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무한애정→전직 임원 구속 ‘묵묵부답’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신동빈 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었던 ‘롯데케미칼’이 롯데의 비자금 조성의혹의 중심에 서있게 됐다. 그룹에서 가장 인기를 누렸던 곳이 주요 비자금 조성 루트로 지목되면서 롯데그룹 뿐 아니라 업계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현재 국내 상황이 이럼에도 일본에 체류하며 “역시 롯데는 일본기업이다”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수사 이후 첫 구속‥“증거인멸·도망 우려있어”
신 회장 日 주총 앞둔 데 이어 엎친데덮친격


비자금 조성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전 임원 김모씨가 긴급 체포된 데 이어 구속되면서 롯데家를 둘러싼 기류가 다시 팽팽해지고 있다. 김씨의 구속의 의미는 상당하다. 검찰의 수사 이후 롯데 그룹 관계자 첫 구속인데다, 신동빈 회장이 애정을 쏟아부은 롯데케미칼이 ‘비자금 창구’로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의혹 부인하던 롯데케미칼


시가총액 9조원이 넘는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큰 회사다.


검찰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한 협력업체의 홍콩법인을 통해 부타디엔, 열분해가솔린(PG) 등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중간거래 회사로 두면서 거래 대금일부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끼워 넣은 계열사 중에는 일본롯데물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국부 유출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과 신동빈 회장 자택, 정책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14일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등 1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파악했다. 또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4월 롯데그룹 정책본부 임직원들이 본사 사무실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대량 교체한 사실도 확인했다.
롯데케미칼측은 이에 대해 당시 원료 수출입 통로 역할을 했던 롯데상사가 파이낸싱 능력이 있던 일본 롯데물산을 이용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검찰조사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며 비자금 조성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 15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일본 계열사와의 거래에 대해 비자금 조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거래 방식도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5일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20일 검찰이 롯데케미칼 전 임원 김모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증거인멸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3일 후, 김씨는 결국 구속이 결정됐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의 구속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검찰이 롯데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구속’이기 때문이다.


신동빈 ‘애정’…빗나갔나?


롯데케미칼이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수업을 한 곳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일본 노무라증권을 거친 이후 한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입사한 곳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었다.


단지 시작점이 아니었다. 신 회장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인물로 알려진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역시 롯데케미칼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현재까지도 등기이사에 올라 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2003년 현대석유화학을 시작으로 2004년 케이피케미칼, 2009년 파키스탄 PTA, 2010년 영국 아르테니우스와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연이어 인수합병하며 회사 규모를 키웠다.


눈에 띄는 부분은 없지만 최근에도 애정이 깃든 행보를 볼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액시올사와의 합작사업 추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신 회장은 그룹 전체가 검찰의 표적이 된 난리통 속에서도 1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액시올사와 추진한 에탄크래커(EC) 및 에틸렌글리콜(EG) 합작사업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오면 수습될까


신동빈 회장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이다. 오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국부유출과 갖가지 논란에도 신동빈 회장은 한국대신 일본으로 향해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살아있다.


특히 이전에도 검찰 조사 당시 귀국을 미루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의 화살이 ‘그룹’이 아닌 오너일가에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는 수사가 조만간 초기 단계를 넘어서면 그룹 내 핵심 인물들과 신 회장의 검찰 소환도 예견된 수순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 돌아오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어느 정도 검찰에서도 확신을 갖고 조사를 펼치고 있는데다 수사 대상이 오너일가이기 때문에 수사를 진정시킬만한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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