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옥시, 사람들 죽어도 “나 몰라라”

박단비 / 기사승인 : 2016-05-16 17:51:2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신현우 전 대표 발연기에…김앤장과의 검은 스캔들까지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지난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찾는 사람들의 발은 뚝 끊겼다. ‘살균제’가 아닌 ‘살인제’였던 것.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지만, 여전히 대책도, 피해보상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 중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남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행보는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이 옥시 제품을 썼음에도 옥시는 발뺌을 하다 불매운동이 번지자 그제야 부랴부랴 사과를 했다. 하지만 많은 피해자를 남긴데다 ‘생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쉽게 조용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서 입증 서류 ‘위조’
국민적 불매운동에 ‘뒤늦은’ 억지 사과


가습기가 보편화 되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원인불명의 폐질환으로 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었고,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이유로 꼽았다. 당시에만 해도 ‘설마’하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달 31일 원인 불명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종결과는 최소한 석 달 정도 있어야 나온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경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미확인’에서 ‘확인까지’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미확인 폐질환에 대한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며 제품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밝혔고, 옥시 측은 인심을 쓰듯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에서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서 옥시는 약 80%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역학조사 및 동물흡입실험을 한 결과, 위해성이 확인 된 것. 당시 수거 대상은 한빛화학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비롯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 가습기 살균제’, 롯데마트 PB상품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PB상품인 ‘좋은 상품 가습기 청정제’, 아오토가닉의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 코스트코에서 판매 중인 글로엔엠의 ‘가습기 클린업’ 총 6종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의 징계도 내려졌다. ‘안전하다고 속여 판 죄’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기업들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검증 없이 상품에 안전하다고 표시했다.


사망자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옥시 측은 이러한 정황에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대책도 발표되지 않았다. 그 사이 옥시를 사용했던 가습기 사용자 피해자 및 가족들은 본사에 소송을 걸었다. 이들이 처음으로 소송을 건 대상은 ‘본사’였다.


책임감 있는 사과와 대책마련이라는 작은 목표였다.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사망자 6명, 치료환자 5명 등 모두 11명으로, 이들은 모두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란 이름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로 당시 옥시싹싹은 가습기살균제 시장의 약 80%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옥시 측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발을 뺐다. 당시 레킷벤키저는 영국 본사와 한국 지사가 법적으로 별개며 독립적인 회사라는 입장을 고수, 자회사가 제조판매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는 2001년 옥시를 인수한 이후 한국 옥시레킷벤키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1년 동안 한국에서의 판매이익을 모두 가져가고 있었다.


검찰 조사 시작, 밝혀지는 진실들


이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은 국내 업체들을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옥시가 보였던 충격적인 행태들이 발각됐다. 옥시 측은 조사 시간을 끌기 위해 “폐 손상과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


동종업계 관계자들조차 “뻔뻔한 모습을 보니 할 말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옥시가 질병관리본부 폐손상 조사위원회의 지난 2011년 조사에서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당시 실험에 쓰인 독성화학물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의 희석 농도다.


옥시 측은 자신들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에 들어간 PHMG의 농도와 실험 당시 농도가 달랐기 때문에 그런 조건에서 만들어진 분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PHMG농도가 옥시 제품보다 높았지만 옥시 측은 폐손상 조사위 실험 때보다 낮은 농도의 PHMG를 써 조사를 했더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시간 끌기 꼼수였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011년 당시 옥시 측이 실험을 의뢰했던 서울대와 호서대의 실험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 4월의 일이었다. 지난 4월 검찰은 옥시가 자사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의 인체 유해성 실험을 의뢰한 서울대학교 J교수팀과 호서대학교 Y교수팀의 실험 결과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당시의 보고서는 옥시 측이 질병관리본부가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발표했던 것을 정면에 뒤집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옥시 측은 “인과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J교수팀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PHMG·PGH 등)이 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했고, 또 Y교수팀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시 공기 중 PHMG의 농도를 실험했다. 하지만 두 대학에서 실험 데이터와 실험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정황을 포착했고, 검찰은 옥시가 두 대학 실험 결과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원데이터를 가져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짜 맞추기 결론을 낸 뒤 허위로 증거 자료를 제출한 것을 발견했다.


“조사 앞두고 다 바꿔라”


만약 2011년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당시 곧바로 대책 발표와 진심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피해자들은 긴 시간 싸우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옥시 측은 ‘보고서 조작’까지 일삼으며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어필하려 했다.


