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은배 인턴기자]7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둘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고 개발도상국의 수요상승은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유로 상승세를 예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가격 회복에 따라 원유 공급량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생산량 비감축에도 90% 오른 유가


지난 2014년 중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올해 2월 중순 1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이 급하락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경쟁상대인 미국 셰일 가스사 등을 압박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가로 OPEC은 지난 해 정례회의에서 하루 3천만 배럴로 자체 규정했던 생산 한도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하락세를 더 가속화시켰으며 이번 달 개최된 정례회의에서도 산유량 제한제가 불발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제재 이전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렇듯 생산량은 감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던 국제유가는 어느순간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90% 상승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를 필두로 한 거대 중동산유국들이 미국 셰일 가스를 상대로 벌인 치킨게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원유시장 공급 과잉을 유발했던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업체 중 일부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상대적으로 경영 상태가 좋은 업체들도 인원을 감축하고 지출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면서 오일채굴장치 가동을 멈추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작년 최고 수준대비 8% 이상 감소된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하락의 주요요인 이었던 공급 과잉이 일부 해소되면서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원유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에 박차가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의 액체 연료 수요가 지난 2005년 대비 각각 80%와 7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의 수요는 2005년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다.


최근 예상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것도 유가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원유 파이프라인 테러로 하루에 17만~20만 배럴이 감소했으며, 캐나다 서부의 대형산불로 하루에 1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감소가 있었다.


이러한 공급 차질은 지난 2일 불발된 OPEC의 산유량 제한제의 여파를 충분히 감내한 것으로 보인다.


상승세 행방은 의견 엇갈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금년 미국의 1일 원유 생산량을 860만 배럴로 측정 작년대비 83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 다음해에는 819만 배럴로 측정 41만 배럴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IA는 이 같은 생산량 예측을 기준으로 금년 WTI 평균 가격 전망을 전월의 40.32달러에서 42.83달러로 올렸다.


올해 초 20달러대로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지금의 50달러보다도 훨씬 높은 선이 유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골드만삭스도 전월 보고서를 통해 가격이 급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생산량 감소 시점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공급부족까지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의 강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견해도 상당하다.


유가가 50달러 선을 회복했으므로 다시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셰일 업체 등이 휴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에 사업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의 집계에 따르면 전주 미국에서 가동 중인 오일채굴장치는 지난 주보다 9개가 증가했다.


이에 관해, 유정 컨설팅업체인 코어 래버러토리(Core Laboratories)관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설비투자 비용 감축은 끝났다. 경영자들이 돈을 소비하고 다시 생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스위스 민간은행 줄리우스 베어(Julius Baer)의 상품담당 관계자도 "배럴당 50달러는 셰일 원유 채굴을 재가동 시킬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생산량 감소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서 "최근 미국의 원유채굴장치가 증가한 것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미국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산유국에서도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류업계전문가들은 지난 2일 정례회의 생산량감축 합의 불발로 OPEC이 새로운 생산량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회복에 따라 채산성을 되찾은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난 이란이 경제 제재 이전 수준의 산유량을 복원하겠다고 선포한 현 시점에서 다른 산유국들도 경쟁에 참여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