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참사’ 삼성중공업 박대영號, ‘안전 불감증’ 만들어 낸 비극[전말]

김영식 / 기사승인 : 2017-05-12 11:38:1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안전 소홀한’ 사회에 또 다시 화두 던져…근본적 대책 없나?
▲ 크레인 충돌 사고로 31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의 '노동절 참변'이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 1일인 ‘근로자의 날’ 31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가 결국 ‘인재(人災)’로 추정되면서 안전관리에 취약한 우리 사회에 또 다시 화두를 던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와 관련, 경찰 수사본부는 거제조선소 현장 크레인 기사들의 안전수칙 위반과 삼성중공업 측의 안전관리 소홀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삼성중공업의 ‘노동절 참변’은 양 크레인의 신호수들 간 수신호 오류로 발생한 ‘인재’로 사실상 결론 나면서 “말로만 안전관리”란 업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크레인 사고에 대해 전반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의 재검토 필요성을 인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에선 이미 지난 3월 골리앗 크레인 충돌 사고가 발생했으며 현대중공업 역시 유사한 사고 경험이 있다. 지난 2015년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3월에 이어 이번 ‘노동절 참변’ 발생으로 일각에선 ‘박대영 사장 구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박 사장은 경영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박대영 사장, 유가족 항의 끝에 조문 중단
반복된 크레인 안전 사고…공론화 움직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삼성중공업에선 지난 3월 이미 크레인 충돌 사고가 발생, 당시 박 사장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21일 거제조선소에서 작동 중이던 800t 골리앗 크레인이 주변에 정지해 있던 150t 크롤러 크레인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크롤러 크레인 일부분에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골리앗 크레인이 작업할 당시 다른 크레인과 부딪칠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사실상 또 ‘인재’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삼성중공업 측은 사고 당시 크레인 운영부서와 사내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정기 안전보건교육 등을 통해 크레인 접촉사고 방지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사측의 이 같은 방침이 이번 ‘노동절 참변’으로 무용지물로 평가되면서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매번 ‘크레인’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진단만 이뤄질 뿐 근본적 대책이 미흡하단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크레인 기사 자격증의 심사 강화와 안전관리 주체에 대한 명확화, 전문 신호수의 집중 육성 등의 대책 마련이 업계에서 요구된 상태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간 노동계에서 지적해온 하청직원들에 대한 원청의 안전관리 강화 문제가 다시 점화하고 있다.


통상 국내 조선소의 원청 대비 하청 비율은 2대8 수준으로, 현장 근로자의 경우 압도적으로 하청직원들이 많은 상황이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살리기위원회’와 ‘부울경 노동자건강권대책위’,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공동대책위’ 등 3개 단체는 이 같은 노동환경 속에선 ‘안전’이 담보될 수 없다며 최근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으로 기사 간 벌어진 수신호 오류보다 ‘하청중심 생산구조’를 꼽은 가운데, 이 같은 구조적 문제 변화 없이는 앞으로도 대형 참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기업살인법 제정 촉구…위험의 외주화 막아야


▲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로 박대영(사진) 사장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은 또 “노동부와 경찰은 작업자의 부주의로 신호수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수준의 사고조사와 원인규명만으로는 계속되는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이자 생산현장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청 삼성중공업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번 사고를 ‘위험의 외주화’로 규정, 삼성중공업 경영진의 책임을 촉구하면서 다단계 하청구조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5개 요구 사항을 밝혔다.


이들은 ▲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진상조사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 구속 및 책임자 처벌 ▲삼성중공업 책임으로 유족에게 사과하고 보상 ▲안전대책 수립 시까지 전사업장 작업중지 및 삼성중공업의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지급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그간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이른바 ‘기업살인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번 크레인 사고와 관련,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죽음의 행렬을 당장 멈춰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심 후보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김군 사건 이후 ‘기업살인법’을 국회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작년 초, 구의역 청년 근로자 사망 사고 직후 ‘기업살인법’을 발의했지만 정치권은 그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았다”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산업 재해에 대해 원청을 처벌하고 산재 사망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살인법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역시 최근 성명을 내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삼성중공업 사고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개별적인 사고원인 조사 차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삼성중공업의 반복적인 산재사망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고 최고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으로 이 같은 죽음의 행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삼성중공업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는 살인기업에 대한 중대산업재해처벌법 제정과 위험의 외주화 방지 입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사고원인 규명에서 ‘외주화’ 수사 확대
이번 사고 계기로…정치권 ‘기업살인법’ 제정?


근로환경이 취약한 조선소의 자동화시스템 도입 문제도 제기된다.


특히 중량이 많이 나가는 중장비를 운용하는 자동차·철강업체의 경우 대부분 생산라인의 자동화시스템 구축이 이뤄진 반면, 조선소의 경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작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것으로 평가된 조선업인 만큼 이번 삼성중공업의 사고 역시 크레인 기사 간의 무전 또는 신호수가 보내는 수신호에 대부분 작업이 의존해 이들의 한 순간 방심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문제 제기에 삼성중공업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의 범위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수사본부는 사고원인 규명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지만 앞선 삼성중공업 압수수색 등으로 원청의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경찰 측은 사고원인과 관련, 충돌한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 기사와 함께 신호수들이 크레인 작동·중지에 대한 신호 교환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크레인 기사·신호수들이 사용하던 무전기와 크레인 자체의 결함 여부와 함께 CCTV·작업일지 등을 확보해 안전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작업중지 명령


▲ 이번 사고에 삼성중공업 측이 즉시 사과에 나섰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함께 ‘삼성중공업 참사’에 대한 발생원인 규명에 나선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의 조사·수사 대상은 이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사고 원인 규명이 마무리되는 대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설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를 통해 원청을 포함한 하청업체들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와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근로자의 날’인 사고 당일 작업을 강행한 삼성중공업의 무리한 사측 방침에 따른 불가피한 사고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오는 6월 해양플랫폼 인도 시기가 임박한 상태다.


앞서 경찰은 “근로자의 날, 휴일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원청에서 하청업체에 어떤 지시가 내려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의 일부 작업장 재개에 들어갔다. 재개된 곳은 쉘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및 CAT-J 잭업리그(해양시추설비) 작업장이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이후 삼성중공업 측은 전문업체에 안전 진단을 의뢰, 이들 두 작업장은 위험요인이 제거됐다는 판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선 지난 1일 오후 2시 50분경 작업장 내 7안벽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 크레인 간 충돌이 발생, 타워 붐대(지지대)가 붕괴되면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이에 박 사장은 지난 2일 밤 거제백병원에 있는 빈소를 찾아 사과했지만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 속에 조문을 중단하고 돌아갔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스페셜 기획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