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한 때 남부러울 것 없었던 아웃도어 업계가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 ‘유행’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지만, 유행은 아웃도어를 결국 지나갔다. 유행이 지난 데다 고가의 제품들이 즐비한 아웃도어 업계는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


업계에서는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아웃도어업체들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하락하며 고민이 커지고 있다.


매출 부진에 여기저기 ‘기웃 기웃’
브랜드 재편 나서며 파트너십 정리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몇 년 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다 최근 꺾이면서 사실상 성장세가 멈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은 모두 ‘예전의 일’이 되고 말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평균 30% 넘게 성장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해 13%로 떨어졌다.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05년 1조원대에서 2012년까지 해마다 25%에서 최고 36%의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7조원대까지 성장했지만, 2013년 매출 성장률이 11.3%로 줄어들었고, 2014년 매출 성장은 9.4%에 그치면서 대폭 둔화했다.


스포츠 웨어 인기 ‘움찔’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3% 성장했다. 하지만 2010·2011년(34%), 2012년(27%)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꺾였다.


아웃도어 열풍에 고전하던 스포츠웨어 업계가 다시 살아나며 완전히 상반된 표정이다. 최근 운동과 레저를 결합한 애슬레저(Athleisure)룩이 주목 받으며 아웃도어업계가 스포츠웨어로 탈바꿈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성적만 봐도 차이는 확연하다. 2011년 한국에 진출한 언더아머는 매년 매출이 2배씩 늘고 있다. 데상트를 전개하는 데상트코리아는 2011년 2900억원대였던 매출 규모가 2014년 5900억원대까지 성장하며 활짝 웃고 있다.


특히 여성들도 운동을 즐겨하면서 스포츠 웨어에 패션성을 더한 애슬레저룩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를 노린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형 스포츠업계는 ‘아디다스 우먼스’, ‘나이키 우먼’ 등의 여성 스포츠 용품 군의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아디다스 우먼수의 경우 전체 매추링 매년 두 자리 수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웨어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스포츠웨어로 변한 아웃도어 브랜드도 생겼다.


지난 2013년 밀레가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로 론칭한 ‘엠리밋’은 올해부터 스포츠 브랜드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미련이나 포기냐


그래도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곳이 더욱 많다. 브랜드를 슬림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입 브랜드를 대거 합류시키거나, 기존 브랜드를 전혀 다른 브랜드로 변신을 꾀하며 오히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정통 아웃도어를 배제한 일상복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애슬레저를 접목한 제품을 통해 입지를 다지려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은 지난해까지 10여년간 ‘노스페이스’ 유명한 영원아웃도어와 손잡고 국내 시장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의 이미지에 에이글만의 색깔을 내지 못하자 영원아웃도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동일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 재도약에 나섰고, 코오롱스포츠도 지난달 도시웨어 콘셉트인 신규브랜드 ‘케이플러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는 곳도 만만치 않게 많다. 금강제화는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헨리한센’ 사업의 국내 판권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금강제화측은 “지난해 말부터 선보이고 있는 버팔로 아웃도어가 홈쇼핑 3회 완판과 판매 성장세가 좋은 것에 주목해 버팔로 아웃도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며“국내 아웃도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고가의 해외 브랜드에 로얄티를 줘가며 끌고 가는 것보다 앞으로는 자체 브랜드인 버팔로에 투자해서 내실을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도 아웃도어 사업부문 영업을 중단했다. 휠라코리아는 5년간 해온 아웃도어 사업에서 철수했고 아웃도어 브랜드 ‘노티카’를 운영하던 아마넥스는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살기 위한 할인행사


아웃도어 시장은 최근 매출하락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성장폭이 둔화 된 상태로 영업이익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 ‘할인’을 선택으로 택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감소했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을 사는 손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재고량 역시 날로 늘어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웃도어업계에서는 ‘신제품’을 할인해 판매할 정도가 됐다. 철이 지나 아울렛에서 싸게 구매하는 것도 아닌, 본 매장에서 신제품을 3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고가’ 이미지를 쌓아왔던 아웃도어업계로서는 이러한 할인행사가 자존심이 상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기에 할인행사는 앞으로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유행으로 반짝했을뿐, 사실 사게 되면 몇 년을 입기 때문에 제품 회전율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 역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 ▲아웃도어업계 매출분석표(단위=억 원)

골프웨어 상승하고 고개 숙인 아웃도어
“올 해는 살아날까” 희망의 끈 붙잡아


떨어진 실적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 2월 26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한 내용을 공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자회사인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4.1% 감소한 303억1701만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802억1650만원으로 28.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62억2370만원으로 38.4% 감소했다.


회사 측은 “국내 아웃도어시장 침체와 경쟁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아웃도어업계에서는 말그대로 ‘멘붕’이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매출이 떨어졌어도 아웃도어업계의 상징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아웃도어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였다.


하지만 영원아웃도어 뿐 아니라 2015년 아웃도어업계의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대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떨어지더라도 매출은 오르지만, 아웃도어업계는 2015년 매출 하락세까지 뚜렷했다.


현재 네파의 경우 2015년 실적을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블랙야크는 2014년 572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5년 501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영업이익은 2014년 809억원이었던 것이 2015년 378억원까지 하락했다.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금액으로 줄어든 것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마찬가지였다. 639억원에서 237억원까지 줄어들며 고민이 커졌다.


그나마 ‘선방’한 곳은 케이투코리아(K2)였다. 업계에서 하락폭이 가장 적은 편이었다. 케이투코리아는 지난 2014년 4074억원에서 2015년 366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1182억원에서 893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앞서 언급한 기업들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807억원에서 74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K2코리아는 ‘약진’했다고 볼수 있다”며 “대게 약진의 경우 매출이 조금 늘어난 경우를 얘기하지만 아웃도어업계의 경우 하락세가 완연해 ‘유지’수준만 되도 성공이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6년, 그들의 미래는?


올 해 역시도 아웃도어업계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웃도어업계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해 겨울 ‘날씨’로 인해 매출이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올 해 역시도 돌파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찌감치 A급 모델을 섭외해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답답하지만 성장세가 거의 멈춘데다, 탈출구 역시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제품이 큰 인기를 끌거나, A급 모델을 통해 홍보를 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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