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약점 잡아…‘은밀하고 위대하게 해먹었다’

▲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올해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조계 최고 자산가를 공개한 바 있다. 그는 156억원의 재산을 자랑했고 발표된 지 3일 만에 ‘수상한 38억 주식대박’이라는 단독 타이틀로 인터넷을 도배했다. 그는 바로 진경준(49) 검사장. 실제 드러난 차액은 126억 원이었다. 서울대 동기인 김정주 넥슨 대표와의 학연 및 직무 관련성 여부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재산형성 과정에 합리적인 소명을 하지 못해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심사에 착수, 이튿날 진 전 검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강경 수사를 요구하고 대한변호사협회, 더불어민주당 등의 거센 압박이 뒤따랐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던 대검찰청은 결국 3개월 만인 7월 특임검사팀을 꾸렸다. 특검팀에 의해 16일 진 검사장은 구속됐다.


넥슨-한진그룹 등 수사 봐주기로 ‘호위호식’


靑-법무부, ‘제 식구 감싸기’논란 일파만파



'제2의 넥슨' 한진그룹, 134억 일감몰아주기


특검팀은 진 검사장의 자금 흐름 속에서 ‘넥슨’외에 ‘한진그룹’과 관련된 의혹들을 발견했다.


지난 2010년 7월 진 검사장 처남이 자신의 명의로 청소용역업체를 설립했다. 그 업체는 지금까지 134억원의 수익을 냈고 이는 모두 한진그룹 계열사 등이 청소 일감을 몰아준 덕이었다. 매년 20억 원 이상씩, 한 달에 약 2억 꼴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진 검사장과 한진의 인연은 2010년 그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맺어졌다. 그는 한진의 비리 첩보를 내사(內査)하다가 중단했고, 중단 직후 청소용역업체를 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한항공 측은 이와 관련 ‘진 검사장이 (일감을 주라고)먼저 요구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남은 요식업에 종사한 경력이 전부이고 청소용역업체 경력은 전무한 인물이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2일 해당 청소 용역업체 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구 소재 진 검사장 집, 김정주(48) NXC(넥슨 지주회사)대표 집, 넥슨코리아, NXC 제주 본사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이 검사장급 이상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의 집 등을 압수 수색한 사례가 최초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2009년 경 한진 총수 일가 등의 탈세 의혹 관련 첩보를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냈다. 당시 이 건은 조세 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금융조세조사2부가 맡았다. 진 검사장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으로 한진 관계자 다수를 소환 조사하며 집중 내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러다 돌연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 힘들 것 같다’는 보고와 함께 ‘내사 종결’처리를 했던 것.


당시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일했던 검찰 관계자는 "첩보는 진 검사장이 부장으로 오기 전에 대검에서 내려왔는데, 진 검사장의 지시로 내사 중 종결된 게 맞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대한항공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진 검사장이 내사 종결하며 그 대가로 받은 셈이어서 '부정 처사 후 수뢰죄'가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뇌물 수수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법정형(法定刑)은 '10년 이상 징역'에 해당한다.


특검팀이 12일 압수수색한 청소 용역업체는 인천공항 부근에 소재하며 사무직 3~4명에 청소 담당 인력이 80명가량이다.


한편 진 검사장의 ‘처가’가 그의 뇌물 수수 창구로 활용된 의혹이 제기돼 특검팀은 그 부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검팀이 진 검사장 가족과 친척 등의 자금 흐름을 쫓는 과정에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를 파악했다. 이 회사는 진 검사장의 장모가 감사(監事)를 맡고 그의 처남은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진 검사장의 아내가 이 회사와 잦은 금전거래를 한 정황이 발견됐고, 사실상 실질적 운영은 아내가 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가 나왔다고 한다.


진 검사장은 앞서 넥슨이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제네시스 차량도 처남 명의로 제공받은 바 있다. 따라서 진 검사장의 수뢰 정황을 완벽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처가 쪽 수사가 보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진그룹 측과 접촉하려고 수차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에 직접 전화를 넣거나 지인을 중간에 넣는 방식으로 시도했으나 대한항공 측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한 대한항공 측은 진 검사장의 요구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입장이라 수사가 거듭될수록 진 검사장의 끝없는 추락은 예견돼 보인다.


이러한 용역업체는 고위공직자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뇌물 수수 루트라는 지적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직접적으로 제공받기 껄끄러운 이들이 소액으로 용역업체를 차린 뒤 간접 루트를 통해 뒷돈을 챙긴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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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검사의 권력 통한 뇌물수수?


특히 특검팀이 한진그룹의 청소용역을 몰아준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14일 밤 10시 55분께 넥슨의 비상장 주식 등을 뇌물 수수한 건으로 진 검사장이 긴급체포되는 등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토록 빠른 수사 전개에는 특임검사팀이 그 배경에 있다. 6일 지명된 이금로 특임검사는 수사 8일 만에 진 검사장을 소환했고 체포까지 연결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는 특검에 사건을 넘기기까지 석 달 동안 진 검사장의 거짓말에 놀아나며 뭘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올 3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기 돈으로 투자한 게 문제가 되느냐”며 상황파악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 심사 착수 직후 진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려 했다. 청와대, 법무부, 특검 도입 전 검찰까지 안일하게 대응해 자칫 진 검사장의 사건은 덮일 뻔했다.


안일한 검찰 부른 화→들끓고 있는 여론


때문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시세차익으로 이익을 낸 126억 원 모두 추징해야 한다는 것.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뇌물을 바탕으로 번 돈 120억 원이 진 검사장의 수중에 남아 있는 것을 눈뜨고 보고 있을 수 없다, 특임검사는 120억 원 모두 추징하지 못한다면 검찰 문패를 내린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역시 ‘그렇게 끝까지 거짓말이 거듭되는 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수수방관하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사설에서는 "현직 검사의 비리가 과거에도 있었으니 의혹이 있으면 바로 수사에 나서는 게 마땅한데도 별다른 조처 없이 상당 기간 방치했다"면서 "무능 아니면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 준비 단장이었다거나 차관의 고교 후배라는 따위 사적인 인연에 얽매여 사건을 축소하고 감싸려 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어떤 경우이건 거짓말에 놀아나 검찰 신뢰를 무너뜨린 법무부와 검찰 지도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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