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고혈짜기’?‥작년 사상 최대 실적 달성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면에 하도급업체와 종사자들의 고혈을 짜낸 정황이 나와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9836억 원, 영업이익 3288억 원, 당기순이익 2714억 원을 기록하며 게임상위사 다운 실적을 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가운데 게임사들 소속 개발자들은 자살 및 돌연사를 겪고 있어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에 넷마블게임즈는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공정위 덜미‥하도급 계약서 부실 발급 까지


넷마블 “야근·주말근무 폐지” vs 엔씨 ‘침묵’


넷마블의 이같은 선언에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해진 엔씨소프트에게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가 내리쳐졌다.


넥슨과 넷마블게임즈가 ‘매출 1조 클럽’에 무난히 입성한 가운데 그 뒤를 바짝 쫓는 엔씨소프트가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잡음을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본지>가 엔씨소프트의 문제점을 들여다보았다.


꽃다운 20대 개발자, 의문의 주검


작년 한 해만 국내 게임 상위사에서 게임업계 종사자 4명이 잇달아 사망했다. 직접적인 원인이 ‘과로사’로 밝혀지진 않았어도 과도한 업무강도로 악명이 높아 게임업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중 엔씨소프트에서도 투신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근처 공원에서 20대 여사원 K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K씨는 엔씨소프트 개발직으로 24일 오전 사옥 10층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투신 원인을 ‘우울증과 업무상 스트레스’에 무게를 싣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업무강도 및 스트레스를 사망 원인으로 보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개발자의 야근이나 휴일업무는 일상이란 말이 공공연히 도는 업계인 만큼 ‘과로사’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게임개발자의 근속기간은 평균 3년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정의당에 따르면 “대형 게임사 사옥 풍경은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기다리는 택시로 가득하다”며 “열악한 게임노동환경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사의 변화하는 근무환경‥엔씨만 ‘제자리’


작년 한해 게임 개발자 3명이 잇달아 사망해 넷마블게임즈의 노동착취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노동부의 안일한 대응에 시민사회단체 노동건강연대가 넷마블의 업무환경을 조사하는 등 논란은 이어졌다.


이슈가 되던 당시,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게임사들은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종사자는 거의 충원하지 않아 남은 직원을 쥐어짜는 기형적 구조”라며 “게임사가 도입한 포괄임금제는 야근수당을 따로 안 줘도 추가 근로를 요구할 수 있어, 회사는 최소의 인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환민 사무국장은 “특히 게임 출시를 앞두고 개발자들의 야근과 휴일 출근은 관행처럼 이뤄진다”며 “마감일을 맞추기 위한 야근기간을 ‘크런치모드’라고 표현하는데, 회사에서 이를 명령하면 개발자는 거의 ‘계엄령’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넷마블이 이달 13일부터 주말근무 및 야근 뿐만 아니라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게임업계가 급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침묵하는 엔씨소프트가 퇴보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매출액 9836억 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직원들의 처우 개선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 엔씨소프트 본사 지도 캡쳐.

공정위 “엔씨소프트, 하도급 계약서 부실 발급 등 ‘갑질’”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엔씨소프트가 하도급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4년 3월부터 약 2년 동안 엔씨소프트는 30개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리니지를 포함한 116건 온라인게임의 그래픽 제작, 캐릭터 상품 제조 등을 맡겼다.


엔씨소프트는 이 과정에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계약 체결 이후에 발급해 하청업체들이 난처한 상황을 겪어왔다.


공정위가 적발한 업체 가운데 특히 엔씨소프트는 ▲미발급 업체 수가 많은 점, ▲지연발급 비율이 높은 점 등의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100만원까지 부과 받았다.


하도급계약서를 제때 발급받지 못할 경우 하청업체들은 대금이 미지급되거나 단가 인하 등의 분쟁 사유가 생길 때 하청업체가 스스로를 방어할 근거를 갖지 못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 업종 등에서는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구두로 계약을 성사하는 관행이 있어 업계에서는 계속 논란이 돼왔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자는 하도급업체에 제조나 용역을 맡기기 전까지 대금·지급방법 등이 포함된 문서를 발급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연발급을 받은 하도급업체는 가격협상력이 떨어져 불공정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며 “소프트웨어 업종의 하도급계약서 미발급 행위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게임 산업 이면에는 취약한 구조에 놓여있는 이들이 착취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근무환경이나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관행 등이 하루 빨리 개선돼 올바른 업무환경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엔씨소프트 윤진원 홍보실장은 “당사는 유연근무제를 10여년 전부터 도입해 오고 있으며, 집중적인 야근 및 휴일근무에 대한 대체휴가제를 2014년부터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헀다.


또한 “종합건강검진은 전사 임직원에 해당되며, 사내 직원 모두 이용 가능하고 의사가 상주해 있는 사내병원도 운영 중”이라며 “전문 상담심리사와 상담을 할 수 있도록 개인 상담서비스나 팀 단위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 추락사와 관련해서는 “‘신변비관자살’로 수사 종결이 된 사안”이라며 사측과는 선긋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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