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남편이고 아버지 일까 생각해보니 마음이 무겁다"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정치인 김무성.’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 사무총장,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역임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몇 안 되는 거물로 통한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아 온 만큼 정치인 김무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간 김무성’에 대해서는 다소 덜 알려진 게 사실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큰 덩치와 거침없는 발언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소 거만하거나 오만할 것이란 고정관념에 있다.


하지만 그의 주변이나, 그와 조금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은 오해고 오히려 인간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지금껏 알려져 온 정치인 김무성이 아니라 인간 김무성에 초점을 맞춰봤다. 다만,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만큼 정국 현안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민생탐방‥현장에 답이 있다


보기보다 섬세하고 치밀한 성격


광우병 파동 집회를 제치고 100만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친 촛불집회가 있은 지 이틀 후였던 지난 14일, <본지>는 김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본지>는 당초 인터뷰의 방향을 ‘정치인 김무성’이 아닌 ‘인간 김무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거기에 맞게 질문을 준비했으나 시국이 시국이었던지라, 또 전날(13일) 김 전 대표가 대통령의 탄핵까지 언급하면서 정국 현안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전 대표는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인해 주말마다 열리는 분노한 민심의 촛불집회를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또 헌정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뇌 끝에 대통령 탄핵까지 꺼내 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김무성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 정치권에 입문한지 30여년이 넘기 때문에 ‘정치인 김무성’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인간 김무성’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는 정치인 김무성 보다는 인간 김무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려 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거나 주위에서 말하는 인간 김무성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마음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못한다. 단점으로 생각한다. 또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사업할 때 사기도 많이 당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얘기하면 금방 속아서 돈도 주고 그랬다.


- 사사로운 욕심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치인으로서 모든 판단을 사심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제 정치 인생의 큰 자부심이다.


- 젊은 시절부터 사업을 해서 돈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기도 하다. 국민들께서는 정치인들을 사심 가득한 집단으로 바라보시는데, 저는 끝까지 치사하지 않은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 보기보다 섬세하고 치밀한 성격이기도 하다.


Q : 김 전 대표의 부인은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최양옥 교수로 알고 있다. 부인과의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의 러브스토리를 알려 달라.


- 아내와는 중매로 만났다. 예전 체신부 장관하시던 이재설 장관께서 중매를 서주셨다. 선친께서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해야 될 것 아니냐고 하셔서 선을 봤는데, 바로 마음에 들었다.


- 당시 제가 포항에서 바쁘게 일 할 때였는데, 영화를 좋아해서 아내를 만나면 하루에 두 편씩 영화를 봤다. 아내는 오랜만에 만나 나와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영화만 보니까 싫었다고 한다. 그러다 네다섯 번 만나고 결혼했다.


▲ 아내 최양옥 교수와의 러브스토리 질문에 쑥쓰러워 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

Q : 김 전 대표는 국회 상임위원장, 당 사무총장,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으로 ‘거물 정치인’으로 통하는데, 집에서는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버지인가?


- 제가 어떤 남편이고 아버지일까 생각해보니 마음이 무겁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한다고 집에 일찍 들어간 적이 없고,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항상 후회가 된다. 아내는 말도 별로 없고 사치도 모르는 사람인데, 저한테 집에 일찍 오라고 타박하는 일도 없었다. 그 부분이 항상 미안하다.


- 5선 의원인 제 장인을 보고 자란 아내는 제가 정치하는 것을 결사반대했다. 저한테 정치하면 이혼하겠다고 까지 했다. 그래서 아내는 음악 공부를 계속하고, 저는 정치를 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려고 아직도 노력을 많이 한다. 청소도 제가 하고, 설거지도 자주한다. 라면도 잘 끓이고, 고기도 잘 굽는다. 요새는 손주들 보는 것도 내 몫이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잘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만회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Q : 김 전 대표의 페이스북을 보면 종종 손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진들이 올라온다. 김 전 대표가 몸소 느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차이점이 있다면?


- 선친이 자식들을 엄하게 키웠다. 헌 양복을 뒤집어 입을 정도로 검소한 분이셨는데, 저는 어렸을 때 방학 때도 친구들처럼 놀지 못하고 공장이나 목장에서 일을 했다. 안 그러면 등록금을 안 주셨다. 선친 덕에 나도 어려서부터 검소함이 몸에 배었다.


