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파동, ‘비리 종결자’ 낙인찍힐까[추적]

박단비 / 기사승인 : 2016-05-25 10: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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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도박 파문…‘법조계 로비까지’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도박’이 어느덧 법조계까지 번져나갔다. 정운호 대표가 무죄를 받기 위해 각종 ‘비리’를 저질러온 것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정운호 비리스캔들’은 법조계를 뒤흔들었고,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최유정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논란까지 번지면서 더 이상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게 됐다.


게다가 검찰 측은 확실히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으로 차명 주식 등 전방위로 수사 범위를 넓혀가면서 ‘네이처리퍼블릭’도 타격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역대 최악의 오너스캔들이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100억원대 수임료 주고 최유정 변호사 고용 <왜>
홍만표 변호사 ‘전관예우’ 논란까지‥법조계 시끌


이렇게 사태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누가 있을까. 단지 개인의 잘못으로 시작됐던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원정도박’ 파문이 어느덧 ‘법조계 비리’까지 번져나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개인비리’로 시작된 사건


사건의 시작은 지난 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운호 대표는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당시 정 대표는 마카오 카지노에 수수료를 주고 VIP룸을 빌린 후 이른바 ‘정킷방’을 운영하던 국내 폭력조직을 끼고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0억원대의 해외 원정도박을 일삼은 혐의를 받았다.


정 대표의 변호인 측은 당시 “정 대표는 수사 단계서부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 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측은 정 대표의 수사기관 진술, 원정도박 알선자 진술, 정 대표의 출입국 현황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재판부는 “정킷방(불법 도박 VIP룸) 업주라든지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 진술내용, 환치기 업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상습으로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는 점이 유죄로 인정되며 1회 배팅액이 3억원에 이르는 점 등 상습적인 습벽이 충분히 인정되고 피고인의 죄질이 일반 상습도박에 비해 매우 좋지 않다”며 정 대표에게 별다른 구형의견 없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결국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정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후 올해 1월 열렸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에서 구형한 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항소심 1판 공판 이후 정 대표는 보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예외적 사유인 상습범에 해당하며, 그밖에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감형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지난 4월 정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변호사 폭행 ‘뇌관’ 됐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2일 정 대표가 여성 변호사를 폭행해 감금폭행치상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당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변호사는 최유정 변호사로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가 재판 도중인 지난 3월 초 사임했다.


하지만 폭행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후 수임료가 문제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최 변호사가 수임료로 받은 20억원을 돌려달라는 정 대표의 요구를 거부해 갈등을 빚었고, 이 문제로 최 변호사가 서울구치소를 찾았다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사건이 불거진 후 최 변호사가 지나치게 많은 수임료를 받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최 변호사 측은 “세금과 정 대표의 다른 사건 피해자 합의금 등을 빼고 30여명의 변호인단이 나눠 가져 A 변호사가 받은 금액은 6800여만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석방에 대한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요구했으며, 그 중 30억원만 돌려줬기 때문에 나머지 금액도 돌려달라는 것”이라고 팽팽히 맞섰다. 정 대표 측은 “A 변호사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면서 50억원을 요구했다.


정 대표가 그중 20억원을 먼저 줬고, 나중에 A 변호사가 ‘보석이 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해 30억원을 더 건넸다”며 “나중에 보석 신청이 기각됐는데도 A 변호사가 30억원만 돌려준 것”이라며 최 변호사 측의 의견을 반박했다.


‘빙산의 일각’


하지만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었다. 정운호 대표가 자필로 작성한 ‘로비 리스트’가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리스트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검사장 출신 유명 변호사와 현직 부장 판사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정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8명의 실명을 적은 대학노트 종이를 건넸다. 그간 자신의 구명 운동을 도와줬거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제 이들의 로비 활동을 중단하라는 취지였다.


정 대표가 메모를 작성한 시점은 해외 원정 도박 사건 1심을 마치고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던 때였으며, 법원으로부터 보석을 받아내기 위해 변호인단을 새로 꾸리던 시기로 알려졌다. 일명 ‘로비창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대표로서는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담당 재판부를 상대로 민원 또는 청탁을 할 수 있는 인물 위주로 ‘로비 창구’를 짰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 됐다.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유력 변호사가 포함된 것은 이런 추정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게다가 ‘빠져라’ 라는 메모를 적은 것도 정황상 일치한다. 1심 재판의 결과를 바라보고 로비 창구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고 1심 변호사들을 물갈이 하던 시점과 정황상 맞아떨어져 ‘로비 중단’을 결정한 이유가 설명된다.