또, 홈페이지에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하기 힘들다”라는 글들이 올라왔지만 옥시는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다. 확인해보겠다”라는 원론적인 답글만 달았다.


당시 글을 남긴 사람들은 “사용하고 기침이 심해졌고, 폐가 아팠다”거나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했으나 원인 불명이라는 답만 들었다”고 이야기 했다. 당시 옥시 측이 제품을 회수해 조사만 했어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옥시는 “나 몰라라”했고,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계속 제품을 사용했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하기 전 이러한 정황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시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


피해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모른 척 한 것도 모자라 글을 삭제하며 증거 인멸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전형적인 발 빼기에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적인 행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측은 입장을 밝히고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도 본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英 본사 “사과했다”‥피해자 “진실성 결여”
대형 로펌 김앤장 앞세워, 거짓보고서 작성

직원·전 대표도 ‘모르쇠’


검찰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옥시 측 관계자들을 불렀다. 하지만 이들은 일관되게 ‘모르쇠’로 나왔다. 검찰은 인사 담당자부터 민원 담당자 등의 직원을 차례로 조사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이 한 말은 “죄송하다”가 아닌 “모르겠다”였다. 게다가 소환 조사가 시작되자 그제야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2014년에 환경부·환경보전협회(KEPA)와의 협의를 통해 조건 없이 50억원의 인도적 기금을 기탁한 것과는 별도로 추가 50억 원을 더 출연키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그제야 사과문을 밝힌 것이다. 방식도 문제였다. 옥시보다 판매량이 적었던 데다, 사망자도 적었던 롯데마트는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였다. 보상규모도 100억 원 정도로 책정했다. 하지만 옥시 측은 ‘보도자료’ 뒤에 숨어 이메일을 발송한 것이 끝이었다.


롯데마트 측이 고개를 숙인 후 무려 2주가 지나서야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아타 샤프달 대표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소비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사과를 드린다. 당사는 피해를 보상해드리고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실성은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늦어도 너무 늦은 5년만의 사과였다.


‘연기력’ 뛰어난 가해자 였나?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신 전 대표였다. 검찰 등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지난달 26ㅅ일 1차 소환 당시 출석 전 포토라인에 서서 짧은 문답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신 전 대표는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고, 몹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신 전 대표는 조사를 위해 청사로 들어갔다. 이후 기자들과 등을 돌리자 동행하고 있던 자신의 변호인을 바라보며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태연하게 말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신 전 대표가 조사실로 이동하면서 이 말을 했고, 당시 가까이 있던 검찰 직원이 이를 듣고 중간 간부에게 보고했다. 이후 이영렬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도 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가 사실이라면, 당시 옥시 최고 경영자 위치에 있었던 신 전 대표는 피해자들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일각에서는 신 전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미 5년이 지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신 전 대표 본인이 형사처벌까지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심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英 본사, “사과했으니 그만”


영국 본사의 행보도 만만치 않았다. 옥시에 따르면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 회장은 지난 6일 런던 슬로 본사를 찾은 가습기 피해자 가족 대표인 김덕종 씨를 만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가슴 깊이 사과를 전한다”며 “그 동안 자사를 믿어온 대한민국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카푸어 회장은 지난 5일 런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입장 발표문을 통해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이 한국 내에서 사상자를 발생시켰다는 점에 대해 매우 미안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향후 대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게다가 옥시 측은 “사과 했다”라는 것을 내세우며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로펌 ‘김앤장’과 손잡아


옥시 측은 대형로펌인 ‘김앤장’과 함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J교수는 옥시 측과 김앤장이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또 한 번 파문이 일고 있다.


J 교수는 “2011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하다고 이야기 했다. 김앤장에게 역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조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앤장의 행태는 증거인멸의 공범으로 처벌받는 것은 물론,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라며 “김앤장은 과거에도 형사 처분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2015년 론스타 뇌물사건 때 배임수죄 방조혐의, 2012년 SK그룹 횡령사건 때 위증교사 혐의 등이 그 사례다. 적법하고 정당한 변호행위는 물론 보장돼야 하지만 김앤장이 국내 최고 로펌으로서 그동안 국민 인권 보호의 보루라는 사회적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런 논란들을 둘째 치고서라도 옥시는 여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회사이다. 검찰이 파악한 전체 피해자수는 사망자 94명 등 총 221명에 달한다. 이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사망자 70명 등 177명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옥시는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더한 아픔을 주고 있다.


[저작권자ⓒ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스페셜 기획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