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대기업에 무너지는 ‘보바스 정신’

이현정 / 기사승인 : 2017-02-23 1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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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재단 이사진 추천권 넘기는 조건…'인수 진행?'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호텔롯데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병원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뒷말이 무성하다.


현행 법률상 병원 인수합병(M&A)이 금지된 가운데 롯데그룹은 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병원 인수 절차에 착수했다.


문제는 병원이 매해 40억원 이상의 의료 수익을 올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사실상 ‘흑자 도산’을 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 3배 차이 나는 2900억 제시‥ 최종 인수자


신동빈 회장, 병원 이사장 되면 2300억 다시 ‘꿀꺽?’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롯데그룹이 병원 인수를 시작으로 연관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이에 논란이 일고 있는 대기업의 비영리법인 인수 문제에 관해 짚어보았다.


보바스기념병원, 어떤 곳이길래…논란의 ‘중심’됐나


보바스기념병원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재활 전문 병원을 표방한 첫 의료기관이었다.


‘보바스’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신경과학자‧물리치료사 부부다. 그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1:1 맞춤형 재활을 창시했다.


보바스기념병원은 그런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영국 보바스 재단까지 찾아간 끝에 보바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재활의료 수가가 낮은 탓에 재활치료가 부실한 때 환자 맞춤형 재활이 등장하자 병원은 급부상했다.


현재 보바스병원은 550여 병상에 입원 대기 기간이 필요한 수준의 규모가 됐다.


한 해 40억원 가량의 수익을 창출하며 비영리 의료법인임에도 자산 가치가 900여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보바스병원이 남의 손에 넘어갈 신세로 전락하고 상대가 대기업이 되자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병원 이사장은 병원 외 사업에서 고전하던 끝에 담보 등으로 600억원의 채무가 쌓였다. 상황 개선을 위해 병원 재단은 법정관리 형태의 회생 절차를 선택했다.


병원은 결국 재단 이사진 추천권을 넘기는 형태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호텔롯데, 비영리법인 ‘보바스’ 최종 인수합병자


보바스병원은 2015년 9월 법정관리(회생절차개시인가)를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거부당하자 지난해 6월 ‘(회생절차)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조건으로 재요청했다.


이는 ‘이사회 추천권’이 추가된 인수합병 안으로,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권한을 함께 매각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런 이사회 추천권 입찰을 허용했고, 지난해 10월 한국야쿠르트, 호반건설, 양지병원 등 12개 법인이 입찰에 참여했다.


병원이 입찰 시장에 나오자, 호텔롯데는 경쟁사와 3배 이상 차이 나는 인수금액인 2900억원을 제시하며 최종 인수합병자가 됐다.


호텔롯데의 병원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호텔롯데는 새 의료법인 설립 없이 보바스병원 재단인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진을 원하는 대로 꾸리며 실질적 병원 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 확정될 경우 롯데는 2900억원 인수금액 가운데 600억원을 채무 변제하는 데 사용하고 남는 2300억원은 병원 재단에 빌려주는 형태로 남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병원 이사장직에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 家의 누군가가 오게 되면 그 돈은 고스란히 롯데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현대‧삼성과 다른 롯데의 행태에 지적이 날아드는 대목이다.


현대‧삼성은 별도의 복지 재단을 세운 뒤 막대한 출연금을 넣어 보유한 병원을 세계적 병원으로 키워냈다. 반면 롯데는 년간 4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비영리법인을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인수하려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비판이 잇따른다. 경영난을 핑계 삼아 중소병원들이 이사회 추천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의료기관 인수합병 금지 법률마저 ‘사문화 시키는 선례 남는다’


또한 의료법 제33조 2항에 금지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조항이 무력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롯데가 공공연하게 돈을 주고 비영리 의료법인을 사는 꼴이다. 재벌기업이 앞으로 수요가 많은 노인 요양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영리병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곧 비영리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의 이번 병원 인수가 성사되면 의료기관 인수합병을 금지하는 법률이 사문화되고 병원을 사고팔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호텔롯데가 의료업에 진출하게 되면 경영 정상화보다 영리적 운영에 집중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특히 호텔롯데가 갑자기 정관에 ‘노인주거·의료·여가·재가노인복지시설 및 운영사업·의료사업’ 5가지를 추가한 점을 언급하며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 시도는 병원(의료업)을 핵심사업의 범주에 놓고 연관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한 치밀한 계획이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인수 ‘적신호’…‘키맨’으로 떠오르는 이재명 성남시장


호텔롯데가 인수를 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월 해당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이 제출돼 인수 자체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의견으로 기울고 있다.


윤기상 변호사는 “기피신청이란, 해당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 당사자가 신청으로 해당 법관이 아닌 다른 법관을 통해 재판받도록 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피신청을 하게 되면 소송절차가 정지되므로 그동안 철저한 소송준비를 하거나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보바스병원의 운명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손에 달려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비영리법인의 개설허가와 관리 권한을 갖고, 비영리의료재단이 기존 이사 해임 및 새로운 이사 선임을 할 경우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에 변경을 신청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시장이 롯데그룹 측 이사선임을 두고 거부의사를 표현하면 보바스병원의 상황은 한치 앞도 전망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수가 아니라 병원 재단에 출연을 한 것이맞다”며 “비영리법인은 수익이 나더라도 관리감독기구 견제가 따르기 때문에 수익을 취할 수 없는 구조”라고 영리적 목적을 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의도로 재단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힌 것.


이어 “최근 병원이 성남에 소재해있어 이재명 시장이 키맨이라고 나오는 기사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비영리법인이라 성남시가 아닌 성남시 보건소가 해당 병원에 관여하게 돼 있다”고 밝혔으나 사실 확인 결과 성남시의 결정에 따르는 사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정동법률사무소 윤기상 변호사는 “호텔롯데의 보바스 인수방법에서 현행법상 위법성을 찾기는 어려우나, 우리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의료행위의 보편성, 비영리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라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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