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의혹…檢·警 이어 국세청 조사 확대?

▲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제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 관련 비자금 문제가 검찰과 경찰에 이어 국세청 조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공식 임명, ‘재벌개혁’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한 가운데, 최근 또 다시 삼성 측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2004년 김 신임 위원장이 소장으로 근무했던 경제개혁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삼성물산의 카자흐스탄 동광업체 ‘카작무스’ 헐값 매각 관련 문제에 이어 2007년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의 전반적인 부적절한 경영행위에 대한 양심 고백 등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지난 2015년엔 한 탐사전문매체의 끈질긴 추적 끝에 스위스 모 은행에 ‘삼성본관’ 주소가 기재된 비밀계좌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꾸준한 ‘삼성그룹 비자금’ 관련 의혹 제기가 점차 잦아드는 듯 했으나 최근 삼성 총수일가 자택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사용된 수표가 삼성 비자금 계좌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해선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착수된 상태인 데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세청까지 압박하고 있다.


또한 새로 들어선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 신임 위원장의 행보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 총수일가 자택 공사대금 “삼성물산 대납?”
삼성물산 ‘사실무근’ 해명에도 검·경 수사 착수


지난달 31일 KBS 탐사프로 <추적60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 자택에 대한 내부 인테리어 공사 당시 지급된 공사대금과 관련,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공사대금으로 지급된 수표가 이미 발행된 지 2~3년이 경과한 뒤 지급됐으며, 연속된 일련번호의 수표 가운데 일부가 삼성의 총수 일가와 관계가 없는 삼성서울병원 측의 공사대금으로 지불됐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겨레> 측은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자택 보수와 각종 인테리어 공사를 지난 2007년~2014년 기간 한 업체에 맡겼고, 삼성물산의 한 직원이 비용 결제를 전담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 앞서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 공사 관련 업체의 세금탈루 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 총수 자택에 대한 공사비용을 삼성물산 측이 수표로 건넸다’는 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초 수사와 함께 이 돈의 출처와 성격 등을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점차 검찰 수사로도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검찰 수사는 앞선 언론보도에 삼성물산 측이 ‘사실무근’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음에도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연대, ‘삼성 비자금’ 관련 국세청 질의서 발송


▲ 최근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 자택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사용된 수표가 삼성 비자금 계좌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해당보도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물산은 시공사로 건축주의 의뢰를 받아 공사를 수주하고 협력업체가 필요한 일은 협력업체와 하청계약을 통해 수행했고 모든 대금은 협력업체 계좌로 입금하고 있다”며 “모든 협력업체와 거래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어 공사 비용을 삼성물산이 대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도 내용 중 ‘수표 전달’ 부분은 이 회장과 용역계약을 맺고 건물을 관리한 당시 에버랜드 건물관리 부문(현 에스원) 직원이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비용을 수표로 전달한 것“이라며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된 공사비는 정상적인 이 회장 개인 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건희 회장 등 삼성가(家)를 정조준 한 것을 넘어 이 회장이 과거 조성한 것으로 의심받는 비자금 여부에 대한 수사로도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이 회장 등 삼성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넘어 이들의 차명계좌 존재 여부와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과거의 조치 사실, 향후 처리 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세청에 질의서를 최근 발송했다.

참여연대 측은 해당 질의서를 통해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이 적발한 이 회장의 1199개에 달하는 차명계좌에 대한 실명 전환 ▲금융실명법에 따른 과징금 징수 ▲이자 및 배당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중과세 등 사후관리 내역 ▲이번 보도에서 새로 등장한 이 회장의 ‘차명의심계좌’에 대한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 및 향후 과세 계획 등에 대해 국세청에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그룹 비자금 관련 수사는 이미 지난 2007년 김 변호사의 양심 고백 이후 조준웅 특검을 중심으로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총괄한 조 특검은 수사의지가 빈약했다는 여론 비판 속에서도 이 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486명의 명의로 1199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약 4조 5천억 원을 관리했다는 유일한 사실을 밝혀내기는 했다.


