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산재 의혹’ 등 잇단 소송까지 ‘설상가상’

▲ (장그래 노조 제공) 올해 2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기자회견 연 장그래 대전충북지역 노동조합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한국타이어는 명실 공히 국내 1위, 세계 7위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요즘은 공해 배출시설 설치 관련 주민들과의 갈등, 근로자들 돌연사, 산재의혹, 산재 은폐 등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6년 “15명 집단사망사건”으로 시작되는 한국타이어의 유해물질은 인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명상을 입혀 최악의 경우 사망으로까지 몰고 갔다. 이 사건은 노동자들이 해당 물질과 관련된 질병을 얻은 후 고발장을 접수하며 사회에 공개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 의혹만 제기됐을 뿐 명확한 후속 조치는 따르지 않았던 것.


이러한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금산 지역에 새로운 배출시설 설치를 강행하려고 해 주민들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의혹들을 되짚어봤다.


▲ 한국타이어 비상대책위 전단지.


금산 주민들, “100여톤씩 폐타이어로 보일러 가동”


지난 달 28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은 몰려든 주민 100여명의 집회로 소란스러웠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폐타이어 고형연료 보일러 시설 설치를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은 260억원을 투입해 공장 내 부지 1130평에 건축면적 580평 규모로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현재 폐타이어 고형연료 열분해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관련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충남도청은 지난 6월 16일 배출시설 허가를 했고, 이어 금산군청도 건축 허가 승인을 했다.


이에 본지는 충남도청에 유해성 여부 조사 등을 확인한 결과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따라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허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앞서 한국타이어 사업장 내에서는 원인불명의 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고 이와 관련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사업장 내의 위험물질들은 보일러 시설로 형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시설 설치와 관련 복수의 언론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과 지역 매체들만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왜일까.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맹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연사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준비하는 사업에 대해 맹목적 수용이 맞는지 의문이다.


주민들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며 금산군청과 충남도청을 방문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라호진 금산군공해방지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금산 땅은 청정지역 1500년 인삼의 종주지다. 이 땅에서 매일 100여톤씩 화학성분이 함유된 폐타이어를 열분해해 보일러 연료로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 고장에 더 이상 공해 배출시설을 늘리지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폐타이어 고형연료 보일러 시설에 대해 "원천적으로 금산공장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LNG) 이용량을 줄이고 궁긍적으로 탄소 저감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타이어 제조공정에서 필요한 열을 공급하기 위해 폐자원을 100% 재활용하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관련시설에서 배출될 유해물질 대비책을 묻자 "소각하는 시설이 아닌 열분해를 통해 오일 및 가스를 추출하고 이를 완전연소시켜 타이어 제조 과정에 필요한 스팀을 공급하고, 카본, 스틸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환경친화적인 자원재생시설이다. 따라서 직접가열방식인 폐타이어 소각시설과 다른 간접가열 방식이다"고 답했다.


한타, 어떤 곳이길래…“집단사망사건 일어났나?”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사건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1년 6개월 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중앙연구소, 충남 금산공장 등 3개 시설에서 총 직원 15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근로자들은 심근경색과 심장질환 등의 발병으로 돌연사했다.


이와 관련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은 한국타이어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솔벤트'가 심장질환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벤젠이 함유된 솔벤트는 타이어 접착에 필요한 유기용제(세척제)로 쉽게 증발해 호흡기를 통해 흡수, 뇌와 신경에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로 알려져 있다.


해당 사건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상조사와 후속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등 흐지부지 됐다. 시민단체들은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인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


<>박찬복씨의 죽음 이면에는?


이어 또 다시 작년 12월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故 박찬복. 38세)가 사망했다. 박씨는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14년 넘게 타이어 생산라인을 담당했다.


