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갑질, 결국은 스스로 화불렀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하나투어가 면세점을 오픈할 때만 해도 업계의 부러움을 한 눈에 받았다. 여행사이기 때문에 면세점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나서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늘고 있다.
여기에 자신들의 면세점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남긴 애널리스트에게 ‘갑질’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을 논란’까지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면세점 실적에 ‘우려’ 시각까지
판단 인정 못하고 애널리스트에게 ‘갑질’논란


하나투어는 지난해 7월 중소·중견 기업 몫으로 배정된 한 장의 서울 시내면세점 티켓을 따냈다. 오히려 대기업 시내 면세점보다 경쟁이 더욱 거셌다.


입찰에 참여한 곳은 ▲세종면세점 ▲유진디에프앤씨 ▲청하고려인삼 ▲신홍선건설 ▲파라다이스 ▲그랜드동대문디에프 ▲서울면세점 ▲중원산업 ▲동대문듀티프리 ▲에스엠면세점 ▲하이브랜드듀티프리 ▲SIMPAC, ▲듀티프리아시아 ▲동대문24면세점 등 14곳이었다. 무려 14대 1의 경쟁률이었다.


어렵게 품에 안은 면세점


하나투어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10곳과 함께 추진하는 ‘에스엠면세점’에 한류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엔터테이먼트 그룹인 IHQ, 큐브 엔터테이먼트 등과 손을 잡으며 ‘한류 열풍 잇기’에 힘을 쏟았다.


여행사, 면세점, 엔터에인먼트사의 ‘3중 협력’을 통해 개성있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중국의 ‘바링허우 세대’ (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의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할 계획을 밝히며 ‘장미빛 미래’를 꿈꿨다.


SM 면세점은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지하 1층∼지상 6층에 약 1만㎡(3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하나투어 측에 따르면 층별로는 지하 1층 럭셔리 부티크, 1층 럭셔리 패션, 2층 수입화장품, 3층 국내화장품, 4층 식품·주류·담배, 5층 드라마몰, 6층 VIP라운지 및 멤버십데스크로 구성됐다.


당시 하나투어는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고 주가도 급증했다. 발표 전까지 13만원대였던 주가는 발표 후 18만 7500원까지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 등이 여행업계를 강타하며 여행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7월 22일 18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월 15일 기준)으로 89400원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면세점 사업도 초반 생각보다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완전 오픈도 아직까지 하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와 면세점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지만, 아직까지는 유통경험 미숙이 더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하나투어의 실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면세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도 확보가 되지 않은데다, 인사동이라는 지역이 큰 매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가 무슨죄?


지난 달 30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는 리포트를 냈다. 리포트 내용은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이 회사 전체의 시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 였다. 이 같은 내용을 쓰면서 이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


이어 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연간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SM면세점에 대한 올 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110억원에서 영업손실 50억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본 하나투어 IR팀 담당자가 분석 내용에 오류가 있다며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항의한 것. 물론 내용에 대한 항의는 가능하다.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측은 강하게 항의 하며 기업 탐방을 하지 못하게 하고, 앞으로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가 알려지면서 업계에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지난 4월 7일 금융투자협회 김준호 자율규제원장은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누구든 반론과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증권사의 향후 탐방을 막는 방식은 감정적인 처사였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뿐 아니라 32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애널리스트와의 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와전된 내용이 많다”며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수치상 오류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항의한 것이지 방문 금지 등을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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