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연장‥조세범칙조사로의 전환?

▲ 지난 2013년 1월 10일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화학섬유 제조 및 관련제품 가공·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코오롱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4월 14일 국세청은 코오롱그룹을 상대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부를 내려 보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부는 기업의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한다.


당초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6월말까지였으나,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을 3개월 연장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로 코오롱그룹 최고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 및 사법처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코오롱그룹 세무조사 연장 배경에 대해 들여다봤다.


단순 세무조사?‥국세청 중수부 투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코오롱아우토


코오롱그룹의 창업주 고(故) 이원만 회장은 지난 1935년 일본에서 아사히공예사라는 모자공장을 차려 성공한 뒤, 1951년 일본 도쿄에 삼경물산을 설립했다.


당시 이원만 회장이 설립한 삼경물산이 한국에 나일론(합성섬유)을 독점 공급하면서, 국내에 나일론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원만 회장은 1954년 한국으로 귀국해 나일론 수입을 전문으로 하는 개명상사를 세웠으며, 1957년에는 나일론을 직접 생산할 목적으로 한국나이롱(주)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나이롱은 1981년 ‘코리아+나일론(Korea+Nylon)’의 합성어인 코오롱으로 사명을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2009년 12월 코오롱그룹은 모회사인 코오롱에서 제조사업 부분을 따로 떼어내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하고, 코오롱은 순수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창업주 이원만 전 회장과 고(故) 이동찬 전 명예회장을 거쳐 현재 이웅렬 회장이 코오롱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3개월 연장된 세무조사 <왜>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14일 코오롱그룹에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들이닥쳤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13년 세무조사를 통해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여받은 바 있는데, 불과 3년 만에 또다시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세무조사가 이뤄진다는 점과 기업의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이번 세무조사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단순 세무조사가 아닐 것이란 소문이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 파다했다.


당초 코오롱그룹을 상대로 한 국세청 세무조사는 6~7월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세무조사 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조사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조사4국이 코오롱그룹의 광범위한 세금 탈루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포착한 것 아니겠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사4국이 세금탈루 혐의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나머지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무조사→세무사찰?


일각에서는 코오롱그룹 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 및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 포함)와 달리 조사를 받는 개인·기업 등의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세무조사로 ‘세무사찰’이라고도 한다.


보통 이중장부나 서류의 위·변조, 허위계약 등 부정한 방법에 의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비자금 조성 정확이 포착돼, 고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법적 성격의 조사다. 세금추징에 목적을 두고 있는 일반 세무조사와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일반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확인되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기 때문에,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연장이 조세범칙조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이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세무조사 연장에 대해 조세범칙조사로 확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코오롱아우토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연장이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코오롱아우토(전 네오뷰코오롱)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전형을 연출하고 있다.


2000년 11월에 설립돼, 2001년 코오롱그룹에 편입된 코오롱아우토는 설립 당시 “OLED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축적 하겠다”는 사업목표를 내걸었지만, 코오롱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지난 15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매년 2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내고 있지만 코오롱아우토는 문을 닫기는커녕 오히려 코오롱으로부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아 왔다.


매년 유상증자 형식으로 200~3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코오롱아우토에 투입됐으며, 15년여 동안 투입된 자금은 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며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부실계열사에 코오롱그룹이 매년 유상증자를 통해 수백억 원의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는 것.


▲ 코오롱아우토인 전신인 네오뷰코오롱(네이버 거리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을 향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코오롱아우토에 3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유상증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와 접대비, 인건비 등을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은 지금까지 만년적자를 면치 못하는 코오롱아우토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면서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의아해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오롱아우토 같은 부실계열사는 진작부터 청산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보통 일반적이지 못한 행태는 횡령이나 배임, 비자금 조성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남 지분승계 위한 상속 자금 마련?
정권 차원의 ‘사정(司正)’…MB 겨냥?


지분 팔아 현금화‥상속세 의혹


코오롱아우토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현재 경영 수업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의 지분 승계를 위한 상속 자금 마련과 관련돼 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최근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팔아 이를 현금화 하는 것도 이규호 상무보의 지분 승계를 위한 상속 자금 마련과 연관 짓고 있다.


지난 5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글로텍 지분 5만 6739주(2.07%)를 58억 9024만원에 매입했다.


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비상장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 주식 1주당 10만 3813원에 매입한 셈이다.


또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회장이 보유한 하나캐피탈 주식 70만 주도 206억 8100만원에 취득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26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는데, 이 자금이 장남의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에 쓰이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세무조사 연장은 상속세와 관련한 탈루 혐의가 불거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4년 11월 타계한 이동찬 명예회장은 101만 3360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5년 2월 이 회장에게 40만 500주, 이 회장 자녀들에게 각각 12만 2562주가 상속됐다.


이 과정에서 상속세가 제대로 납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4국이 들여다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 전철 밟는 코오롱?


정권 차원의 사정(司正)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MB정부시절 대기업 회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코오롱글로벌의 전신인 코오롱상사의 사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덕평휴게소(덕평랜드) 매각 당시 이상득 전 의원과 관련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운영하는 덕평휴게소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2곳 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할 만큼 코오롱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였다.


그러나 2014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코오롱글로벌은 알짜인 덕평휴게소를 맥쿼리가 운용하는 자산운용 펀드에 매각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매각 과정에서 맥쿼리 자산운용만을 염두에 뒀다. 공개입찰이 아닌 맥쿼리 단독입찰 방식으로 덕평휴게소를 맥쿼리에 매각한 것이다.


▲ 덕평휴게소(네이버거리뷰)
맥쿼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 이지형 씨(맥쿼리IMM자산운용 전 대표)가 근무했던 곳으로, 이 회장이 이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맥쿼리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과 같이 코오롱그룹의 세무조사 연장은 전 정권을 향한 사정(司正)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마치면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검찰 고발로 이어져, 코오롱그룹이 롯데그룹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맥쿼리자산운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는 맥쿼리자산운용과 무관한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를 한 바 있으나, 2007년 해당 법인이 다른 외국금융사에 매각이 되면서 그 후 맥쿼리 관계사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그의 조카, 즉 이지형씨가 몸담은 회사와 맥쿼리의 덕평휴게소 인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타격 입게 될 것”


이처럼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 코오롱그룹의 세무조사 연장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딱히 드릴 말이 없다”면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입장이어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했다.


코오롱그룹은 3년 만에 다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번 세무조사에는 국세청 중수부가 투입돼, 코오롱그룹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코오롱그룹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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