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서민경제를 이해하지 못했음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줄 모른다는 것. 올 7월은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철임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6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주택담보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은 한 달 간 5조8000억원 증가한 506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7월중에서는 작년(6조4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금년 1월 2조7000억원, 2월 2조6000억원을 기록하다가 봄 이사철을 맞아 3월 4조4000억원, 4월 4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5월 4조7000억원, 6월에는 4조8000억원, 7월 5조8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서민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우려에도 불구 지난 5월 전국으로 확대돼 증가세가 고삐 풀린 말처럼 뛰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조정돼 돈을 빌리는 부담이 감소한 데다, 주택시장 공급과잉까지 맞물리면서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 6월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1.25%)로 내린 한은의 결정 이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점감하는 추세다. 올초만 해도 3%대를 형성했던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현재 2%대로 낮아졌다.


은행연합회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SC제일·IBK기업은행 등 시중 7개 은행의 7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평균금리를 연 2.65~2.92%로 공시했다.


주택거래량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 8000호, 5월 1만호, 6월 1만2000호, 7월 1만4000호로 집계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저신용 취약계층 등이 대출규제 강화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집단대출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점도 가계대출 증가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명대학교 유경원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주택거래 활성화 및 전세시장 구조변화 등으로 가계부채가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주택분양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향후 상당기간 집단대출 및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시중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부동산 분양 물량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추후 상당 기간 집단대출 및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은 내부적으로도 최근 도입된 규제들이 진정 서민을 위한 것인지 실효성을 재평가하고, 이론이 아닌 실제 민생에 적합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 2일 발표한 '2016년 제1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의 위원들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이 오히려 은행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악화시켜 최근 도입된 규제들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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