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에 ‘9550억→5300억(?)’…‘헐값에 팔게 됐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우).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KDB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의 끝없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매각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상표권 문제까지 논란 속에 마무리되면서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더블스타가 KDB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매각가 9550억원을 8000억원으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KDB산업은행이 ‘SPA를 8000억원으로 낮추고 최대 2700억원의 상표권까지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냐’며 자국 기업을 중국 기업에 헐값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지위를 이용해 막강한 카드를 갖고 있지만 중국 기업에 지나치게 눈치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KDB산업은행의 금호타이어 매각의 자충수(自充手)를 살펴봤다.


중국의 더블스타가 KDB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야서(SPA) 9550억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더블스타는 SPA를 1500억원 이상 깎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인수 후 발생할 우발성채무에 대해 손해배상한도를 매각 가격에 선반영 해달라는 것이다.


9550억원→8000억원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23일 주주협의회 소속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매매금액 인하와 우선매수권자 컨소시엄 허용 범위, 상표권 사용조건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매각가격을 확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매각가격 인하안을 정식으로 상정해 논의하려 했다가 설명회 자리로 회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해 금호타이어 경영 상황 등을 감안, 매각이 회사 정상화, 지역경제 발전, 종업원 고영안정 등을 위한 최선의 대안임을 공감하고 더블스타측의 매매대금 조정 요구에 대해 협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가격 조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더블스타의 요구인 8000억원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매각 대금이 인하된 배경은 최근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이 계약을 맺을 당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감소하면 가격인하 도는 매매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더블스타에게 주어지도록 계약이 맺어졌기 때문이다.


부활하는 우선매수청구권


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이 사실상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삼구 회장에게는 또 다시 기회가 열렸다.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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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컨소시엄 허용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재무적 투자자를 동원하는 컨소시엄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조건부 허용으로 사실상 불허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우선매수청구권에서는 컨소시엄 논의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마지막 승부수를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왔지만 박 회장의 입장에서는 그 때보다 유리한 측면이 크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박 회장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에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 2700억원의 ‘변수’


상표권 사용에 관한 조건도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상표권 사용연한에 대해 사용요율 0.5%, 사용기간 20년을 새롭게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금호타이어 상표권의 사용 요율은 매출액의 0.2%,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이었으나 채권단과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박 회장이 제시한 사용요율 0.5%, 사용기간 20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채권단은 당초 더블스타가 요구했던 요율과의 차이를 금호타이어에 보전해 주기로 하면서 최대 2700억원을 지원한다.


문제는 더블스타의 요구를 모두 반영해 SPA상 매매가를 8000억원으로 조정하면 더블스타는 사실상 5300억원에 인수가능 하지만 박 회장의 입장에서는 8000억원을 우선매수권행사 요구를 받게 되면서 불공정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한 상표권 사용료를 반영, 5300억원으로 SPA를 체결할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2700억원에 대한 괴리도 산업은행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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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채권단은 “지난해 9월 금호산업의 허여의사를 근거로 매각을 추진했으며, 이후 불합리한 요구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면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금호산업이 오는 30일까지 금호타이어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매각 방해 행위로 볼 수밖에 없어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주장했다.


헐값 매각 논란


9550억원에서 8000억원, 또 다시 5300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채권단은 최초 계약 금액의 55.5%만 손에 넣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비난의 화살은 KDB산업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KDB산업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동걸 회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지위에서 유리한 국면에서 실리만을 쫒다 결국 실리측면에서도 실패했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동걸 회장의 책임론까지 불고 있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논란만 키우면서 앞으로의 임기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전 정권의 대표적인 인사였던 이동걸 회장의 거취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금호타이어 매각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비쳤다”며 “결국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사태가 마무리 되면 어떤식으로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중국의 더블스타에게 최대 2700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우회지원하고 협약된 가격을 깎아주는 등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매각전에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 가치까지 훼손해 가격 인하의 빌미를 줬다는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지나치게 끌려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리한 카드를 모두 써보지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금호타이어의 매각 가치를 절반으로 쪼개는 일에 가장 큰 공은 채권단에 있다”고 말했다.


희망 얻은 박삼구 회장


박삼구 회장은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금호타이어의 인수에 실패했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하지만 박 회장에 찾아온 건 ‘상표권’이었다. 박 회장은 상표권 사용조건을 채권단에 요구하면서 채권단과의 일전을 펼치면서 채권단을 궁지로 넣기도 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박 회장의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결정해 주기도 했다. 이는 최대 2700억원 달하는 상표권을 더블스타가 지원 받게 된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이제 마지막 기회가 얻어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문제는 더블스타의 박 회장에게 우선청구매수권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에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수 있는 기업이 자신밖에 없다는 자심감에 배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손해 볼 장사는 아니라는 것.


해외 매각시 피해 금액 10조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시 국내 공정의 타이어 생산량이 줄어 피해금액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전남연구원의 김봉진 책임연구위원은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에 따른 지역경제의 손실효과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은 첨단 및 방위산업의 기술 유출, 투자감소로 인한 경쟁력 하락, 생산량 감축 등 지역과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광주공장과 전남곡성공장의 생산량을 100% 감축하면 전국적인 생산감소유발효과 7조2820억원, 부가가치감소유발효과 2조1031억원, 고용감소유발효과 2만5194명으로 추정했다.


정치권과 광주지역 시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중국기업에 매각될 경우, 제2의 쌍용차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개입을 촉구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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