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어긋난 갑질 행태’‥“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커” 아직도 진행형...

▲조세심판원. 네이버 지도 캡쳐.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남의 명의를 몰래 도용해 대포차량으로 끌고 다니는 사례가 종종 있다. 주로 이러한 대포차들은 범죄에 쓰이거나 각종 세금과 자동차 범칙금, 과태료 등을 미납하기 때문에 명의 도용자는 상당한 물질적 피해와 함께 정신적 고통까지 당하게 된다.


이러한 명의 도용 대포차량으로 인해 억울한 세금이 부과된 한 서민이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통해 자신에게 부당하게 나온 세금과 각종 과태료, 범칙금 등의 부당함을 밝혀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좌절을 맛보게 됐다. 마지막 남은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6개월 동안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조세심판원은 납세자가 부당하고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 과세관청으로부터 독립돼 일반 국민들과 납세자들의 권익을 대변해 주는 곳이다.


원 취지와 어긋나게 명의도용으로 안타깝게 고통 받고 있는 한 서민의 민원을 갖가지 이유로 6개월 동안 질질 끌며 해당 민원을 처리해주는 탓에 불법차량 관련 과태료를 고스란히 물어야할 지경이다.


이에 <본지>는 조세심판원이 늑장 처리를 하는 이유와 제보자 K씨가 처한 상황을 짚어봤다.


조모 사무관, ‘말 바꾸기’ 행정 처리


“내 명의 대포차량..생각만 해도 끔찍”


제보자 K씨는 “차량 명의를 도용당해 내 명의로 대포차가 운행된 것도 억울하다”며 “이와 관련해 법정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매우 피곤한 경험이었는데 조세심판원이 이를 6개월이나 처리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K씨는 지난 2012년 신용대출서류를 제출하던 당시 해당 서류를 도용당해 본인 명의의 대포차량이 나왔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K씨는 차량의 존재도 몰랐고 운행을 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불법차량 관련 각종 세금 및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됐다. 또한 해당 차량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대포차로 다시 처분되며 세금, 과태료 등이 수없이 발생돼, K씨의 급여에 가압류, 압류 등이 들어오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K씨는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법원행까지 감행하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법원은 ▲대출 사기로 인해 차량이 나왔다는 점 ▲K씨가 차량의 존재도 모르는 점 등에 주목한 뒤 해당 차량 관련 과태료에 대해 사기피의자를 피고로 하는 차량 강제 이전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대로 강제 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과태료 체납에 의한 압류’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던 K씨는 조세심판원에 지방세 부과를 피고에게 부과하는 건으로 이의 신청을 했다.


문제는 법원이 해당 지방세가 K씨에게 부당하게 부과됐음을 인정했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조세심판원이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과태료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급여 압류 등은 사람의 목을 죄어오는 상황에서 조세심판원은 왜 두손 놓고 방관하는 것일까.


▲ 네이버 기관단체사전 캡쳐.

조세심판원 ‘굼벵이’ 행정처리에, 민원인만 ‘속이 터져’


K씨는 조세심판원의 조모 사무관에 지난 7월부터 해당 민원에 대해 신청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7월에만 3차례 통화를 하며 필요서류에 대해 안내받은 뒤 의의신청서와 함께 필요서류 4건을 제출했다.


또한 K씨는 강동구청 자체에 의의신청을 제기한 후 동부지법에서 판결이 난 의무보험위반 과태료 및 자동차검사 위반 과태료 등에 대해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관련 자료를 조세심판원에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본인에게 부과된 부당한 징수에 대해 바로잡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K씨는 이와 관련해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10월, 11월 경 해당 판결에 대해 첨삭까지 해서 다시 조세심판원에 보냈다”면서 “11월에 서류 보낼 때 까지만 해도 조 사무관은 '바로 조사해서 기일이 잡히는 대로 알려줄테니 너무 염려 말라' 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사무관이 '늦어도 12월 초'로 설명해서 그 뒤 정확한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더니 전에 물었던 내용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물었다”며 “심지어 12월에는 두 차례나 전화 했는데도 전혀 모르는 내용을 대하는 반응이었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상황을 전했다.


