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기업에 일감몰아주기 의혹

대한제분 홈페이지.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기업집단이 계열사들의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해당기업이 성장, 총수 일가가 손쉽게 부(富)를 축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일감몰아주기.


정부가 대기업 등에 대해 이를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중견기업 등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손쉽게 부(富)를 축적 또는 증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곰표 브랜드로 유명한 국내 제분 업계 대표 기업인 대한제분이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오너일가(家) 회사가 대한제분 지분을 우회적으로 승계 받아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편법 승계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제분’을 살펴봤다.


‘곰표’ 브랜드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제분업계 대표 기업 대한제분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계열사 ‘디앤비컴퍼니’. 디앤비컴퍼니는 1970년 4월 설립돼 파스타 및 와인냉장고 수입판매업과 밀가루 조제품 수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의 정확한 지분 구조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종각 대한제분 회장외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96.3%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싸이로가 나머지 3.7%를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디앤비컴퍼니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창업주 이종각 회장으로부터 대한제분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그 대가로 332만여주를 신주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주주는 이종각회장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96.3%, 대한싸이로가 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절반 ‘내부거래’


디앤비컴퍼니의 매출을 살펴보면 2015년 55억7100만원, 2014년 70억1400만원, 2013년 62억4100만원, 2012년 73억7300만원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과 파스타 등을 팔아 이룩한 매출은 2015년 22억3000만원(40%), 2014년 34억3900만원(49%)2013년 21억4700만원(34%), 2012년 39억9700만원(54%) 등 최근 4년 동안 118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매출액 261억9900만원의 45.1%에 해당한다. 실제 2008년부터 2010년 까지 3년간 60%가 넘었지만 현재는 절반 규모의 매출이 대한제분과의 거래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 ‘매출 절반 내부거래’ 대기업 규제 빠져


이종각 회장 등 특수관계 96%…4년간 118억원 밀어줘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상장사 30%)의 내부거래 금액이 12% 이상인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만 대한제분 등 중견기업은 해당에서 되면서 이러한 규제는 피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20일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법안은 일감몰아주기 수혜대상이 대기업인 경우 세후이익의 15% 이상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중견기업인 경우에는 세후이익의 30%까지 정상거래비율로 인정해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대한제분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설립돼 올해 창립 64년을 맞고 있다. CJ제일제당에 이어 국내 제분업계 2위 업체이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곰표 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대한제분의 계열사로는 대한사료와 대한싸이로, DH바이탈피드, 디비에스, DHF Holdings Inc, 보나비, 비티스 등을 두고 있다.


편법 승계 의혹 '모락모락'


대한제분의 오너인 이종각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디앤비컴퍼니’는 편법 승계 논란도 빚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지난해 5월 18일 이종각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제분 주식 32만721주 전량을 현물 출자 받았다.


이로서 디앤비컴퍼니는 기존 지분 8.73%에 더해 27.71%의 대한지분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4년 말 자산규모 290억원인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지분 증가에 힘입어 2015년말 2278억원으로 자산이 급증했고, 여기에 대한제분 지분 27.71%를 보유하게 되면서 대한제분 지배구조의 최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종각 회장 등의 오너일가는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대한제분과 대한사료, 대한싸이로 등의 계열사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형성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지난해 현물출자 당시 대한제분 측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성 증대를 위한 디앤비컴퍼니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세 승계 마무리(?)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종각 회장이 대한제분 지분을 직접 자녀 등에 물려주지 않고 지분을 보유한 디앤비컴퍼니에 넘긴 것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우회승계’란 것이다.


지분을 직접 2세에게 물려줄 경우 증여세(최고 50%)를 내야 하지만 법인에 주식을 줄 경우 법인세(최고 22%)만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종각 회장은 2009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 장남 이건영 부회장의 체제로 자리잡으로면서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제분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2세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며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분을 승계한 것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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