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살처분된 가금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계란가격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수입산 가공 및 신선 계란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 무관세로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수입되는 신선란·계란액·계란가루 등 8개 품목은 기존의 8∼30%였던 관세율이 0%로 낮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말까지 총 9만8500톤의 계란류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계란은 약 7억개가 수입되며 계란을 낳는 산란계도 13만마리 수입될 전망이다.


국내 계란 생산량은 1일 4300만개에서 3000만개로 줄어 매일 약 1300만개의 계란을 오는 6월까지 해외에서 수입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까지 수입 경험이 없어 정확한 가격과 품질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정부가 제시한 ‘계란 해외 유통 및 가격 현황’에 따르면 수입 가능한 미국과 스페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의 계란 도매가격은 개당 89~172원. 여기에 운송 비용과 항공포장 비용, 파손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 가격은 확정짓기 불가능하다.


정부는 국내 계란값이 300원을 넘으면서 수입계란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금보다 더 많이 폭등하게 되면 저희가 항공료를 지원하게 되면 수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당일 출시된 신선란을 구매하는 현재의 국내산 계란시장 구조에서 수일씩 걸리는 수입 계란에 대한 신선도는 장담하기 힘들 수 있다. 여기에 수입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한 소비자는 “가격이 싸다고 해도 수입계란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며 “맛도 맛이지만 품질과 위생을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에 최대 20일이 걸리던 수입절차도 일주일로 단축했지만 아직 수입 허가를 신청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가격이 낮으면 계란가격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 가격이 더 싸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또한 계란의 특성상 신선도가 생명인 상황에서 자칫 수입했다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영향 미치나


수입계란이 국내 식탁에 진입한다고 해도 당장 계란가격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국내 출고가격,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하락 폭은 관세율 하락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의 2015년 할당관세 부과실적에 따르면 당해년도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총 41개로 이들 품목에 대한 세수지원액은 2814억원으로 추정됐다.


설탕과 옥수수 등 9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할당관세 적용, 관세 인하 폭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25%나 됐지만 이로 인한 국내 출고가격 인하 효과는 0.28%∼8.88%로 나타났다.


정부는 5일 계란 수입을 위한 업계 간담회를 열고, 6일 구체적인 수입 규모와 지원 계획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AI공포 앞으로 언제까지


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군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후 50일 동안 최악의 전파속도로 전국 10개 시·도의 37개 시·군에서 3033만마리의 닭·오리·메추리 등을 살처분·매몰했다고 밝혔다.


이중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는 2245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전체 사육량의 32.1%로 국내 산란계 3마리 중 1마리가 살처분된 셈이다.


여기에 병아리가 알을 낳는 산란계가 되기까지 약 6개월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반년 가량은 계란 가격이 고공 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피해금액은 1조원을 넘어 역대 최악의 기록적인 피해가 현재도 진행중이다.


AI 공포가 확산된 것은 농가의 소홀한 방역과 인력 부족 등 방역체계 미흡에 따른 초기대응 실패의 결과이며, 종식까지 앞으로 1~2개월 이어질 전망이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