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 영업…‘직원들만 개고생’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 혐의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관행’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투아웃제 등 점점 강도가 높은 징계를 내놓고 있지만, 제약업계는 여전히 리베이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는 유유제약과 유영제약은 각각 2013년과 2012년 리베이트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유영제약의 경우 당시 리베이트가 확인됐고 유유제약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자녀 등하교 동반에 개인차량 정비까지
12억 원·45억 원 ‘슬그머니’‥딱 걸렸다


유유제약은 매출액 491억원의 중소형 규모의 제약회사로, 제약사 중에서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1941년 ‘유한무역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의약품 수출입업으로 설립된 기업으로 지난 1957년 국내 최초로 종합비타민제인 ‘비타엠’을 생산했다. 또 1965년에는 국내 최초의 연질캡슐 활성비타민 ‘비나폴로’를 생산하는 등 남들 보다 한 발 앞서갔다.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탁월했다.


대체약 못 찾아 리베이트?


유유제약은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491억원으로 국내 전체 제약사 매출액(약 19조)의 0.25%에 불과한 중소 규모 기업이다.


유유제약은 현재 ‘타나민’과 ‘맥스마빌’이다. 타나민의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 증강, 손발 저림 개선제이며 맥스마빌의 경우 골다공증 복합신약으로 쓰이고 있다. 두 제품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이들을 뒤이을 제품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결국 ‘리베이트’까지 손을 댔다. 이를 포착한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오전 중견 제약회사 유유제약의 서울 신당동 사무실 및 영업 관련 임직원 주거지 3곳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지난 2014년 개인병원 등 의사들에게 자사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처방해주는 대신 조건으로 12억 원 상당의 현금을 건넨 혐의(약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내사를 통해 유유제약이 자사의 약품이 처방되면 처방금액의 일정 비율에 맞춰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압수한 회계장부 등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출석시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측은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이 수십여 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입건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1000만원으로 할지 5000만원으로 할지 합의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리베이트 해당 의사는 100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제약 ‘습관’ 못 고쳤다?


지난 7일 서울 종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유영제약 임직원과 의사 등 무려 491명(유영제약 임직원 161명·의사 292명·병원 사무장 38명)을 45억 상당의 현금을 주고받은 혐의(약사법 위반)로 검거했다. 이 중 유영제약의 박 모 총괄상무와 의사 임 모씨 등 2명은 구속됐다.


박 총괄상무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 해 10월까지 전국 규모의 영업망을 활용해 약 1090곳의 병원 관계자와 의사에게 접근했다. 자사의 약품을 처방해 달라는 것이다. 당시 박 총괄상무와 ‘구두 약정’을 맺은 의사들에게는 ‘랜딩비’와 ‘선·후 지원금’ 명목으로 처방 금액의 5~750% 가량을 현금과 상품권, 골프채 등으로 지급했다. 또 법인카드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재판매 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은 ‘유령회사’나 다름이 없는 리서치 대행회사를 이용해 가공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리서치 비용으로 병원 관계자 등에게 돈을 건낸 것이 확인됐다.


입건된 의사와 병원 사무장들은 유영제약부터 작게는 300만원 가량 리베이트를 받았고, 의사 중 유일하게 구속된 임씨는 무려 9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리베이트’가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직원들이 단순히 물품이나 돈을 제공한 것 뿐 아니라 허드렛일 까지 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유영직원의 영업사원들은 의사 자녀들의 등하교를 돕거나 빵을 배달하고 휴대전화 개통, 의료기관내 컴퓨터 수리 등을 하며 ‘감성영업’을 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노예 수준의 영업활동이었다”고 지적할 정도로 ‘도가 지나친’ 리베이트 활동이었다.
리베이트는 쌍벌제 시행,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이 여전히 기술개발보다는 손쉬운 영업방식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적발 하려 고는 하지만 완전히 뿌리 뽑기는 힘들 것”이라며 “투아웃 제등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리베이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번처럼 ‘돈’이 아닌 ‘노동력’을 요구하는 리베이트도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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