법조계 게이트, 실존하나


법조계에 따르면 정 대표 구명활동을 했던 법조브로커 이모씨가 항소심 사건 배당 당일인 지난해 12월29일 모처에서 서울중앙지법 L부장판사와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이후 당사자 및 법원 측은 “당시 정 대표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된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약속은 이미 보름 전에 잡혔던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 믿기 어려운 변명이다. 말 그대로 L부장판사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브로커 이씨도 정 대표 사건이 L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겠느냐는 부분이다. L부장판사는 당시 언론을 통해 “이씨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이씨와 오랜만에 만난 날이 정 대표의 재판이 다가온 시기였으며, 그 와중에 우연히 정 대표의 사건 얘기가 나왔다는 것인데,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경찰은 지난 2012년 6월3일부터 7일까지 마카오 카지노 3곳에서 329억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정 대표를 수사했으나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다. 당시 제보자와 정 대표가 사건에 입을 닫으며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검찰도 같은 이유로 ‘혐의 없음’처분을 냈다.


자신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미처 몰랐던 정 대표는 그해 12월1일 검찰이 요구한 소명 자료를 뒤늦게 제출했다. 정 대표가 직접 마카오 카지노 카운터 전산 담당자에게 도박장에 출입한 적이 없고 본인이 적립한 마일리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영상과 녹취록이었다.


검찰은 이미 사건을 종결한 상태에서 추가 자료가 제출됨에 따라 일단 조사를 재기한 뒤 지난 2월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이후 강력부가 조폭이 연루된 도박 조사를 한 뒤에야 다시 정 대표의 도박이 밝혀졌다.


결국 L부장판사는 지난 2일 사표를 제출했다. 법원은 보도자료에서 “L부장판사는 언론에서 언급한 이모씨, 정모씨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아 어떠한 비위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고 설명했다.


“상장 위해 금융계로 로비”‥점입가경 ‘비리스캔들’
밝혀질시 그룹 치명타‥오너리스크 ‘지끈’ 골머리


판도라의 상자 열릴까?


최유정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실명’이 거론된 인물이 또 있다. 홍만표 변호사이다. 검사장 출신인 것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검찰 측은 예외 없는 엄정한 수사 원칙을 밝히고 있으나 수사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홍 변호사가 지난 2014년 정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에 대해 경찰과 검찰에서 무혐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전관 로비’ 등 부당한 변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또 홍 변호사가 사건 수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한 뒤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해 홍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최 변호사와 달리 별다른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정 대표가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말 그대로 ‘의혹’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변호사 협회는 지난 1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홍 변호사가 변호사법 및 변호사윤리장전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조사위원회는 홍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변호를 하고, 수임 건수 및 수임액 보고의무를 위반했다는 등 의혹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징계 개시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홍만표 변호사(YTN 캡쳐)

판도라의 상자 ‘개봉’?


이제 남은 것은 브로커 이씨다. 정 대표 사건을 거론할 때 빼 놓지 않고 나오는 인물이다. 이씨는 법원·검찰 관계자 뿐만 아니라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메트로 직원과 경찰관에도 접근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3~6월 한 언론사 주최 최고경영자 과정에 참여해, 여기에 정 대표 사건 항소심을 맡았던 S부장판사와 한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S부장판사는 정 대표 사건 항소심이 재배당된 뒤 사건을 맡은 재판부였으나 정기 인사로 전보되면서 선고는 다른 판사가 맡았다.


현재 검찰은 2010년 서울 지하철 임대상가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당시 정 대표를 도와 서울메트로 직원 등에게 로비 활동을 한 혐의로 이씨를 수사 중이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2009년 9월 서울역 등 70개 역사 내 매장 100개를 묶어 임대하는 ‘명품 브랜드점 임대사업’ 입찰 공고를 냈고 그해 12월 186억원의 임대료를 받는 조건으로 S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임대료 낙찰률은 감정가의 106%에 불과해 최고가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했을 경우에 비해 100억원 이상의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2010년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바 있다.


또 검찰은 이씨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고교 동문이라는 인연을 이용해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에 접근하는 등 평소 인맥 관리에 학연·지연을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명 주식까지?


지금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네이처리퍼블릭이다. ‘역대급’ 오너리스크에 차명계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직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정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해 18억원 가량을 꺼내 쓰는 등 회삿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 대표가 로비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비상장 기업 네이처리퍼블릭의 주주명부를 확보, 차명 주식 보유자를 전수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설립된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가 주식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였지만 유상 증자 등의 과정을 거치며 정 대표의 지분이 73.88%로 줄었고, 검찰은 정 대표가 직원이나 지인 등의 명의를 이용해 본인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회사도 크게 흔들렸다. 네이처리퍼블릭의 1분기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6% 감소했다. 매출액은 714억원으로 지난해(757억원)보다 다소 감소했다. 이에 따라 네이처리퍼블릭은 중저가 화장품시장에서 에뛰드에 밀려 업계 6위로 내려앉았다.


일부 증권가 ‘정보지’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 직원들이 회사 상황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직을 고민 중이기도 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에 업계의 관계자는 “단순히 대표가 도박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았지만, 차명 주식 논란에 로비 논란까지 터지면서 회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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