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비자금-IPO무산…‘삼중고’[입체분석]

박단비 / 기사승인 : 2016-06-14 1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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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증거인멸하다 다 털렸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지난 10일 롯데그룹계열사 7곳을 포함해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총괄회장 주거지 등 총 17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이 동원 될 정도로 대규모 압수수색이었다.


그간 롯데그룹은 크고 작은 사고 속에서도 그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망을 피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 측이 롯데를 집중 겨냥 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케미칼 美액시올 인수실패, 호텔롯데 상장 연기
흔들거리는 ‘원 리더’ 신동빈 회장‥위기 넘길까


롯데그룹의 압수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꽁꽁 감춰왔던 롯데그룹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의 ‘면세점 비리’로 시작된 이번 조사는 면세점 뿐 아니라 호텔롯데, 롯데그룹 전체의 위기를 불러오게 됐다.


압수수색, 미리 알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 과정을 두고 ‘이상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직후 이뤄진 절차들이 마치 ‘준비했던 사람들’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에 오른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정책본부만 변호사를 선임했다. 롯데그룹의 선택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었다.


정책본부는 롯데쇼핑 소속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 그룹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부서나 다름이 없다.
정책본부 인원은 약400여명. 본부장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맡고 있으며, 운영실·지원실·비서실·인사실·개선실·비전전략실·커뮤니케이션실 등 7개의 부서로 구성됐다.


정책본부는 그간 조직구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역할이 일부 파악됐다.


이뿐 아니라 총수 일가도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신 총괄회장은 압수수색 하루 전인 지난 9일 서울대 병원에 고열증세로 입원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신 회장은 멕시코로 출장을 떠난 바 있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상태다.


애초 신 회장은 국제스키연맹 총회가 끝나는 대로 14일 미국 석유화학 업체 액시올사와 합작한 법인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하는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16일쯤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수사로 인해 신 회장이 일정대로 움직일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 측에서는 사건을 미리 인지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책본부 일부 실무자들은 주요 자료가 저장돼 있는 아이패드 등을 개인 사물함에 숨겨놓았다가 적발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 부자는 지난 13년 전 소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때도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당시에도 일본에 머무는 등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수사에 협조 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신 회장 해외 출장 등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진행된 사안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증거자료만 7트럭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대거’확보했다.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 회장, 신 이사장 등을 겨냥한 이번 압수수색에서 무려 1t 트럭 7대 분량의 압수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등 의혹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맡고 있다.


신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전담하고 있다.


검찰 측이 이렇게 대규모 압수수색을 펼치는 이유는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이미 확인 됐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 측에서 ‘정운호 입점로비’ 조사 당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사의 메일 서버를 바꾸고 문서 다수를 파기했다. 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포맷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복구가 어려운 포맷을 해서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품들을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압수수색 불씨, 신동주가 당겼다?


검찰 측은 ‘비자금 조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순간에 대규모로 펼쳐지고 있는 이번 수사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누군가가 ‘자료’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現 SDJ 코퍼레이션 회장)으로 꼽힌다.


실제로 검찰이 조사에 나서자 신 전 부회장 측은 빠르게 움직였다. 롯데의 사상 최대 위기라며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긴급 협의를 열자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측이 주장하고 있는 ‘주주제안’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현 롯데홀딩스 임원들에 대한 해임안과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의 이사 선임안을 의미하는 바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신동주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의 ‘도덕성’을 거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정상화’를 앞세워 표심을 얻겠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이달 말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을 통해 표대결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신동빈 회장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해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신동주 부회장 측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김수창 변호사는 13일 “검찰에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고 이번 수사는 검찰 자체적인 것”이라며 “우리가 문제시 하고 있는 부분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회계장부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쳤고 여기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발견했다”면서 “검찰 수사 내용을 지켜보면서 적정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주 부회장이 수사 단서 제공했나
부외자금만 300억원대‥개인 사용용?


물 건너간 호텔롯데 상장


결국 롯데그룹 측은 ‘호텔롯데 상장’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호텔롯데는 1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호텔롯데는 이날 철회신고서를 통해 “당사에 대한 최근 대외 현안과 투자자 보호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대표주관회사 동의 하에 잔여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호텔롯데 IPO관련 외국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한 해외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 일정은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였다. 이후 호텔롯데는 15일~16일 수요예측, 21일~22일 청약을 거쳐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4조6419억원에서 5조7426억원 규모를 공모해 올 IPO시장 ‘최대어’로 꼽았다. 삼성생명이 지난 2010년 IPO당시 새운 역대 최대 공모액이었던 4조8881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문제는 이러한 단계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추진하던 다른 계열사의 상장 계획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코리아세븐·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IPO도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러한 와중에 롯데케미칼 측은 미국 액시올 인수 계획도 전면 취소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일 미국 액시올(Axiall Corporation)의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13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고려해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존에 진행 중인 액시올과의 합작사업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속도전 수사, ‘300억’ 뭉칫돈


이러한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뭉칫돈을 발견했다. 이 현금 뭉치는 30억원단위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롯데그룹 오너일가 재산관리인 L씨의 처제 집에서 박스에 담겨 있는 현금 30억원과 각종 서류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압수한 돈과 서류는 당초 롯데그룹 33층에 있는 신 총괄회장 비서실 내 비밀공간내 금고에서 보관 중이었지만, 지난해 ‘형제의 난’을 겪으며 재산권 분쟁을 펼칠 당시 재산관리인 집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비서실 직원 등을 추궁한 끝에 신 총괄회장 개인 자금과 서류일체가 박스에 담겨 L씨 집으로 옮겨졌고 이후 L씨의 처제 집으로 다시 옮겨졌다는 진술을 얻었고, 이후 이 금액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신 총괄회장 비서실이 있는 33층에서 그의 통장과 금전출납자료 등을 확보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 돈의 성격을 두고 “신 총괄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받은 100억여원의 배당금과 급여 중 일부”라고 검찰에 해명했으나 개인금고에 두고 쓰기엔 현금의 규모가 너무 많다고 판단하고 자금 성격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특히 신 총괄회장 뿐만 아니라 장남인 신동빈 회장도 매년 부외자금으로 200억원 가까운 돈을 보관해두고 운용해왔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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