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가 내부 감시‥‘수상한 선임’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아모레퍼시픽의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업계가 소란스럽다. 아모레퍼시픽이 지정한 이사가 ‘내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논란을 겪었지만, 여전히 ‘나 몰라라’식 운영으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회사를 감시해야 할 사람이 ‘내부사람’인데,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도덕적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내역 없으면 그만?‥‘나 몰라라’식
의심의 눈초리들 “업무 이행 가능할까”


사외이사란,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기 위해 선임되는, 기업 외부의 비상근이사를 지칭한다.


사내이사와 달리 평소에는 자신의 직업에 종사하다 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이 속한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본인의 직업을 따로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학교수나 공인회계사, 변호사 나 퇴직관료 들이 많이 맡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외이사는 ‘경영활동 감시’라는 중책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내부자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8일 서울중구 청계천로 시그니쳐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다. 이 총회에서 이옥섭 바이오랜드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옥섭 사외이사 후보는 아모레퍼시픽 전신인 ‘태평양’시절 함께한 인연이 있다. 당시 화장품생활 연구소 수석연구원을 맡았으며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아모레퍼시픽의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을 역임했다.


당연히 찜찜함이 남은 인사다. 또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서경배 회장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신 교수는 서 회장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이다.


물론 ‘법 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실제 상법에 따르면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 피용자나 2년 이내에 상무에 종사한 이사, 감사, 피용자'를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 상법만 보게 된다면 이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맡는 것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덕적인 문제’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외이사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에도 ‘내부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아모레퍼시픽은 주총에서 이우영 전 태평양제약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1978년 태평양에 사원으로 입사했고, 상무, 전무 등을 거쳐 2001년부터 10년까지 태평양제약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독립성 논란이 일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강행했다. 당시 주주총회에서는 국내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래에셋은 “최근 5년 이내 당해 회사 또는 계열사에서 재직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독립성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회도 무용지물?


이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감사위원회 역시 시선이 곱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그룹측은 이를 인식한 듯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3명 선임)을 이번 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눈길이 곱지 않다. 내부 출신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인 이상,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평가가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사들이 회사에서 일했던 연혁 뿐 아니라, 오너와 대학교 동문이라는 점 등이 매끄럽지 않은 것이 사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가장 객관적이고 독립적이여야 할 인물들이 ‘내부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면 그만큼 투명도도 낮아지게 된다”며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는데 아모레퍼시픽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3명의 이사가 회사나 오너와 모두 연관이 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보통 한 명이라도 연관이 되면 도마 위에 오르는데 3명이나 사외이사로 넣은 것은 ‘배짱’아니냐”며 “지난해 논란이 있었음에도 이를 강행하며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활동 적어도 주머니는 두둑?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단 6번의 이사회를 개최하는데 그쳤다. 시가총액 10위 권 기업 중 가장 적은 횟수였다.


하지만 사외 이사 보수는 1인 평균 6,600만원으로 업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오히려 이사 보수 한도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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