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 3단계에 진입했습니다”‥사전 알람기능 탑재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전LS산전 사장을 역임했다.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누진제 완화법 추진과 폐기가 반복되며 국민들이 지쳐가는 가운데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가 “날씨만 선선해지면 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라고 발언해 불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미 4개정권에서 연이어 전기료 누진제가 ‘퇴짜’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 더 이상 정부만을 신뢰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해 주는 업체가 있어 <스페셜경제>가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진웅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다.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에너지 절감이나 IT벤처기업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이미 접해봤을 사명이다.


117억 투자·대기업 러브콜…‘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지방대 출신에 LS산전 사장까지‥“늘 이단아 였죠”




LG유플러스 ‘에너지미터’ 주목 <왜>


요즘 다수의 뉴스프로그램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LG유플러스의 ‘에너지미터’는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이하 인코어드) ‘에너톡’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코어드와 LG유플러스는 계약을 맺고 작년 7월부터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누진 2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현 시점부터 기본요금이 910원, 1kwh당 125.9원의 요금이 적용됩니다”라는 알람이 있다면 우리는 ‘전기세 폭탄’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해당제품은 스마트폰 앱으로 ▲ 실시간 전기 사용량 ▲ 예측 전기 사용량 ▲ 대기 전력 ▲누진 단계 등을 알려준다. 분전반에 측정기기를 연결해 스마트폰 앱으로 연동을 시키면 설치는 끝난다.


또한 1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해 전기 사용량이 요금 급증구간을 넘기지 않도록 누진세 경보 메시지도 전송해 준다.


뿐만 아니라 △ 전체 전기 사용량 △ 현재 누진단계 △ 실시간 현재 요금 △ 월 예상요금을 안내해준다. 예상 전기요금과 실시간 사용량은 초 단위로 제공하고 전기 검침일, 할인 조건(3자녀 이상/5인 가족 이상/복지할인), 태양광 발전기 보유 여부 등을 반영했다.


현 사용 현황을 분석해 누진단계를 사전에 알려주는 기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특히 ‘누진단계 사전 알림기능’은 고객의 전기사용 추이와 상황변수를 조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어플을 통해 ‘8일 후 3단계 진입(66kwh 남음)’, ‘이번 달은 5단계로 마감 예상’ 등 다음 누진단계 진입까지 남은 날짜 및 사용량 확인이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사용내역을 알려주는 '에너톡'시연.


누진세, “인코어드가 예측한 문제점 중 하나에 불과”


“전기세는 전기요금이라 불리기보다 ‘전기세’라고 불린다. 사람들이 ‘세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주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은 표현이다. 이런 비논리적인 상황을 해결해 준 것이 ‘에너톡’이다.


연이은 폭염으로 이슈가 되는 누진세는 인코어드가 예측한 문제점 중 하나일 뿐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무얼 할래? 란 질문에 스타트업은 답을 보통 못한다”며 “반면 우리는 목표가 뚜렷했다. 누진세 이슈는 그중 하나다. 에너지 데이터에 엑세스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에너지 관련 고지서를 받는 게 전부이지 않느냐. 전기세금이 맞다고 본다. 서비스가 수반돼야 요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부의 돈 즉 우리 세금이 들어갔는데 서비스만 수반되지 않고 있으니 ‘에너지 서비스’를 만들자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인식의 벽이다.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전력산업과 에너지 산업은 보수적이다. 기존 기득권 세력이 엄청 많다. 초반에 우리 서비스는 조롱을 받았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비난이나 조롱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대응하며 버텼다. 여전히 인정안하는 분야들이 존재한다. 전력 쪽 인더스트리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단아다”고 국내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최 대표는 “1974년 누진세가 만들어진 당시는 유가가 워낙 비싸 전기를 덜 쓰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 제도들이 틀어져있는 상태인데 적게 쓰는 사람들의 문제라기보다 (어느정도) 쓰는 사람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삶의 질이 올라가 편히 쓰고 싶은 욕구가 반영되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제도적 문제․수급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지금 당장은 바뀌기 어렵다. 맹점은 국내에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 한전엔 왜 데이터가 없는가? 검침원이 적어가는 것이 전부라서 그렇다. 우리나라 14%가 가정용 에너지다. 우리가 에어컨, 밥솥, 냉장고 중에 어떤 가전이 전기를 많이 먹는지 알고 있느냐하면 그렇지가 못하다”고 현실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자사 제품인 에너톡은 ▲실시간 모니터링 ▲예상요금확인 ▲에너지가계부 ▲누진단계예측 등의 주요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최 대표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감을 해결할 방법으로 에너톡을 내세우지 않았다.


“누진세 완화가 목표가 아니다”


그는 “근본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하면서 스스로의 사용 패턴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사람들이 즉각 반응할 수 있다. 현재는 에너지 데이터를 15분 후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그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고 현재의 수동적인 사용자 단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전반에 해당 제품(에너톡)을 설치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소비자 스마트폰으로 내역이 전송된다.


