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노조탈퇴 종용 말라”…사측 ‘모르쇠’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2014년 말, 삼성그룹의 방산기업 삼성테크윈에서 간판을 한화로 바꿔단 한화테크윈. 항공기엔진과 자주포 등 지상 장비 플랫폼에 한화탈레스와 지난해 4월 인수한 두산DST(현 한화디펜스) 등을 보유한 종합 방산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화테크윈은 자사의 복수노조 중 하나인 금속노조 삼성테크윈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어왔다.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던 한화테크윈은 최근 중노위와 법원의 판결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이행강제금을 선택, 교섭보다는 돈으로 때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화테크윈의 노조 와해 의혹을 짚어 봤다.


지난 6일 오후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사측이 따르지 않는다는 성토가 쏟아진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국내 대표 방산기업 한화테크윈.


한화테크윈의 복수노조 중 하나인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테크윈이 법원과 노동위원회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돈을 앞세워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과 주문·명령 강제집행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부당노동 행위 <왜>


지난 2014년 말 삼성그룹의 삼성테크윈이 한화그룹에 매각되면서 2015년 6월 회사의 간판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꿔달았다. 이 과정에서 옛 삼성테크윈 노동자들은 매각을 반대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가 만들어졌으며, 뒤를 이어 개별 노조도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한화테크윈은 한화테크윈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복수 노조로 자리하게 됐다.


한화는 지난 2014년 12월 삼성테크윈지회의 교섭요구를 받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했고, 하지만 다음해 1월 기업별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이후 기업노조와 같은 해 12월 15일 단체협약, 2016년 4월 20일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삼성테크윈지회는 2016년 임금협약 유효기간 만료일인 2017년 2월 28일 이전 3개월이 되는 지난해 12월 1일 사측에 2017년 임금협약을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기업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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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법원 판결도 무시…사측 “금속노조 인정 못해”


현재 한화테크인 직원 약 4200명 중 한화테크윈 기업노조원은 약 700명, 삼성테크윈지회는 약 87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화테크윈 측은 금속노조지회의 대표교섭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기업별노조와의 유효기간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유효기간 이후에도 투쟁일변도의 노선만 고집하는 금속노조와 창구단일화 절차 대신 개별교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설립 이후 꾸준한 갈등 지속


삼성테크윈의 한화 매각계획이 알려진 2014년 12월 창립된 삼성테크윈지회는 창립 이후 사측과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왔다. 사측은 지난해 10월 한화테크윈 매각 관련 주주총회 장소에서 집단행등을 강행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합원을 무더기 징계하고 간부 6명을 해고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다.


사측은 지난해 8월 노사협력팀이 발행한 소식지 ‘성주 Zoom-in’에 따르면 “교섭대표노조는 무엇보다도 노사 상생과 협력을 통해 회사와 조합원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합리적 노사관과 역량을 함께 가진 조합만이 그 역량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삼성테크윈지회와의 선을 그었다.


반면 기업 노조에 대해서는 “현 교섭대표노조의 유지기간인 2017년 12월 14일 이후에도 금속노조가 현재와 같은 투쟁일변도의 노선만을 고집할 경우 회사는 관련법령에 따라 창구단일화 절차 대신 개별 교선을 진행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삼성테크윈지회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측이 가장 많은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지회 대신 한화테크윈 기업노조를 원하고 있다”며 “회사는 어떤 방법으로 던 금속노조 지회에 교섭권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고자 복직 대신 이행강제금


한화테크윈 측은 그동안 삼성테크윈지회를 꾸준히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테크윈노조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화테크윈은 노동조합 설립 이후 124명을 징계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양정 과다’로 판정한 해고자 6명 중 4명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며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을 벌이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또한 노조원에 대해 노조 탈퇴 계획을 수립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발족 당시 현장관리자인 직장과 반장들이 8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는데 2015년 12월말 23명만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테크윈지회는 “사측이 노조원들을 탈퇴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일일보고 현황으로 관리하는 등 조직적으로 노조 탈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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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과문도 없어, 법원 중노위 결정에도 버티기 일관"


노조는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노조를 해산시키기 위해 압박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노위는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금속노조 탈퇴 계획을 세워 조직적으로 종용한 의혹을 사고 있는 한화테크윈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와 노조원들에 대한 탈퇴 종용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달 9일 중노위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한화테크윈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 사건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앞서 이 사건을 심판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한다”며 “사측은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고문을 근로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게시판과 내부전산망에 1개월 이상 게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 한화테크윈이 만드는 K-9 자주포.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사측의 금속노조 탄압을 위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했다.


삼성테크윈지회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과문을 역시 게시하지 않고 있으며, 법원과 중노위의 판결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가처분신청’ 받아들여


중노위가 삼성테크윈지회의 손을 들어준 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11일 창원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금속노조가 한화테크윈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교섭요구사실공고이행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의 교섭 요구 사실을 모든 사업장에 7일간 공고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으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되기 전까지 한화테크윈노조와 2017년 임금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만약 재판부의 결정을 한화테크윈이 어기면 하루 200만원을 삼성테크윈지회에 지급하고, 소송비용 역시 회사가 모두 부담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한화테크윈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 삼성테크윈지회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한화테크윈은 법원과 중노위의 판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화테크윈 측은 법원 결정과 달리 노조 교섭 창구를 단일화 하지 않고 5일치 이행강제금 1000만원을 노조에 지급하고 강제집행을 우려해 법원에 3억원을 공탁했다.


삼성테크윈지회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노동조합 교섭요구사실 공고 이행 가처분에서 교섭단체단일화 제도를 개시하라는 창원지방법원 결정에 대해서도 3억원의 공탁금을 납부하고 이행하지 않는 등 여전히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여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한화테크윈과 한화자본의 계속되는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국회차원의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 했다.


이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을 기업 수준에 맞게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입장에서 법원 판단보다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측은 지난해에도 사측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무시했다“며 ”이러한 배경에는 실효성 있는 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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