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아”…‘기업 성장은 미지수’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국내 외식업계에서 사모펀드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최우선 목표는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것이다. 이에 현금 흐름만 개선해도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사업구조인 가운데, 기업의 가치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기업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이 사모펀드의 운영방식이어서 외식업계의 장기적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외식산업은 지난 5년간 인수합병(M&A)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례로 KFC, 크라제버거, 할리스커피, 공차코리아 등 모두 사모펀드에 매각되며 새 주인을 만난 것이 확인됐다.


이에 외식 산업 분야의 기업 인수 합병은 당분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매물로서의 가치가 높은 ‘BHC’


일요신문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의 경우 제너시스 BBQ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BHC를 12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튼은 씨티그룹 계열 사모펀드 CVCI로 시티그룹으로부터 독립해 주로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다.


주로 국내 외식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BHC를 앞세워 2014년 ‘창고43’을 인수하고, 지난해 12월에는 ‘불소식당’을 사들이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 BHC는 5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순댓국 프랜차이즈인 ‘큰맘 할매 순대국’과 소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그램그램’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로하튼이 BHC를 제외한 프랜차이즈 4곳을 인수한데 들인 비용은 약 1100억원이다.


이로 인해 매장은 인수전인 803개에서 1280개로 늘었고, 올해 연말 까지 가맹점을 1400개로 목표를 하고 있다. 그 사이 BHC는 치킨 업계 1위 교촌치킨과 제너시스 BBQ를 추격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최근 치킨프랜차이즈 ‘BHC’가 또 다시 매각설이 휩싸였다.


BHC가 M&A 시장에 재등장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면 매년 꾸준히 수익성을 끌어올리면서 매출규모를 늘려왔고, 어느 정도 매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인 로하튼이 외국계 사모펀드라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식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출구전략 짜기가 한결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 “마찬가지로 로하튼도 외식업종에 대한 더욱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는 경기 영향을 덜 받는데다 현금 흐름이 양호하며, 피인수 회사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투자 회수가 쉽다는 장점도 존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사모펀드 인수 ‘먹튀 논란’


하지만 BHC 재매각설을 소문쯤으로 가볍게 넘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업계에선 로하튼이 BHC를 비롯해 외식 브랜드 전체를 매각 대상에 올려놨다는 소문이 확산됐으며, 심지어 4000~5000억원대라는 구체적인 매각 금액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모펀드들이 외식업계에서 몸불리기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BHC에 투자한지 불과 3년이란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로하튼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면 무조건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먹튀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커보인다.


이는 가장 보편화된 외국계 자본의 행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비용절감 등 단기요법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되팔면 사모펀드는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해당기업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들은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외형적 성장을 할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막대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회사에 들어왔기 때문에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빠른 시간 내에 올리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회사 가치를 올린다는 것은 기업의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은 또 다시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모펀드 KKR에 인수됐던 오비맥주는 피인수 4년만인 지난 2014년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에 다시 팔린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오비 맥주를 58억달러(6조 1680억원)에 팔아 4조원 가까운 투자수익을 올린 가운데, 지난 2012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코웨이도 차익실현을 위해 조만간 매물로 다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도 있지만 성공도 있다?


물론 사모펀드의 투자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불황 속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올초 버거킹코리아의 100% 지분을 보유한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와 버거킹코리아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사모펀드로 넘어간 뒤 버거킹은 크게 성장해 2013년 162개였던 매장은 2014년 199개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직영 170개, 가맹 61개로 231개가 됐다. 올 2월 기준 매장 수는 236개로 늘어 3년 만에 4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모펀드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도 종종 볼 수 있다. 현금 흐름이 뛰어나고 단기간 수익을 내기 용이하나 충분한 검토 없이 투자를 했다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놀부는 모건스탠리 PE가 지난 2011년 1200억원에 인수했지만, 매출액은 2014년 1211억원에서 지난해 1196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0% 감소한 26억원에 그쳤다. 또한 당기순손실은 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밖에도 2014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것으로 알려진 공차코리아, KFC도 실적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모펀드는 국내 기업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것으로 불황의 외식업계를 살릴 수 있는 기회로 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몸집을 불려놓아 되파는데 치중하다보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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