‘택배’ ‘경비’ 등 빅데이터 결합‥ 새로운 메카니즘 탄생


전력 빅데이터와 IoT와의 접점은 상당히 간단하다. 두꺼비집에 에너톡을 설치하면 에너톡 와이파이가 집안 와이파이 공유기를 통해 회사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인코어드는 이를 소비자 폰으로 바로 전송한다. 또한 고객이 요구하면 언제든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빅데이터의 다양한 종류 가운데 전력 빅데이터 분야에 매진하는 인코어드는 “여러 가지 경쟁방법 가운데 우리는 큰 시장으로 가서 전혀 다른 걸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세상에 에너지 빅데이터를 가진 민간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 최초이고 현재 없는 시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분야를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빅데이터에 관한 최 대표의 신념은 확실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을 설명해 보겠다. 일본의 경우 택배 반송률이 40%에 달했다. 이에 빅데이터가 더해지자 인건비 등의 사회적 비용이 세이브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경비 업체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센서, 에너지 데이터, 집 온도 · 습도 센서, 사람 감지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메카니즘으로 문제 해결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전력 빅데이터’란 단순히 이번 달 전기세를 조금 내기 위한 수단에 쓰일 수준이 아니다. ‘전기장판이 켜져있다’ ‘TV안보면서 항상 켜두는 경우’ 등처럼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나아가 대형 화재 등의 사건·사고 등도 막을 수 있다. 또한 혼자 사는 치매노인의 전기사용패턴을 확인해 불상사를 막는 등의 공익적인 측면도 있다”


117억 투자유치 성공‥‘30테라’ 데이터 인정받아


최 대표는 지난 2013년 에너지솔루션 전문기업인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이하 인코어드)를 설립해 전력 빅데이터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인코어드는 실리콘밸리의 투자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현재 한국, 미국, 일본에 각기 법인을 세운 상태다. 3국에 있는 총 사원수는 56명으로 최 대표가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최고의 직장에 있던 멤버들이 모여 ‘세상을 바꿔보자. 없던 세상에서 세계 최초의 꿈을 갖자’ 라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립한 지 2년이 지난 2015년 말 글로벌 투자 계 큰손인 조지 소로스로부터 117억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외부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대형 투자는 삼성과 엘지 유플러스 등도 있다. 우리가 인정받는 이유는 에너지 데이터를 30테라 쌓았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모은 전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들여다보면 국내 스타트업은 지분구조에 신경을 더 쓴다. 반면 세계 최고 이커머스인 알리바바의 마윈은 지분이 7%밖에 안 된다. 창업자가 이루려는 꿈이 있으면 회사 지분구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성공시키기 위해 몰입하는 구조면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승자레이싱을 하려면 버틸 수 있는 힘 즉 자금력이 중요하다. (내가 볼 때)리스크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인재나 기술력 등은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우리는 전혀 다른 마켓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현재 인코어드의 주력국가는 일본이다. 타겟시장인 셈. 일본 전력회사가 에너지 데이터 플랫폼을 선정하면서 인코어드를 선택해 100조에 달하는 사업을 함께 구체화시켜가고 있다.


그는 또 “한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일본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반면 한국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서 중장기시장으로 분류했다.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미국은 특화된 시장으로 진입할 생각이다. 스마트 계량기가 너무 많이 보급된 상태라 교육이나 특화된 서브미터로 상세한 에너지 분류를 해주는 시장 침투를 계획하고 있다”고 3국에서의 진행상황을 전달했다.


“소위 ‘빽’도 없는데 대기업 사장까지‥”


57년 생의 최종웅 대표는 지방대학 출신으로 LS산전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1982년 금성사에 입사해 금성계전, LS산전 등 사명이 바뀌는 동안 꾸준하게 한 회사에 몸을 담았다.


“처음 미국을 갔을 때 그곳에서 조롱받았다. 대표의 경력이 대기업에 있던 31년이 전부라서. 우리나라는 한 우물을 팠다고 생각해 주는 반면 미국은 능력이 있으면 스카웃 돼 커리어가 늘었을 텐데 어째서 달랑 한 줄이냐는 반응이었다”


IEC-ACTAD 한국대표 및 한국위원장이기도 한 최 대표는 보장된 사장의 삶을 접고 2013년 족적을 남기자는 의미로 창업을 시작했다. 초창기 한국에서 투자를 못 받아 인코어드는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됐다.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돼 지금은 밸류에이션 1억2천만불 즉 1500억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가 됐다.


국내 대기업도 주저하며 망설이던 분야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도하게 된 계기는 LS산전이 만들어줬다. LS산전 재직 시절인 1992년 로봇을 전공한 그에게 전자식계량기를 만들라는 주문이 내려졌다. 만들면서 최 대표의 머리를 맴돈 생각은 ‘쓸모없다’ ‘기능에 비해 고가의 비용이 든다’ ‘센서 하나만 붙이고 통신만 연결하면 되는 걸 이걸 왜 하나?’였다. 2003년부터 구상을 했고 그는 창업을 선택했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무얼하겠나. 발전기나 송전탑 짓는 게 전부다. 생각의 틀을 바꾸자. 전기를 덜 쓰게 하고 줄인 돈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포인트로 계산해 마일리지로 쌓아 사회적 약자에게 기부하게 할 계획이다. 전기절약도 자원으로 인정해 거래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삶의 질을 바꿔줄 IT기술은 예측불허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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