곳은 방산기업 S&T중공업이다. 하지만 S&T중공업은 지난해 1월 내구성 시험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 고장을 일으키며 지난 2월 시험이 전격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전체 개발 일정까지 지연시키면서 K2 전차를 최종 납품하는 현대로템은 천문학적 지체상환금까지 물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또한 국산 명품 전차를 자부하는 K2 흑표 2차 양산 물량 역시 전장이 아닌 창고에 방치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국산 명품전차의 심장인 ‘파워팩 결함’ 논란을 짚어봤다.


국가 영토 방위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산명품전차 ‘K2 흑표’가 전장이 아닌 창고에 방치되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명품 전차로 촉망받던 ‘K2 흑표’가 창고에 방치되어 있는 것은 바로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에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K2전차의 전체 조립을 맡고 있는 현대로템은 파워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조립을 모두 마쳤지만 기약 없는 파워팩으로 인해 천문학 지체상환금까지 물어야할 처지에 내몰렸다.


국산 파워팩 논란 <왜>


방산업계에 따르면 K2 전차의 파워팩의 개발 생산을 맡은 곳은 ‘S&T중공업’ 이다. 군은 지난 2012년 전차 양산을 시작하려 했지만 국산파워팩 결함으로 인해 독일 MTU 파워팩으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전력화된 1차 K2 전차 100여대에는 독일 파워팩이 납품됐다.


하지만 2014년 개발 완료된 국산 파워팩의 변속기가 2차 양산 최초생산품의 내구도 시험에서 잇단 결함을 일으키면서 전력화가 또 다시 지연되고 있다.


K2 전차 2차 양상분에 적용키로 했던 국산 변속기는 지난 2016년 1월 내구도 시험에 착수한 이래 2017년 2월까지 1년 1개월간 총 6차례 결함을 나타내면서 국방기술품질원의 최초생산품검사에서 불합격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부터 육군에 납품을 통해 실전 배치되어야 하지만 변속기 결함에 따라 생산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속기 이상에 전력화 지연 ‘불가피’…‘뒷방 늙은이’ 전락


‘S&T중공업’만 바라보는 현대로템…천문학적 지체보상금


S&T중공업의 내구도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1차 시험에서 ‘메인펌프 베어링 파손’, 2차 ‘메인 하우징 크랙 및 누유’, 3차 ‘변속장치 파손’, 4차 ‘메인 하우징 크랙’, 5차 ‘변속기 파손’이 발생됐다. 6차에서는 ‘독일 ZF사가 납품한 볼트 균열로 변속클러치 압력저하 현상이 발생, 변속기의 핵심부품인 변속장치가 고장 나면서 또다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방사청은 7차 평가를 지시했지만 S&T중공업 측은 이를 거부했다. 국산 파워팩을 장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한 사업은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에서 잠정 중단된 상태로 양산 절차는 멈춰 섰다.


K2 흑표 변속기 개발을 담당하는 S&T중공업은 최초생산품 내구도 시험이 잇따라 실패하자 시험 국방규격 기준인 320시간(9600㎞상당)의 내구도 시험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S&T중공업, 내구도 시험 부당(?)


S&T중공업 측은 “국산 변속기 최초 생산품의 320시간(9600㎞) 주행 시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부분은 너무 가혹한 조항으로, 현 규격서를 만족하는 변속기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현 기준을 완화하는 규격 변경 후 내구도 시험에 착수하겠다”고 주장했다. 현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개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 S&T중공업.

S&T중공업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사청이 K2 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재시험 요구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S&T중공업은 지난 2013년 5월 독자 개발한 K2 전차 1500마력 6단 자동변속기의 군 운용시험을 중대결함 없이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군 당국에 따르면 S&T중공업은 이미 기존 생산 및 납품한 K9자주포와 K200A1장갑차는 8000㎞ 상당의 내구도 시험이었으나 당시 S&T중공업은 어떤 이이의 제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규격이 S&T중공업이 직접 제안한 것이란 점에도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국방규격서의 제정과 승인 정차를 살펴보면 변속기 개발업체인 S&T중공업에서 방사청에 규격서를 제안하면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 관련 기관이 이를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방사청이 이를 승인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한 마디로 S&T측의 요구로 규정이 이뤄졌고 이제 와서 S&T중공업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 <본지>와의 통화에서 “S&T중공업이 지난 5월 내구도 시험조건이 가혹하다고 시험을 중단해 달라고 방사청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다”며 “자기들이 만든 기준 문제를 갖고 신뢰도 요구사항이 없어 통과하지 못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지난 7월 S&T중공업이 돌연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고 덧붙였다.