답답해진 K씨는 조 사무관에게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시냐', 마지막 통화에는 ‘언제까지 미루느냐’, ‘심판기일도 곧 잡히면 연락드리겠다더니 왜 말을 바꾸느냐’고 따졌고 이에 조 사무관은 “서울시청(상부관청)에서 기한이 도래 되서 기각이 된 사건을 왜 우리한테 넣었냐”며 도리어 화를 내고는 “기각된 사건은 우리 측에서도 받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조세심판원, 어떤 곳이기에 민원인에 갑질 하나?


이쯤에서 조세심판원의 역할을 짚어보면 “납세자가 부당하고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즉 이곳은 납세자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 관련 처분을 국가로부터 받을 경우 조세심판원에 청구를 제기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관이다.


네이버 기관단체사전에 따르면 심판청구는 처분 통지를 받고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이의신청을 거친 뒤 심판청구를 할 때도 이의신청 결정을 통지받고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심판청구는 그 처분을 담당하는 세무서장(세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조세심판원장에게 하거나, 세무서장 등을 거치지 않고 조세심판원장에게 직접 해도 된다.


하지만 현재 조세심판원 조모 사무관이 처리를 해주지 않은 탓에 민원인 K씨는 청구를 제기한 채 6개월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상황이다. ‘90일’이라는 기간 제약이 있는 절차를 담당 행정관이 붙들고 있는 까닭은 알 수가 없다.


▲ 조세심판원 홈페이지 캡쳐.

개인은 법적 절차를 끌어내기 위해 발생한 부대비용과 시간소요,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겪으며 상황을 종결짓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반면 국가기관인 조세심판원은 늑장처리를 하며 새로운 유형의 갑질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 조모 사무관(조사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첫마디로 "직접 연락하지 말고 행정실로 하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각하를 했는데 조사를 해보니까 11월 28일에 전자(인터넷)로 올라왔다"고 해서 '조사를 해보니 결과가 어떠느냐'고 묻자 "이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을 했다.


또한 "7월에는 인터넷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는데 당시 내용이 없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을 했다.


부당한 세금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려는 민원인의 입장에서 내용없이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설명일까.


'기본적으로 서울시에서 부당한 세금을 부과받은 개인이 이를 시정하기 위해 조세심판원을 찾는 것이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모 사무관은 말을 뱅뱅돌리며 설명을 하다가, "뭘 질문하셨습니까?"를 세 차례 반복하면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네 맞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시에서 기한이 도래해 각하된 사안은 조세심판원이 처리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기한이 도래됐다 함은 세금이 부과된지 90일 내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서울시는 대포차량 등의 구분없이 전 차량에 자동차세를 부과했을 뿐이다. 특히 K씨는 명의 도용으로(대포차) 피해를 본 사례 이기때문에 '잘못 부과된 세금' 이다. K씨 처럼 이렇게 억울하게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 '조세심판원'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또한 시정 요청을 해당 기관에 요청하는 것이 조세심판원이 하는 일이다.


그런 기관에서 9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이 민원인은 스스로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아왔다. 과연 일반 개인이 이 모든 것을 90일 이내에 할 수 있을 까.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하자 '처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던 조모 사무관은 "그러니까 월초에 처리한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단번에 말바꾸기를 했다.


'논점을 흐리는 해명'으로 일관한 조모 사무관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면서 해당 민원인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납세자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납세자의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세심판원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받은 상태에서 6개월 동안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 소액이고 힘없는 개인의 사건이기에 처리를 미룬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비단 개인의 잘못이라고 질타하고 넘기는 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의 권익과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심판원이 되레, 민원인에게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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