참여연대, 비자금 넘어 차명계좌 여부 등 ‘제기’
‘재벌개혁’ 화두…문재인 정부 ‘최대변수 될까?’


참여연대 측은 앞선 언론보도에서 제기된 ‘수표’의 수상한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앞선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총 21건의 거래에 사용된 다수의 수표에 대해 삼성은 그 중 일부는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들이지만, 나머지 일부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라고 밝혔다”며 “따라서 국세청의 과세도 이 두 종류의 계좌를 구분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국세청은 이번 보도를 계기로 조준웅 삼성 특검에서 밝혀진 1199개 차명계좌의 과세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금융실명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모든 차명계좌는 실명 전환의무가 있던 기존 비실명자산에 해당해 실명전환, 과징금 징수, 원천징수 중과세 또는 추가 과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실명법에 따른 현행 금융실명제는 비실명거래를 금지하고 비실명거래의 실명전환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 이뤄져야 하고(금융실명법 제3조) ▲긴급재정경제명령 공표 이전에 개설된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며(긴급재정경제명령 제5조) ▲실명 전환하지 않은 기존 금융자산에 대해선 지급·상환·환급·환매 등이 금지된다.(금융실명법 부칙(법률 제5493호, 1997.12.31.) 제5조 제2항)


또한 ▲금융실명법 시행 이후에 실명 전환된 기존 금융자산에 대해선 긴급재정경제명령 시행일 당시 금융자산 가액의 50% 과징금 징수(위 부칙 제6조 제1항) ▲미납 또는 과소 납부 시 부족액의 10% 추가 징수(위 부칙 제6조 제3항) ▲이자 및 배당 소득에 대해선 최대 90%까지 원천징수를 하도록 했다.(위 부칙 제7조 제1항)


이에 따라 참여연대 측은 국세청이 지난번 특검수사 결과 드러난 이들 1199개 계좌에 대한 과세가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추가 과세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즉시 과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특검 ‘1199개 계좌’ 발견…“철저한 수사 이뤄져야”


더불어 참여연대는 이번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보다 엄정한 수사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이번에 새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의심계좌들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우선 이 자금이 이 회장 또는 삼성 계열사의 비자금인지 여부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계열회사가 연루된 비자금이라면 분식회계 등 추가적인 탈세 여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면서 ”또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이 이뤄지고 나면 계좌의 개설시점에 따라 과징금 징수 여부 및 원천징수 중과세 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선 언론보도 등에 따라 같은 계좌에서 이 회장 개인 자택의 시공비용에 대한 결제는 물론, 삼성서울병원 공사비까지 결제된 사실이 밝혀진 만큼 이와 관련한 증여세 과세 여부도 정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측은 “삼성 총수 일가의 비자금과 차명계좌는 수 차례에 걸친 의혹 제기와 특검 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조성 경위와 규모 등 그 실체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엄정한 법의 심판이 이뤄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히려 2008년 삼성 특검의 경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은닉 재산과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면죄부만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받은 바 있다”면서 “이번 보도는 청산되지 못한 삼성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 새 정부의 재벌개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중인 가운데,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검경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현재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어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앞서 삼성의 비정상적 경영행태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나는 삼성이 운용하는 비자금 규모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구 삼성본관 27층에 있던 비밀금고로 끊임없이 드나든 현금 뭉치들을 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또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의 용도는 다양했다”면서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선거자금이 됐고, 일상적인 불법 로비의 자금이기도 했으며 이건희 일가의 개인 재산이 되기도 했다”고 삼성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김 변호사 폭로로 윤곽이 드러난 삼성 비자금의 실체는 지난 2015년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 보도로 더욱 구체화됐다.


해당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스위스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비밀계좌가 확인된 가운데, 이는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HSBC 스위스지점 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의 비밀계좌 내역을 추적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이 10년 넘게 이어져 구체화된 상황에서 이번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 공사대금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착수된 상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재벌개혁’과 ‘적폐청산’ 등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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