S&T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행 국방규격은 변속기의 수명을 다하는 기간 동안인 9600㎞를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독일 변속기 등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는데도 우리에게만 ‘내구도 결함’이 아닌 ‘모든 결함’을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S&T중공업은 국방규격에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법 봉인 해제…“감추고 싶은 것 있나”


S&T중공업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K2전차의 국산 변속기 결함 원인을 정밀분석하기 위해 독일로 보내려 변속장치를 S&T중공업이 임의로 봉인을 해제하고 정비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K2 전차의 국산 변속기 내구도시험 도중 변속장치 내부에서 C1클러치 공급압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견됐고, 원인 규명을 위해 시험이 중단됐다. 이후 국방기술품질원과 S&T중공업 등은 보다 정확한 원인규명을 독일 업체로 변속장치를 보내기로 하고 봉인 처리했다. 하지만 S&T중공업 기술진이 봉인을 해제하고, 독자적으로 원인규명을 하려했다.


파워팩 국산화 藥될까 毒될까…6차례 탈락한 국산 변속기


S&T重, 방사청에 소송…“현 국방규격에 양산 불가피” 생때


당시 S&T중공업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내구도시험 중단으로 전력 국산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2~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독일 변속장치 제작업체의 1차 원인조사 결과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던 엔지니어들이 변속장치에 설치된 봉인을 해제한 후 열어보았고, C1클러치 고정용 볼트의 헤드 부위 손상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방사청은 허가 없이 무단 봉인 해제해 내부 부품 교체해 결함을 은폐하려 한 S&T중공업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했다.


지체상환금 ‘어떻게’


국산 파워팩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군 전력 공백은 물론 K2 전차 관련업계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K2 전차 체계종합 업체인 현대로템과 협력사의 재고량이 1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남 창원 현대로템 공장에는 변속기가 장착되지 않은 K2전차몸체만 50여대가 방치되어 있어 현대로템의 피로는 누적되고 있다.


지체상환금 역시 천문학적 금액으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의 지체상환금 규모도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사청은 직접 계약한 현대로템이 1차적으로 지체상환금을 전액 부담하고 이후 S&T중공업에 이를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체의 원인이 S&T중공업에 있다는 것이다. 현대로템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부담해야할 지체상금은 지난달까지 약 86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평균 약 4억5000만원의 지체상환금이 추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또한 지체상환금의 상한선이 없어 납품이 지연될수록 천문학적 금액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반면 S&T중공업은 전체 수주금액(9000억원)을 기준으로 한 계산 대신 납품한 변속기 금액(692억원) 안에서 지체상금을 계산해 부담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S&T중공업의 계산대로라면 전체 지체상환금의 7.5%만 물면 되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S&T의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그럼 현대로템은 파워팩 없는 전차를 방사청에 납품하면 지체상환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산 파워팩 현실성 있나


업계에서는 국산 변속기 문제가 장기화 되면서 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K2 양산 관련 업체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이를 타게 하기 위해 국산엔진과 외산변속기 조합의 파워팩을 적용하는 안을 고심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산 변속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K2 전차에 장착, 자주 국방을 실현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방산업계의 추가적은 피해를 막기 위해 외산 변속기 도입을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 국감에서도 ‘K2 흑표’의 파워팩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볼 예정이다”며 “최근 잇따른 방산비리 문제와 함께 이번 K2 파워팩 논란에도 어떤 비리가 숨어있는지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위 관계자는 “S&T중공업의 변속기 문제로 인해 많은 방산기업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S&T중공업의 파워팩 제작 과정에서 문제점을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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