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 업체 희비 엇갈려…조선업 ‘한줄기 빛’

▲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유가 상승이 결국 디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을 완화함으로써 세계경제 회복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가 상승이 수요 측면이 아닌 OPEC에 의한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이라 되레 국내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번 OPEC의 원유 생산량 감축은 8년 만에 이뤄진 일로, 이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된 국내 관련업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국내 정유·석유화학·조선업 등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면, 항공·해운업 등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의 업종에서도 이번 유가 상승에 촉각을 곧추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나름의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OPEC, 유가인상 합의 “갈등 소지 여전”
한국경제 전반 영향…긍·부정 전망 동시

지난달 3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이 회원국으로 활약 중인 OPEC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8년 만에 원유 생산량 감축을 합의했다. 이들은 일일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정하는데 합의했으며, 이는 현재보다 120만 배럴 감산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비 원유 생산량이 평균 4.6% 줄어들게 되며, 이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또한 비(非)OPEC 회원국인 러시아는 회의 직전 불참 의사를 밝히며 우려를 키웠지만 생산량 감축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제 기름 값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 상승이 즉각 시장에 반영됐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주 대비 배럴당 3.1달러 상승한 51.06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영국 브렌트유(Brent) 가격은 전주보다 배럴당 4.95달러 오른 53.94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동 두바이유(Dubai) 가격은 지난주 대비 배럴당 3.35달러 뛴 49.02달러 수준이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에 따른 유가상승 강화 기조로 인해 최적수준 이른바 ‘스윗스팟’ 수준인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OPEC 원유 생산량 감축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긍정적·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먼저 이 같은 유가 상승은 그간 불황 정체세가 짙었던 세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년여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산유량에 대한 ‘치킨 게임’이 끝나게 될 경우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간 물가하락, 즉 디플레이션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게 되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고양해 결국 소비나 투자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처럼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하게 되면, 그동안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던 국내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산유국 감산 정책…유가 60달러 수준 상승 전망


▲ 8년 만에 이뤄진 이번 OPEC의 원유 생산량 감축에 한국 경제가 과연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면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의 요인으로 유가 상승이 이뤄지는 것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이는 소비나 투자 심리가 이미 위축된 만큼 물가 상승이 결국 내수 경기의 더 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당시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OPEC이 원유 가격을 인상한 이후 상품 가격 역시 상승세로 전환했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소비 침체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그 이듬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21.2% 폭등했고 경제성장률 역시 5.3%포인트 급락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OPEC 국가들은 석유를 팔아 국가를 운영한다. 이처럼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이들 나라는 현재 세계 경제가 맞이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제조업 부진에 따른 유가 하락을 가장 두려워하며, 결국 이번 원유가격 인상 정책을 결정한 듯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런 원유를 가공해 비싼 정제유를 만들어 다시 세계로 수출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번 산유국의 감산 정책이 구체적으로 한국경제 어떤 업종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석화·조선 등 “제품가격 상승 호재”
항공·해운·발전 등 “원가, 비용부담 증가”


우선 정유·석유화학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재고평가이익이 기대되는 정유사와 제품가격 상승이 전망되는 석유화학사들 간에는 이번 유가 상승이 결국 업계 전체에 긍정적 영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유 가격의 상승·하락에 직결되는 정유업계의 경우 지난 2014년 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50달러 선으로 급락했을 때 무더기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OPEC의 감산 합의로 정유사들은 과거 싼 값에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선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1300억 원 수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OPEC 회원국들이 자국의 다양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이런 감산 합의를 장기적·지속적으로 유지할 지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면 제품 가격 역시 오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요인 외에도 유가상승이 대체 에너지의 매력을 부각한 최근 사례도 발견됐다. 태양광업체인 한화케미칼과 OCI 등은 이런 작용에 따라 오랜만에 ‘깜짝’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선업계 역시 그간 짐짝 취급을 받아온 해양플랜트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환영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천연가스 부문도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향후 LNG운반선에 대한 수주 역시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에선 유가 상승이 브라질, 러시아 등 산유국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중동 시장 1위, 러시아 시장 2위, 브라질 시장에서 3~4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도요타 등 일본 경쟁사 대비 산유국 판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같은 사실이 유가 상승이 국내 자동차업계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가 상승,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 OPEC의 이번 감산 조치가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항공·해운·발전·금융·전자업계 등은 이번 OPEC 조치에 따른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항공·해운업계에선 연료비 부담 증가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는 가운데, 먼저 항공업계에선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유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원유가 1달러 올라가면 3200만 달러(약 370억 원) 수준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유가 변동 대응전략으로 고효율 항공기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항공사의 총 비용 중 연료비 비중은 약 30% 가량으로 높은 수준이다.


발전업계 역시 원가 상승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된다.


유가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데에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따라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 중인 가운데, 유가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금리가 급등할 경우 가계부실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고채 3년 물 금리의 경우 지난달 9일 1.402%에서 지난 2일 1.745%로 크게 뛰어 34.3bp 수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초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한층 누그러졌지만 이번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다시 급등세로 전환했다.


마지막으로 전자업계의 경우 당장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선적 비용 증가를 의식하고 있다.


한편, 이번 OPEC의 감산 조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볼 땐 미미한 영향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선 러시아의 행보와 같이 산유국 중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갈등 양상으로 미뤄 이번 감산 약속이 실제 집행될지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번 합의가 내년부터 이행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 말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문제가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변수가 아직 유효 중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유가가 5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현재 채굴을 중단 중인 미국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미국 셰일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생산을 재개해 유가 상승세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 조선업 역시 그간 골칫거리로 전락한 해양플랜트 분야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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