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특수목적법인 설립...'토필드 경영권 분쟁' 중대 변수 될듯

▲ 토필드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 4일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 ‘파나마 페이퍼스’가 전 세계에 동시다발로 터지면서 세계 각국을 뒤흔들고 있다. 종이 한 장짜리 유령회사에 수백만달러를 은닉해 온 아이슬란드 총리가 파나마 페이퍼스가 보도된 지 이틀 만에 사임했고,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비자금 의혹이 돌고 있는 각국 정상들도 퇴진 압박을 받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영컨설팅 회사인 쥬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토필드 대표의 아내가 지난 2012년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해외 거래처를 인수하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과적으로는 인수에 실패했지만 만약 이를 성공했다면 정부의 눈을 피해 일감을 몰아주려 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토필등 대표의 아내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거래처를 인수하려 했던 사연에 대해 살펴봤다.


대표 아내, 해외 거래처 인수
본사 매년 적자‥경영권 분쟁


지상파·위성·케이블 또는 인터넷 망을 통해 전달되는 압축된 영상과 음성, 데이터 등의 디지털 신호를 수신하여 TV등을 시청할 수 있도록 변환해 주는 장치인 ‘셋톱박스’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토필드가 지난 2012년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거래처를 인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피난처 SPC 설립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모 언론매체에 따르면 토필드 이용철 대표의 아내인 주옥자 씨는 2012년 버진아일랜드에 웨이먼그룹과 웰스위즈돔인베스트먼트란 이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고 한다.


주 씨는 웨이먼그룹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웨이먼그룹은 웰스위즈돔 지분 100%를 소유한 형태로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이어 주 씨는 웰스위즈돔을 이용해 해외 거래처였던 호주기업을 인수하려 했다. 웰스위즈돔과 토필드의 거래처였던 호주기업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인수합병은 실패로 돌아갔다.


인수합병의 실패로 인해 주 씨는 지난 2014년 6월 직접 호주기업을 인수했다. 이로 인해 2014년 감사보고서에 호주지역 판매 등을 주 영업으로 하고 있는 토프로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주 씨가 조세피난처에 세운 법인을 이용해 토프로 인수에 실패했지만, 만약 조세피난처 법인을 통해 토프로를 인수했다면 토프로가 벌어들인 이익금은 조세피난처 법인으로 흘러들어가 각종 세금을 회피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전경(사진제공 뉴시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세금회피 목적이 아니라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토필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표의 부인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으나 현재 그 법인은 운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외 거래처 인수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등골 휘는 토필드


셋톱박스 제조사인 토필드는 주로 해외 수출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로 유럽과 호주, 태국 등에 소재한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실적을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2014년 이들 해외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은 98.7%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매출의 86.%에 달하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 계열사를 통해 올리는 탓에 토필드는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계열사에 판매한 셋톱박스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태국·호주·토프로 등 토필드 해외 계열사에 대한 매출채권 가운데 지난해 182억원, 2014년 134억원을 ‘대손충당금(미회수 된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 처리하는 액수)’으로 설정했다.


주 씨가 버진아일랜드 법인의 인수합병 실패로 직접 인수한 토프로도 예외가 아니다. 토프로의 경우 2014년 43억 9000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으며, 지난해에는 63억 6000만원의 매출채권 가운데 22억 4000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이는 결국 토필드는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회수 불능 채권이 늘어 손해를 보고 있는 반면 주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토프로 등은 대손충당금액만큼의 이익을 보고 있단 얘기다.


이와 같이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손실이 늘어나면서 토필드는 결국 지난달 14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사유는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이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만큼 매년 적자를 기록한 토필드는 자기자본도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752억원에 육박하던 토필드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25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해 토필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출채권은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2014년에 비해 지난해 상환한 액수가 많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능력한 경영진?


한편, 토필드는 현재 경영컨설팅 회사인 쥬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쥬니스는 지난해 3월 3일 토필드 주식 127만 385주(9.60%)를 장내매수 했다고 공시하면서 토필드와의 경영권 분쟁의 시작을 알렸다.


▲ 전자금융공시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토필드 이용철 대표가 17.36%의 보유지분으로 최대주주이고 쥬니스가 2대 주주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쥬니스 측은 토필드 현 경영진의 무능력한 경영능력을 지적하며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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