한달 후 박씨의 유족 및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장그래 대전충북지역 노조)는 한국타이어•하청업체를 상대로 대전지방노동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국타이어가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 ▲이를 은폐하는 점 등을 근거로 이와 관련한 △철저한 조사 △원인규명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숨진 박씨는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지 2달이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박응용 위원장을 비롯해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총 7명이다. 이들은 고악성 활막 육종암, 알츠하이머, 뇌출혈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사망원인이 한국타이어 작업 과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벤젠, 솔벤트 등 유해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당시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 결과 사망원인이 작업환경과 관련 있는 것으로 결론났다. 당시 결과를 보면 심장성 돌연사는 작업장 내 고열, 관상동맥질환은 교대작업 및 연장근무 등에 따른 과로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역학조사에서 핵심 유해물질이 빠진 채 조사가 진행돼 철저한 원인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당시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보단 보상위주로 처리된 탓에 2008년 이후에도 비슷한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8년 동안 38명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박찬복 죽음과 관련 한국타이어는 "어떠한 보상과 조치를 말씀하시는건지요?"라고 되물은 뒤 이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또한 이미 진행된 역학 조사의 미흡함을 묻는 질문에 "역학조사가 진행이 되면 성실히 협조할 예정이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노동자의 침묵’‥산재은폐 의혹•비판적 성향 근로자 관리


노동자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가운데 정작 목소리를 내는 곳은 없다. 이들은 그 배경에 ‘산재 은폐’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5년간 공식적으로 집계된 산재 횟수가 대전공장 164명, 금산공장 148명, 중앙연구소 18명으로 330명이며, 시정지시 67건, 과태료 10억3백9만원, 사법처리 14건이다.


최근에도 한국타이어에서는 ▲산재 신청 노동자에 대한 인사상 징계 ▲사내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음에도 근로복지공단에 거짓의견서 제출 ▲산재요양을 신청한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작업배치 중단으로 생계 끊기 ▲작업 중 입은 산재에 대한 공상 처리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주기 등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특히 작년 8월 대전공장 노동자가 재해 사고가 났을 당시 한국타이어는 해당 노동자를 사기범으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더해 6개월 이상 치료를 받게 되자 재해노동자를 면직처리했다. 또한 현장 관리자들로부터 ‘자해를 했다고 들었다’는 가짜 진술서를 받아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해당 노동자의 산재를 승인하자 회사는 '재해노동자가 자해를 했다'고 고소했다.


한편 지난 2015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사측 작성으로 추정되는 문건에서 한국타이어는 근로자들을 성향에 따라 분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건에는 ‘관리방침에 지극히 호의적인 인원으로 분류됨’, ‘지시를 상당히 싫어하며 마음을 닫고 있음’ 등 근로자 개별 성향도 기재됐다. 또한 ‘커피타임 등 주기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함’, ‘식사 모임(애로사항 청취) 등 주기적 관리가 필요함’ 등의 관리방향과 함께 ‘○, △’같은 우호 정도가 분류돼 있다.


따라서 당시 우 의원은 “한국타이어가 부당노동행위를 했고 이에 대해 노동부는 전면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며 “노동부가 한국타이어에 봐주기 식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동부의 석연치 않은 행보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근로자의 죽음 행렬이 이어졌고, 이를 관리하는 사측의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해당 사건은 답보상태다.


박씨가 숨진 직후 지난 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병원의 허위 진단 발부 의혹 등을 제기했다. 충남대 병원이 발부한 2장의 사망진단서에 각기 다른 사인이 기재됐다.


이에 산재협의회는 고용노동부와 한국타이어를 대상으로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의혹을 갖는 지점은 “노동부와 한국타이어간 유착”이다. 앞서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원회가 전직 노동부장관 7명과 한국타이어 사장과 회장 등 33명을 대검찰청에 살인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후 박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같은 사유의 진정서를 재차 접수한 것이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현재 한국타이어에는 복수 노조가 존재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갖가지 의혹 제기 및 피해 입은 근로자 사례 등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은 밝혀지지 않고 혹은 중요 사실을 제외한 체 수사하는 등 공정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산업안전공단•노동부와 한국타이어간 부당한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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