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따라 웃고 우는 계열사 사장…연임 방정식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 인사(人事)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금융결제원 원장임기가 만료되면서 신임원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절차가 시작됐고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4명의 후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하반기에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자산관리공사 사장, 예탁결제원 사장 등이 임기가 만료된다.


시중은행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한데 이어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사장인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역시 계열사 CEO인사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총선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CEO의 인사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금융권 CEO 인사를 짚어 봤다.


하나금융지주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7곳 중 5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금융은 은행 영업통 인사들과 과 외부 영입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김정태 회장의 임기 후반을 이끌 라인업을 구축했다.


대폭 물갈이 한 ‘하나금융’


하나금융은 지난 2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하나카드를 포함한 5곳의 계열사 CEO를 각 사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교체된 CEO의 면모를 살펴보면 하나카드 사장에 정수진 하나저축은행 사장이 선임됐다. 하나생명사장에는 권오훈 전 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투자 사장에는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하나저축은행 사장에는 황종섭 전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에프앤아이 사장에는 정경선 전 KEB하나은행 전무가 각각 내정됐다.


임추위는 또 하나금투 사장으로 내정된 이진국 사외이사 후임으로 박원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교수를 추천했다.


관심이 쏠리는 곳은 단연 이진국 하나금투사장 내정자다. 이 사장은 하나금융의 경쟁사인 신한금융 출신의 정통신한맨이라는데 있다. 이 사장은 2000년대 초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 합병 후 조직 통합과 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신한금융 계열사 CEO 누가될까…차기 회장 ‘미리보기’(?)
변화 택한 ‘하나’ 안정택한 ‘KB'…금융결제원 원장 공모


순혈주위가 강한 국내 금융업계에서 경쟁 은행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인사를 CEO로 영입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5명의 인사중 하나금융 출신 인사는 4명이다. 모두 글로벌 감각과 영업능력을 인정받은 부행장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외환은행 출신인 권오훈 하나생명사장은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지난해 말까지 하나금융 최고글로벌전략책임자(CGSO)를 지낸 ‘글로벌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차기 신한 리더 ‘전초전’


신한금융도 이달 말 7개의 계열사 CEO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동우 회장의 후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인사란 점 때문이다.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신한데이터시스템, 신한아이타스, 신한신용정보, 제주은행 등 7개다.


그 중에서도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캐피탈, 신한생명이 주목된다. 강대섭 신한금투 사장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모두는 한차례 연임에 성공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강 사장은 실적면에서 양호한 성과를 이뤄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155억원으로 전년대비 82.2% 증가하면서 그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역시 지난 2012년 대표직에 오른 이후 2014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재연임에 성공했다. 1991년 신한캐피탈 창립부터 캐피탈사에 몸담아온 정통캐티탈리시트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황영섭 연임 가능성은(?)


여기에 취임이후 매년 5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총자산역시 2012년말 3조5262억원에서 2014년말 3조9395억원으로 4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취임 이후 두번 연속 연임에 성공하면서 연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신한은행 인사에서 낙마한 임원들까지 있어 부담스럽다.


신한생명의 이성락 사장 역시 지난해 초 서진원 전 행장의 건강상 중도 퇴진 당시 조용병 현 은행장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전력이 있다.


이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지난 2013년 5월 신한생명 사장으로 취임, 지난해 3월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인사가 한동우 회장의 후계자를 미리 점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융계에서는 한 회장의 후계자로 조용병 행장, 위성호 사장을 비롯해 이성락 사장까지 꼽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단은 잠재적인 회장 후보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주요 CEO의 연임이나 교체 여부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안정’ 추구


KB금융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박지우 KB캐피탈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KB금융은 지난달 26일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계열사 KB캐피탈 대표이사 후보로 박 대표를 주주총회에 단독 추천했다.


박 사장은 KB금융 내분사태에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물러나 취임 당시 논란이 됐지만 KB캐피탈 수익성 강화에 큰 공을 세우면서 연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을 유임시키기로 의결했다. 임기는 1년이다.


사외이사는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등 7명이다.


금융위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 임기는 2년으로 돼 있으며 이후 1년 단위로 최고 5년까지 사외이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흥모, 금융결제원장 도전


금융결제원 원장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결제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김종화 원장이 내달 초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후임자 선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을 이끌어갈 원장은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사원총회를 거쳐 선출된다.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인사는 이흥모 한은 부총재보. 이 부총재는 지난 3일 35년간 몸담은 한은을 퇴직했다.


퇴직 후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금융결제원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부총재는 1년 반 정도의 임기를 남겨 두고 있었다.


또한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재성 이사와 서영경 이사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한 장세근 전 부총재보 등 한은 퇴직 인사들의 원장 선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달에는 금융통화위원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위원은 4년 동안의 임기동안 국내 통화신용정책 결정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금융인의 로망으로 불리우고 있다. 임기가 만료되는 위원은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위원으로, 후임자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은행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선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9월 말 끝나고 홍영만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과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도 각각 11월에 임기가 끝난다. 또한 오는 9월 한국거래소 최경수 사장도 임기가 만료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총선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권 행장이 비례대표에 입후보 한다면 선거 30일 전인 오는 14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권 행장이 총선 출마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IBK기업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에도 관심이 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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