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서 벌었지만 자국(自國)에 ‘손쉽게 보낸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한국 시장에 진출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의 자본 유출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지분 100% 투입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 또는 용역비, 자문료 등으로 본국으로 손쉽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낯설지 않은 볼보, 아디다스, 로렉스, 이베이, 한국쓰리엠 등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순이익 이상을 본국으로 배당을 하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외국계 기업들의 고배당 논란을 살펴봤다.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 등으로 본국으로 가져가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지나친 고배당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12월 말 결산 외국계 대기업 32개사의 2016년 실적 기준으로, 그 외 결산 기업 12개사는 2015년 실적기준으로 배당성향과 기부금 비중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의 배당성향은 75.9%로 나타났다. 100원의 순익을 기록해 76원을 배당으로 걷어간다는 뜻이다.


이들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본사가 있는 본국으로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3.6%인 것을 감안하면 3배가 넘는 비율로 배당을 하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은 물론 기업의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벌어서 다 퍼줬다”


이들 외국계 기업의 배당을 살펴보면 볼보그룹코리아가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볼보는 배당성향 192%를 기록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2배에 육박하는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볼보그룹코리아는 2016년 결산에서 1100억원을 배당했다. 당해 당기순이익 572억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볼보그룹코리아의 지분은 ‘볼보코리아홀딩스 AB’가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의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 역시 170.2%의 배당성향을 나타났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20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으로 204억원을 배당했다. 동양생명은 2014년 34.1%, 2015년 40.1%의 배당성향을 보였지만 지난해 3~4배 가량 폭등한 것이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중국의 안방생명보험주식유환회사(Anbang Life Insurance Co., Ltd)으로 지분의 63%를 소유하고 있다.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 역시 153.5%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공시에 따르면 도시바는 당기순이익 59억8327만원을 기록했지만 91억8100만원을 배당하면서 순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 역시 싱가폴의 ‘Toshiba Electronics Asia(Singapore) Pte., Ltd.’가 지분의 전액을 보유하고 있다.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은 140.1%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140.1%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107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배당금으로 1500억원을 지급하면서 배당성향 140.1%를 나타내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지분 전량은 독일의 ‘adidas AG’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2015년에도 순익 1087억원을 기록하고 배당으로 900억원을 지급해 배당성향 82.8%를 기록했다.


공시에 따르면 아디다스코리아는 배당금과 별도로 지난해 상표사용료 969억원, 국제마케팅비 419억원 등 1388억원을 ‘adidas AG’에 지급했다.


순익 본국으로 강제 송금(?)


eBay KTA(UK) Ltd.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9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으로 126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135.6%.


번 돈 보다 두 배 가져간 ‘볼보’…고배당 기업 수두룩


외국계 대기업 배당성향 ‘76%’…사회적 환원 ‘무관심’


한국쓰리엠은 지난해 순익 1318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으로 1499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114%를 기록했다. 한국쓰리엠은 지난 2015년에도 순익 1716억원 대비 배당으로 5765억원을 지급하면서 배당성향 336%를 나타내는 등 여전히 한국시장에서 수익보다 큰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쓰리엠은 영국의 ‘3M ASIA PACIFIC UK HOLDING LTD’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BMW코리아의 배당성향은 101%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31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으로 이를 모두 소진시키면서 배당성향 100%를 나타냈다.


공시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지분은 네덜란드 Renault Group BV이 79.90%, 삼성카드 19.9%, 우리사주조합 0.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에도 2512억원의 순익 중 1400억원을 배당하면서 55.73%의 고배당 논란을 빚었지만 올해에는 배당을 두 배 이상 늘리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유한킴벌리가 1791억원의 순익 중 1600억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 89.9%, 한국바스프가 88.1%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이 82.9%, 라이나생명보험이 61%, 동우화인켐이 60.5%, 에스오일이 59.9%,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52%, 한국니토옵티칼이 50.1% 등의 높은 배당을 실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투자전문회사 페어먼트 파트너스가 대주주인 흥아해운은 지난해 17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6억원을 배당하는 ‘적자배당’ 논란에도 휩싸였다.


인색한 사회 공헌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부(富)를 축적하고 있지만 사회적 환원인 기부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기부금 비중 평균은 0.12%로 조사됐지만 외국계 대기업의 경우 국내대기업에 절반도 안 되는 0.05%에 불과했다.


외국계 대기업의 매출을 종합하면 115조7900억원이지만 기부금은 고작 604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쓰리엠이 6900만원을 기부해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0.005%를 나타냈고, 악사손해보험 2900만원과 유안타 증권 4000만원을 기부하면서 0.003%, 도시바일렉트로닉스 1200만원, 르노삼성자동차 5000만원, 한국나노옵티칼 500만원 등으로 0.001%의 쥐꼬리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운영하며 국내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경우 기부금 항목을 표기하지 않아 한국시장을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유니클로는 측은 “공시 내 기부금 사항은 선택사안이라 생략되어 있지만 실제 매년 기부금과 물품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스페셜 올림픽 한국선수단 2400벌 의류지원, 난민 위해 히트텍 8만6천장 기부 등을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유니클로는 책임 있는 기업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계 금융사 ‘심각’


외국계 투자은행의 배당성향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 투자은행 등은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은 지난해 순이익 920억원 중 900억원을 송금하기로 결정, 배당성향 97.8%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역시 지난해 순이익 604억3300만원 중 600억원을 본사로 송금하기로 결정 배당성향 99.3%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비엔피파리바증권 서울지점 역시 지난해 46억3500만원의 수익 중 41억7142만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해, 배당성향 90%를 나타냈다.


순익보다 많은 배당 ‘논란’…심각한 자금유출 ‘무방비’


외국계 투자은행은 더 심각…도 넘은 먹튀 논란 가중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서울지점 역시 지난해 순이익 216억원 중 180억원을 결산 배당으로 지급, 배당성향 83%를 기록했다.


상법상 배당 가능한 이익 범위 내에서 배당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나친 배당은 경영지표를 악화 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외국계 금융사들은 배당 뿐만 아니라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본국으로 송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배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배당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순익보다 높은 배당은 기업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외국계 기업들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본국에 큰 배당을 실시하고, 경영자문료, 로열티 등을 보내고 있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시장으로만 생각하고 한국정서와 문화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한순간 인기를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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