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가격 치솟아도 고민…기술유출과 실리 사이에서 저울질 중

▲ 일본 도시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내놓은 가운데 대만 폭스콘이 입찰가를 대폭 높이는 ‘고배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도시바 공식페이스북 캡쳐>

[스페셜경제=김경진 기자]최악의 자금난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일본 도시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도시바의 핵심으로 불리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팔아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인수전을 놓고 일본 정부는 기술보안과 실리 사이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 중이다.


홍하이, 도시바 희망가보다 높은 인수가 제시


현재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인수전에는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 미국 브로드컴·웨스턴디지털,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참여 중에 있다. 도시바 측에서 제시한 매각 희망가는 2조 5000억엔. 한국SK하이닉스와 미국 브로드컴·웨스턴디지털 등은 희망 입찰가를 1조 5000억엔~2조엔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 홍하이는 입찰가를 대폭 높이는 전략으로 인수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밝힌 홍하이의 인수가는 270억 달러(약 3조엔, 31조원). 인수 경쟁사는 물론 도시바의 최초 매각 희망가보다 높다.


홍하이의 ‘고배팅’ 전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샤프인수 당시 홍하이는 인수가를 높혀 경쟁자였던 삼성전자와 일본 민관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JC) 등을 제친 바 있다. 특히 홍하이는 INJC의 인수가보다 2배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일본정부, 기술보호·안보문제와 매각차익 최대화에서 고민


본래 일본 정부는 도시바를 일본 기업에 매각하려 했지만 일본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차선책으로 미국 기업 매각을 꼽았다. 하지만 홍하이의 고배팅으로 일본 정부는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도시바를 재건하기 위해 필수적 요건 중 하나는 매각 차익을 최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홍하이의 인수가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기술 보호와 안보 문제 등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및 각종 기기의 데이터저장 핵심 기술, 데이터센터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중국에 넘어간다면 해킹 가능성 및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이 존재한다.


아울러 홍하이가 인수경쟁에 성공한 후, 실사 과정에서 도시바의 부채가 추가로 발견되거나 예상보다 자산이 적으면 인수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앞서 말한 샤프 인수 당시 예상치 못한 부채를 발견했다며 당초 입찰가격보다 약 1000억엔 낮은 3888억엔으로 조정·합의했다.


한편 도시바는 두 번의 결산 발표 연기 끝에 지난 11일 2016년 4~12월기 결산발표를 발표했다. 2~4분기 동안 5325억엔(약 5조 5606억원)의 최종 손익 적자, 자기자본대비 2256억엔(약 2조 3183억원)의 부채가 생겨 ‘재무초과’상태로 빠졌다. 특히 도시바는 감사법인의 감사의견 및 허가 없이 실적발표를 강행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폐지 가능성 등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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