- 엄한 아버지와 반대로 나는 우리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정치한답시고 바깥으로 돌아다니면서 두 딸의 애교도 제대로 못 봤다. 특히 아이들과 대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것이 제일 후회가 된다. 다 내 탓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아이들이 다 자라서 오히려 나를 많이 챙긴다. 서로 영상통화도 자주한다.


- 어느덧 할아버지가 됐는데, ‘손주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손주들을 잘 챙긴다. 애들도 저를 잘 따라줘서 애교도 부리고 뽀뽀도 많이 한다. 헤어질 때마다 아주 마음이 아프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손주들에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Q : 김 전 대표와 관련해서는 ‘먹방’을 빼놓을 수 없다. 선거 지원유세나 민심을 청취하러 나설 때면 항상 먹는 사진이 찍히는데, 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즐겨먹나? 그리고 주량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주량은 어떻게 되는지? 혹시 흡연도 하는지?


- 소위 말하는 ‘먹방’은 국민들께서 주시는 대로 먹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 주량은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저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국회 최고의 주당이라고 써 놓은 것을 봤는데, 예전에는 정말 많이 마셨다. 요즘엔 많이 자제하고 있다. 술을 그렇게 좋아해도 선거에 돌입하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딱 금주를 선언한다.


- 담배는 일체 하지 않는다. 나는 국회 내에서 금연전도사다. 담배 태우시는 분들, 본인과 가족들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 끊으세요.


▲ 인터뷰 중인 김무성 전 대표와 스페셜경제 김영덕 편집국

Q : 지난 2010년에 김 전 대표가 국회 야구단 단장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야구를 좋아하나? 좋아한다면 어느 팀을 응원하는가?


- 예전에 국회에서 여야 간에 서로 너무 싸움만 한다고 해서, ‘우리 두입으로 한말하자’는 뜻에서 이구동성이라는 국회 야구팀을 만들어 단장을 맡았다.


- 당시 기자들과의 경기에서 전타석 안타를 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좋아하는 팀은 부산 롯데를 응원한다. 그런데 요즘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이 좀 아프다.


Q : 원내대표나 당 대표 시절 야당과의 협상과 당내 갈등 등으로 골치가 많이 아팠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가지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스트레스는 주로 어떻게 푸나?


- 되도록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한다. 정치는 유연성이이라고 생각하는데, 만난(萬難)을 무릅쓸 각오가 있는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사람은 견디기가 어려운 게 정치다. 어지간한 건 웃고 넘기고, 절대 먼저 화를 내면 안 되며, 먼저 화내면 진다는 생각으로 화를 참아야 한다.


- 예전에는 여야가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나서라도 새벽에 같이 소주 한잔 하고 푸는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요즘 정치권에서는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정치는 상대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문화가 국회에 자리 잡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 영화 보는 걸 참 좋아하고 드라마도 빼놓지 않고 본다. 약주를 한잔 한 날도 집에 가면 안 자고 드라마를 보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를 푼다.


Q : 지난 8월 유난히도 무더웠던 폭염 속에서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민생탐방에 나섰다. 민생탐방 중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몇 가지 소개한다면? 그리고 언제 다시 민생탐방을 재개할 계획인지?


- 역시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섞여서 밤늦게까지 막걸리 마시며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생업의 현장을 함께 겪으며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마음의 벽이 헐렸다.


-보고서나 언론을 통해 전해 듣는 민심이 막연한 것이라면, 삶의 현장에서 얻는 국민의 목소리는 너무나 생생한 것이었다.


- 제가 (민생)투어 중에 계속 턱수염을 길렀는데, 청주에 있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의 한 여직원이 저를 빤히 보더니, “저는 깔끔한 남자가 좋아요. 대표님도 수염을 자르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 당장 15일부터 대구를 방문해 민생탐방을 재개한다. 이날 ‘4차 산업혁명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주제로 경북대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하고, 민심 청취를 위한 현장문도 할 예정이다. 앞으로 12월 초 까지 전국 10여개 지역과 대학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


▲ 민생탐방에 대한 에피소드와 민생탐방 재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김무성 전 대표

Q : 지금까지 ‘인간 김무성’의 삶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해 본다면? 아울러 굳이 100점 만점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 80점 정도..


‘인간 김무성’보다는 ‘정치인 김무성’으로 살아온 것 같아서, 또 특히 가족들에게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 다음 생에는 정치가 아닌 ‘예술가’로 살아 보고 싶다.


<2편에서 계속......2편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따른 현 시국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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